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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을 넘은 수 세기, 쉽지 않아요.

“엄마, 달님이는 수를 이렇게 센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열하나, 열다섯, 열둘!”

달님이는 다섯 살인 사촌동생이다. 일곱 살이 된 해님이는 이제 약간의 도움만 받으면 백까지 셀 수 있다. 사촌동생 수 세기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해님이의 말을 옆에서 듣고 있던 열 살 누나가 한 마디 한다.

“너도 걔 만할 때는 그랬거든”

해님이가 만 4년 1개월경의 일이다. 해님이가 두꺼운 책을 방바닥에 놓고 앉아서 뒤적인다. 멀찌감치 떨어져서 보고 있던 누나가

“몇 장이야?”

하고 묻는다. 해님이가 그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헤아린다.

“한 장, 두 장, 세 장, 네 장, 다섯 장, …, 열 장”

제법 잘 한다. 이어서

“열두 장, 열다섯 장, 열일곱 장, 스무 장”

옆에서 누나가 까르르 웃는다.

“열두 장, 열다섯 장, 스무 장이래, 낄낄낄.”

엄마는 속으로 말한다. “너도 동생만할 때는 그랬거든!”

엄마가 보기에는, 한 장 한 장을 제대로 넘겨가면서 수를 세는 것, 열까지는 틀리지 않는다는 점, ‘스무 장’이라는 말을 사용한 점 등이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수말 사이의 규칙이 몸에 배어, 열을 넘은 수를 말할 때, 수말을 건너뛰기는 해도, 하나, 둘, 셋 등이 나름 크기 순서대로 등장한다. “열두 장, 열다섯 장, 열일곱 장”처럼.

4년 5개월 경, 집근처 소방서를 지나칠 때의 대화이다.

해님: (소방서의 소방차를 보고) 소방차가 불 끄러 안 갔네.

누나: 엄마, 소방서는 얼마나 많을까?

해님: 소방서는 몇 대야?

누나: 몇 대가 아니라 몇 개겠지.

해님: 엄마, 소방서는 몇 개야?

해님: 스물아홉 개야?

누나: 그보다 많겠지.

해님: 열두 개야?

누나: 그럼 더 작아지는 거지.

해님: 그럼, 다섯 개야?

누나: 너는 숫자도 모르냐?

(잠시 침묵이 흐른다.)

해님: 엄마, 그럼 지구만큼 많아?

해님이의 마지막 말, ‘지구만큼 많아?’라는 말을 듣는 순간, 엄마 머릿속이 복잡하다. 아이는 자신이 생각한 양을 적절하게 나타내고 싶어 여러 수말을 끄집어내는데 자꾸 옆에서 그게 아니라고 한다. 결국 수말을 포기한다. 그래도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뭔가’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야 할 것 같다. 잠시 침묵이 흐르는 사이, 아이에게 ‘지구’가 떠오른다. 자신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큰 구체물인 ‘지구만큼’을 사용하여 수말을 대신한다. 누나도 그 말에 토를 달지 않는다.

4년 7개월경. 저녁에 밥을 짓는데 여덟 살 누나가 엄마를 도와준다고 하자, 해님이가 더 나선다. 밥솥을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놓고 불을 켜려는 순간 누나가 자신이 켜고 싶단다. 그래서 하라고 했더니, 해님이도 해보고 싶단다. 누나가 불을 켜면서

“너는 일곱 살 되어야 할 수 있어”

라면서 못하게 한다. 해님이가 묻는다.

해님: “그럼, 여덟 살 되면?”

누나: “당연히 할 수 있지.”

해님: “그럼, 아홉 살 되면?”

누나: “그것도 당연히 할 수 있지.”

해님: “그럼, 열 살 되면?”

누나: “그것도 당연하지.”

엄마는 해님이에게서 그 다음 질문으로 “열한 살”이 나올까 궁금하다.

해님: “그럼, 한 살 되면?”

누나: “그때는 안 되지. 애기가 할 수 있냐?”

해님: “그럼, 백 살 되면?”

누나: “그때도 안 되지. 할아버지 돼서 누워 있어야 하니까.”

열을 넘는 건 아직 자연스럽지 않다. ‘현재 다섯 살. 다섯을 두 번 합하면 손가락 수인 열인 된다. 그래서 열까지만 잘 하는 걸까?’ 다소 논리가 서지 않는 생각을 하면서, ‘여섯 살이 되면 열을 넘은 수들을 세는 것이 자연스러워질까?’ 기대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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