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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 2모로 국 50인분…유치원보다 나을 것 없는 어린이집 비리

비리 근절을 위한 시민사회 간담회

“외형상 관리되지만 교사 허위등록

영수증 부풀리기·부실급식 문제”

개인원장 소유 소규모 시설이 다수

내부고발 없이 비리 드러내기 어렵지만

지자체에 민원제기해도 실효성 없어

부정수급 등 처벌 못하는 법적 ‘헛점’도 

① 광주광역시에 위치한 가정어린이집엔 원장·원장 남편(교사), 교사 등 모두 세 명이 근무한다. 영유아 20명 이하를 보육하는 어린이집에선 원장이 보육교사를 겸할 수 있다. 원장은 따로 업무를 보고, 원장 남편은 실제로 근무하지 않은 채 허위 등록돼 있어 결국 교사 1명이이 세 개 반 아이들을 다 보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 노원구 어린이집에서 6시간 동안 일하는 교사는, 서류상으론 8시간 근무로 돼 있다. 임금·수당을 받은 뒤 현금을 원장에게 되돌려 주고 있다.

② 서울에 위치한 한 국공립 어린이집에선 교재 납품업체와 짜고 가짜 영수증을 끊는 경우가 잦다. 미술·체육 등 특기교육 제공하는 업체와 짜고 강사료를 부풀려 차액을 돌려 받는다. 또다른 어린이집 원장은 교재업체로부터 고가 선물을 받고 있다. 세종시에 위치한 직장어린이집에선 교사 휴게공간을 마련한다며 쇼파를 샀는데, 원장이 집에서 사용하던 것과 바꿔치기 했다.

③ 서울 용산구 국공립 어린이집에선 유기농 식자재를 사용한다고 광고하고, 보통 제품을 구입하게 한다. 여유분을 따로 구입하게 하지 않아, 아이들이 원해도 간식을 더 줄 수 없다. 또다른 서울 시내 어린이집 원장은 휴지·치약·식자재·라면 같은 생필품을 원장이 빼돌린다. 총 정원이 50명인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교사는 두부 2모로 국을 끓이는 것을 목격했다.

서진숙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14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 ‘어린이집 비리 근절을 위한 시민사회 간담회’에서 동료 보육교사들이 증언한 어린이집 비리 사례들을 공개했다. 지난 10월 공공운수노조가 보육교사 22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상담사례, 지난해 11월 출범한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 119로 접수된 상담사례 등을 종합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어린이집 비리는 크게 세 가지로 유형으로 나뉜다. 교직원 허위 등록을 통한 지원금 유용, 교재·교구 구입 및 특별활동 관련 영수증 부풀리기와 뒷돈 챙기기, 식자재 빼돌리기 같은 부실급식 문제이다.

■어린이집 비리의 특징? ‘드러내기 어렵다’

이날 간담회에 참여한 보육 전문가들은 어린이집 비리의 경우, 영수증 등 서류가 다 갖춰져 있어 내부고발 없이는 구체적인 비리가 드러나기 어려운 특징을 지닌다고 입을 모았다. 보건복지부 소관인 영유아보육법 규율을 받는 어린이집은, 유치원에 견줘 수입·지출 관리가 좀더 엄격하다. 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인 김남희 변호사는 “어린이집 보육료 단가는 정부가 전액 결정하고, 부모가 부담하는 보육료, 입학준비금이나 특별활동비 등 필요 경비에 대해서도 시·도지사가 상한선을 정하도록 돼 있다. 모든 어린이집은 정부·지자체와 연결된 보육통합정보시스템에 주기적으로 회계보고를 하도록 하는 등 겉으로는 관리가 잘 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각종 지출 비리·노동탄압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비리가 쉽게 드러나지 않을까? 원장 개인 소유의 소규모 어린이집이 다수이기 때문이라는 게 교사나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2017년말 기준으로 전국 어린이집 4만238곳 가운데 3만3701곳(83.8%)이 법인이 아닌 개인 소유의 어린이집이다. 국공립 어린이집의 경우도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84곳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위탁운영 중이며, 가운데 55%는 개인에게 위탁을 맡겼다. 서진숙 부위원장은 “국공립 어린이집을 위탁받는 개인들 중 55%는 10년 이상 장기 위탁을 받았다. 이러한 유형의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인권침해·비리를 외부로 알리는 길은 지자체에 민원을 제기하거나 폭로 밖에 없다. 그러나 지자체에 민원을 넣으면 다음날 원장실에 불려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설명했다. 보육통합정보시스템을 통해 정부·지자체와 어린이집 정보가 오가는데 이러한 시스템 접근 권한은 보육서비스 공급자로 지정된 ‘원장’만 지닌다. 원장 이름으로 등록된 공인인증서로만 시스템에 들어갈 수 있어 비리에 대해 구체적 증거 수집이 어려워 ‘목격한 정황’ 만 이야기할 수 밖에 없다고 교사들은 말했다.

