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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을 점점 알아가요

밤 9시가 넘으면 잘 준비를 한다. 아이들은 거실에서 놀이에 빠져 있지만 그에 아랑곳 하지 않고 잠자는 방에 요를 깔고 엄마는 이불 속에 쏘옥 들어가 있다. 노는 아이들 옆에서 “자러 가자”라고 열심히 이야기하는 것보다 엄마가 누워 있는 게 아이들을 침실로 유도하는데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지나지 않아 방으로 두 아이가 들어온다. 누나 꽃님이는 책을 두 권 들고 있고, 이어 들어온 해님이는 책을 네 권이나 들고 있다. 엄마가 

"책을 왜 이리 많이 가져왔어?"

라고 하자, 누나는 

"난 두 권 밖에 안 가져왔는데"

라고 답한다. 이어서 해님이는 

"그럼, 한 권 뺄까?"

라고 말한다. 해님이의 다음 행동! 책을 ‘두 권’ 뺀다. 

한 권을 뺀다고 말해 놓고는 정작 두 권을 빼 놓는다. ‘하나’를 모르는 것 같지는 않다. 뭔가 한 개가 있으면, 영락없이 ‘한 개’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위의 행동은 ‘둘’을 모르기 때문에 나온 것 같다. 

빌려온 블록을 가지고 해님이가 책상에서 논다. 어느 순간 블록이 책상 밑으로 떨어졌다. 순간 엄마에게 해님이가 묻는다.

"괜찮아?"

빌려온 것인데 떨어뜨려 망가져도 괜찮은지를 묻는 것 같다.

"떨어졌어?"

라고 엄마가 물으니, 해님이가 다음과 같이 답한다.

"응, 한 개하고 두 개하고 (떨어졌어)."(※)

해님이는 "한 개하고"라고 말할 때 바닥 한 쪽에 떨어진 한 개를 보고, "두 개하고"라고 말할 때 바닥에 떨어진 또 다른 한 개를 본다. 바닥에 정확히 두 개가 떨어져 있다. "두 개"를 알게 된 걸까? 

어찌되었든지 간에 엄마에게는 해님이의 말(※)이 마치 "귤하고 사과하고 떨어졌어"라는 말처럼 들린다. 즉 먼저 떨어진 것의 이름은 "한 개"이고 나중에 떨어진 것의 이름은 "두 개"라는 것처럼.

어떤 형 집에서 평소 해님이가 좋아하는 책이 네 권 있는데 누나가 그 중 두 권을 집어가자 

"두 개 가져가!"

라면서 뭐라 뭐라 화를 낸다. 누나는 이미 두 권을 가져갔기 때문에

"그래 두 개 가져갔잖아"

라고 당당하게 말하자, 해님이가

"한 개 가져 가!"

라고 스스로 바로 잡아 다시 말한다. 

누나 심부름으로 이 방에서 저 방으로 한꺼번에 동화 테이프 ‘다섯’ 개를 가져다주면서 

"누나, 여기 있어, 두 개!"

‘둘’을 적재적소에 쓰는 것이 쉽지 않다. ‘하나 아닌 것’을 둘이라고 하는 것도 같다. 때로는 정확하게, 때로는 틀리게 사용하긴 하지만, 달이 거듭될수록 정확하게 쓰는 경우가 점점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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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그림에 공룡 두 마리가 나오는데, 해님이가 보더니 

"왜 꼬리가 두 개야?"

한다. 그러면서 꼬리를 각각 가리킨다. 

누나와 자기를 가리키면서 

"우리 둘"

이라고 한다. 

냉장고에서 복숭아를 꺼내 들고 와서는 깎아달라고 한다. 

"엄마, 복숭아 두 개" 

정확히 두 개다. 

아이를 데리러 유치원에 갔다가 노란 탱자를 보았다. 어릴 적에는 많이 봤지만, 지금은 보기 어렵다. 해님이 손에 탱자가 두 개 들려 있다. 해님이가 스스로

"왜 두 개나 되지?"

라고 말한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선생님이 

"두 개도 알아? 신통해라."

라고 말씀하신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책꽂이에서 책을 꺼내 방으로 가져간다. 엄마가 

"한 권만 읽자"

라고 말한다. 그러자 해님이가 

"아니야, 한 권은 안 돼. 두 권 읽을 거야!" 

하면서 양쪽에 책을 한 권씩 들고는 방으로 들어간다. 자기 몸통만한 책 두 권을 양쪽 팔 사이에 끼고 엉덩이를 씰룩대며 당당히 걸어간다. 

이제 둘을 완전히 아는 것 같다. 과연 그럴까? 

같은 유치원에 다니는 한 가구가 계룡산 자락에 살고 있다. 오늘은 그 집에서 아이들이 지냈다. 해님이가 그 집 둘째 6살과 아주 죽이 잘 맞아 놀았다. 벼를 거둔 가을 논에서 잘게 썰어진 지푸라기들로 눈이라면서 날리기도 하고 푹신한 지푸라기 위에 눕기도 하면서, 재밌게 놀았다. 

저녁에 식당에서 스파게티 대접을 하려고 앉아 있는데 해님이가 지갑에서 동전을 몇 개 꺼내더니 엄마에게는 3개를 주면서 "두 개"라고 하고 다른 집 엄마에게는 2개를 주면서 "세 개"라고 한다. 다른 집 엄마 왈, 

"와~ 해님이는 두 개, 세 개도 알아? 우리 애는 너 만할 때 그런 말 쓰지도 않았는데!" 

옆에서 듣고 있던 엄마는 속으로 말한다. 

"말만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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