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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를 보면서도 자꾸만 해요

» 한겨레 자료사진

준영이는 블록놀이를 좋아한다. 같은 색깔의 블록을 나란히 늘어놓는가 하면, 차곡차곡 쌓아올리기도 하고 엄마에게 와서 집이나 비행기 모양을 만들어달라고 하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준영이는 블록을 갖고 놀기보다 던지고 부수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건드리거나 밀었을 때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가 재미있는 것 같기도 하고, 깜짝 놀라는 엄마의 표정을 보고 싶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문제는 그러지 말라고 타이르고 심지어 야단을 쳐도 이런 행동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도 막무가내로 하는 게 아니라 엄마 눈을 쳐다보며 살금살금 눈치를 보고 마치 엄마를 시험하듯이 하는 게 엄마 입장에서는 여간 약 오르는 게 아니다. 눈치를 보다 엄마 표정이 험악해지면 얼른 내민 손을 거두고 언제 그랬냐는 듯 천연덕스럽게 다른 놀이를 하거나 엄마에게 다가와 “엄마, 저게 뭐야?”라며 딴소리를 하기도 한다.

하지 말라면 하지 말거나 꼭 하고 싶으면 말을 하면 될텐데 왜 눈치는 보면서 하지 말라는 걸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엄마에게 반항하는 건지, 엄마가 만만해서 그러는지, 뭐든 제멋대로 하려고 하는 건지 엄마 마음은 답답하기만 하다.

하고 싶은 걸 못하게 하거나 하기 싫은 걸 억지로 시킬 때 아이들의 반응은 마지못해 따르거나 싫다며 떼를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랬던 아이가 조금 더 크면 살금살금 눈치를 보며 하지 말라고 했던 행동을 계속하거나 혹은 놀이를 계속하며 부모의 말을 못 들은 척 하기도 한다. 마치 엄마를 시험해보는 것 같은 아이들의 행동은 엄마를 당혹스럽게 만들 때도 있고, 화나게 할 때도 있다. 이젠 컸다고 엄마 말을 대놓고 무시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다가도 저 어린 게 설마 그렇게까지야 할까 싶은 마음 사이에서 우왕좌왕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성장할수록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 사이에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즉, 지금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안 된다고 하는 엄마의 말투에서 ‘이번만 봐줄까?’하는 갈등을 읽어내기도 하고, 지금 씻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두세 번은 봐줄 것 같은 만만함을 엿보기도 한다. 다른 사람의 표정을 읽어내고 마음을 파악하는 능력이 성장한 아이는 미세한 억양의 변화나 엄마 얼굴의 눈동자에 확신의 빛이 사라지는 걸 알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엄마가 말로는 “이번엔 안 돼.”라고 말하면서 표정으로는 ‘네가 계속 조르면 엄마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메시지를 읽어낸 아이는 엄마가 하는 말에 따를지 표정에서 알아차린 메시지대로 할지 망설이게 된다. 이 때 하는 행동은 흘낏흘낏 엄마의 표정을 살피며, 억양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계속 살피게 되고, 이런 행동은 엄마에게 엄마를 떠보고 간보는 것처럼 느껴진다.

부모가 아이에게 해주어야 할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행동에 대한 분명한 경계를 그어주는 것이다. ‘하루에 사탕을 두 개까지는 먹을 수 있지만 그 이상은 안 돼’라거나 ‘9시 이후에는 TV를 꺼야 해’라는 규칙을 정하고 이에 따르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말로 정한 규칙과 엄마가 실제로 하는 행동 사이에 차이가 있게 되면 아이는 경계가 분명치 않다고 느끼게 된다. 경계를 확인하기 위해서 아이들이 하는 행동은 그 경계선 밖으로 넘어가보는 것이다. 경계선을 넘었을 때 바로 제재와 훈육이 이루어지만 아이는 그 한계를 경계로 받아들인다. 하루에 사탕은 두 개 까지만 먹을 수 있다고 들은 아이가 한 개 더 먹겠다고 졸랐을 때 엄마가 단호하게 요구를 거절하면 아이는 하루 두 개를 경계로 받아들인다. 그렇지만 어떤 날은 하나를 더 주고, 손님이 왔을 때는 두 개까지 주었다면 아이는 하루 두 개를 경계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경계는 모호하고, 언제라도 넘을 수 있는 것이며, 경계를 넘는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인지까지도 아이는 금방 배워버린다. 

부모가 정한 규칙이 아이에게 효과가 있으려면 말로 정한 규칙과 부모의 제재하는 행동이 일치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경계선이 분명하게 그어진 굵은 실선으로 느껴진다. 상황에 따라, 엄마의 기준에 따라 달라지는 기준은 가늘게 그어진, 언제라도 넘어갈 수 있는 점선에 불과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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