서진숙 부위원장은 “한국어린이총연합회를 통해 원장들이 강하게 뭉쳐있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기초·광역자치단체 의원으로 당선된 어린이집 원장 출신은 47명이다. 내부고발자를 보호하고 지자체 지도·감독을 강화한다고 해도 비리 해결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개인이 어린이집을 마음대로 운영하고 있는데 공공 영역에서 보육을 맡는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남희 변호사는 일본의 경우 전체 보육소 가운데 민간 보육소가 전체 60%이지만, 개인이 아닌 법인격만 시설 운영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그는 “법인화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겠으나, 최소한 개인과 법인 재산 분리가 가능해진다. 일본이 보육소를 개인이 운영하지 못하게 한 건 시설 사유화와 전횡을 예방하기 위한 조처”라고 설명했다.

■ 영유아 허위등록하고 부실급식해도 처벌 못한다?

보육 현장에서 여러가지 비리가 일어나고 있으나 이를 처벌하거나 규제하는 데 헛점이 많은 상황이다. 우선 ‘무엇이 부실급식인지’ 규정이 따로 없다. 유기농 식자재를 먹인다고 하고, 실제로 이러한 음식을 먹이지 않아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지원금 부정이용이나 허위명세서 보고 등도 형사 처벌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모든 어린이집은 국가·지자체로부터 부모보육료(아이행복카드 결제)를 지원받는데, 지난 2014년 대법원은 정부돈인 부모보육료에 대해선 ‘보조금’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다. 어린이집이 국가나 지자체로부터 직접 지원받은 것이 아니라, 보호자의 결제를 통해 소유하게 된 돈이므로 목적과 용도가 정해진 보조금으로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아동인권위 소속 신수경 변호사는 “어린이집 비리 사건을 횡령·배임 등 형법상 쟁점으로 다룬다면 보조금·지원금 등 같은 용어나 회계처리 방식 차이 등을 이유로 잘못된 행동에 면죄부를 주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며 “어린이집 비리로 결국 부실보육·부실급식이 일어날 경우 ‘아동 인격권’을 침해한 불법행위·범죄라는 관점으로 규제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박현정 기자 

① 광주광역시에 위치한 가정어린이집엔 원장·원장 남편(교사), 교사 등 모두 세 명이 근무한다. 영유아 20명 이하를 보육하는 어린이집에선 원장이 보육교사를 겸할 수 있다. 원장은 따로 업무를 보고, 원장 남편은 실제로 근무하지 않은 채 허위 등록돼 있어 결국 교사 1명이이 세 개 반 아이들을 다 보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 노원구 어린이집에서 6시간 동안 일하는 교사는, 서류상으론 8시간 근무로 돼 있다. 임금·수당을 받은 뒤 현금을 원장에게 되돌려 주고 있다.

② 서울에 위치한 한 국공립 어린이집에선 교재 납품업체와 짜고 가짜 영수증을 끊는 경우가 잦다. 미술·체육 등 특기교육 제공하는 업체와 짜고 강사료를 부풀려 차액을 돌려 받는다. 또다른 어린이집 원장은 교재업체로부터 고가 선물을 받고 있다. 세종시에 위치한 직장어린이집에선 교사 휴게공간을 마련한다며 쇼파를 샀는데, 원장이 집에서 사용하던 것과 바꿔치기 했다.

③ 서울 용산구 국공립 어린이집에선 유기농 식자재를 사용한다고 광고하고, 보통 제품을 구입하게 한다. 여유분을 따로 구입하게 하지 않아, 아이들이 원해도 간식을 더 줄 수 없다. 또다른 서울 시내 어린이집 원장은 휴지·치약·식자재·라면 같은 생필품을 원장이 빼돌린다. 총 정원이 50명인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교사는 두부 2모로 국을 끓이는 것을 목격했다.

서진숙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14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 ‘어린이집 비리 근절을 위한 시민사회 간담회’에서 동료 보육교사들이 증언한 어린이집 비리 사례들을 공개했다. 지난 10월 공공운수노조가 보육교사 22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상담사례, 지난해 11월 출범한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 119로 접수된 상담사례 등을 종합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어린이집 비리는 크게 세 가지로 유형으로 나뉜다. 교직원 허위 등록을 통한 지원금 유용, 교재·교구 구입 및 특별활동 관련 영수증 부풀리기와 뒷돈 챙기기, 식자재 빼돌리기 같은 부실급식 문제이다.

■어린이집 비리의 특징? ‘드러내기 어렵다’

이날 간담회에 참여한 보육 전문가들은 어린이집 비리의 경우, 영수증 등 서류가 다 갖춰져 있어 내부고발 없이는 구체적인 비리가 드러나기 어려운 특징을 지닌다고 입을 모았다. 보건복지부 소관인 영유아보육법 규율을 받는 어린이집은, 유치원에 견줘 수입·지출 관리가 좀더 엄격하다. 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인 김남희 변호사는 “어린이집 보육료 단가는 정부가 전액 결정하고, 부모가 부담하는 보육료, 입학준비금이나 특별활동비 등 필요 경비에 대해서도 시·도지사가 상한선을 정하도록 돼 있다. 모든 어린이집은 정부·지자체와 연결된 보육통합정보시스템에 주기적으로 회계보고를 하도록 하는 등 겉으로는 관리가 잘 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각종 지출 비리·노동탄압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비리가 쉽게 드러나지 않을까? 원장 개인 소유의 소규모 어린이집이 다수이기 때문이라는 게 교사나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2017년말 기준으로 전국 어린이집 4만238곳 가운데 3만3701곳(83.8%)이 법인이 아닌 개인 소유의 어린이집이다. 국공립 어린이집의 경우도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84곳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위탁운영 중이며, 가운데 55%는 개인에게 위탁을 맡겼다. 서진숙 부위원장은 “국공립 어린이집을 위탁받는 개인들 중 55%는 10년 이상 장기 위탁을 받았다. 이러한 유형의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인권침해·비리를 외부로 알리는 길은 지자체에 민원을 제기하거나 폭로 밖에 없다. 그러나 지자체에 민원을 넣으면 다음날 원장실에 불려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설명했다. 보육통합정보시스템을 통해 정부·지자체와 어린이집 정보가 오가는데 이러한 시스템 접근 권한은 보육서비스 공급자로 지정된 ‘원장’만 지닌다. 원장 이름으로 등록된 공인인증서로만 시스템에 들어갈 수 있어 비리에 대해 구체적 증거 수집이 어려워 ‘목격한 정황’ 만 이야기할 수 밖에 없다고 교사들은 말했다.

서진숙 부위원장은 “한국어린이총연합회를 통해 원장들이 강하게 뭉쳐있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기초·광역자치단체 의원으로 당선된 어린이집 원장 출신은 47명이다. 내부고발자를 보호하고 지자체 지도·감독을 강화한다고 해도 비리 해결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개인이 어린이집을 마음대로 운영하고 있는데 공공 영역에서 보육을 맡는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남희 변호사는 일본의 경우 전체 보육소 가운데 민간 보육소가 전체 60%이지만, 개인이 아닌 법인격만 시설 운영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그는 “법인화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겠으나, 최소한 개인과 법인 재산 분리가 가능해진다. 일본이 보육소를 개인이 운영하지 못하게 한 건 시설 사유화와 전횡을 예방하기 위한 조처”라고 설명했다.

■ 영유아 허위등록하고 부실급식해도 처벌 못한다?

보육 현장에서 여러가지 비리가 일어나고 있으나 이를 처벌하거나 규제하는 데 헛점이 많은 상황이다. 우선 ‘무엇이 부실급식인지’ 규정이 따로 없다. 유기농 식자재를 먹인다고 하고, 실제로 이러한 음식을 먹이지 않아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지원금 부정이용이나 허위명세서 보고 등도 형사 처벌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모든 어린이집은 국가·지자체로부터 부모보육료(아이행복카드 결제)를 지원받는데, 지난 2014년 대법원은 정부돈인 부모보육료에 대해선 ‘보조금’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다. 어린이집이 국가나 지자체로부터 직접 지원받은 것이 아니라, 보호자의 결제를 통해 소유하게 된 돈이므로 목적과 용도가 정해진 보조금으로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아동인권위 소속 신수경 변호사는 “어린이집 비리 사건을 횡령·배임 등 형법상 쟁점으로 다룬다면 보조금·지원금 등 같은 용어나 회계처리 방식 차이 등을 이유로 잘못된 행동에 면죄부를 주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며 “어린이집 비리로 결국 부실보육·부실급식이 일어날 경우 ‘아동 인격권’을 침해한 불법행위·범죄라는 관점으로 규제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박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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