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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호르몬 요법’

뉴런의 시냅스끼리의 정보전달은 1000분의 1초도 안되는 순간에 이루어지는데 이 시냅스를 따라 빠르게 정보를 전달하는 물질을 신경전달물질이라고 한다. 약 50종류의 신경전달물질이 있는데 공부와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은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 엔도르핀, 아세틸콜린, 도파민 등이 대표적이다. 각각의 특징을 알아본다.

◆ 집중력을 발휘하는 노르에피네프린: 노르에피네프린은 긴장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생기는 호르몬이다. 아이가 긴장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처음에는 뇌가 맑아지고 집중력이 생기는데 아이의 학업성취도를 높여주고 순발력이 있게 행동하도록 돕는다. 특히 인간이 위험에 처했을 때 자신의 능력 이상의 힘을 보이는 것은 노르에피네프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이가 차에 깔렸을 때 엄마가 순간적으로 차를 들어 올릴 수 있는 괴력을 발휘한다면 노르에피네프린이 역할을 한다. 노르에피네프린은 극복이 가능한 일시적 스트레스 상황에서 집중력을 높이고 삶의 활력을 준다. 그래서 약간의 스트레스는 오히려 학업성취도를 높이는 것이다. 그러나 극복이 불가능할 정도의 심한 스트레스는 아이의 면역력을 떨어뜨려 질병을 일으킬 수도 있다.

노르에피네프린이 과도하게 분비되었을 때는 화가 머리끝까지 뻗치고, 두통, 심장의 두근거림, 식은땀, 호흡곤란이 올 수 있으며 나중에는 질식하거나 경련을 일으키기도 한다. 일상생활에서도 노르에피네프린의 분비를 자극시킬 수 있는데 롤러코스터를 타거나, 번지점프를 할 때 이 호르몬이 나와 극한의 상황을 극복하는 성취감과 스릴을 맛볼 수 있다. 따라서 노르에피네프린은 주의나 경계에서 중요하다. 주의나 경계 때에는 노르에피네프린으로 인하여 대뇌겉질의 활동이 전체적으로 높아져 외부의 정보를 적절하고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다. 노르에피네프린은 수용체를 통해 주위의 뉴런을 조절한다. 이 조절이 잘 되지 않으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가 생기고 우울 증상이 나타난다.

◆ 정서를 안정시키는 세로토닌: 세로토닌은 아이의 정서에 깊이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로 수면이나 기억, 식욕 조절 등에 관여하며 아이에게 생기와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이 호르몬은 행복을 느끼게 하는데 이 호르몬이 부족하면 우울증에 걸리기 쉽고 자극이나 통증에 민감해진다. 세로토닌이 유발하는 감정은 격정적인 기쁨보다는 햇살이 비치는 창가에 앉아 꾸벅꾸벅 조는 여유로운 행복에 가깝다. 또한 세로토닌은 감정을 가라앉혀주는 기능을 하는데 공격성을 나타내는 노르에피네프린, 중독성이 있는 엔도르핀과 도파민의 과잉 분비를 조절한다. 세로토닌이 부족한 아이들은 쉽게 공격적이 되거나 격정적인 흥분에 빠지기 쉽다.

세로토닌이 충분히 나오면 자기 감정을 관리할 수 있는 힘이 생기며 집중력도 강해진다. 최근 세로토닌은 행복호르몬으로, 혹은 공부호르몬으로 세간에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세로토닌은 햇빛을 받거나 충분한 수면을 취하거나 철결핍성 빈혈이 없으면 높아지는데 세로토닌은 어느 정도 과잉으로 분비가 되면 반대물질이 나와서 항상성을 유지한다. 따라서 세로토닌을 높이기 위해 하루종일 바깥에서 놀면서 햇빛을 받거나 필요한 수면시간 이상으로 잠을 자거나 철분을 과잉으로 섭취하는 것은 소용이 없다.

◆ 학습동기를 일으키는 엔도르핀: 인간의 뇌에서 분비되는 각종 호르몬 중에는 ‘뇌내 모르핀’이라고 불릴 정도로 쾌감을 유발하는 호르몬들이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잘 알려진 β-엔도르핀이다. 엔도르핀은 단순히 기분만 좋게 해 주는 것이 아니라 늙지 않게 하고 자연치유력도 높여주는 약리효과가 있다. 특히 고차원적인 욕구를 채울 경우 엔드로핀이 많이 분비되어 최고의 쾌감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서로를 향한 사랑과 관심, 동정심 같은 감정이 엔도르핀을 많이 분비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을 도우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이 엔도르핀 때문이다. 뇌과학자들은 사회적으로 상호협력을 할 때 뇌의 쾌감중추가 자극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사회적 협력을 유발하는데 널리 이용되는 게임을 하는 동안 뇌를 fMRI로 뇌활성도를 측정하였더니 측좌핵과 이마엽 등 쾌감을 유발하는 뇌의 보상회로가 활성화되었다. 이렇듯 이타성이나 상호협력 등이 쾌감을 일으키기 때문에 이런 행동을 더욱 반복하는 것이다. 아이가 기쁘거나 즐거울 때, 혹은 특별한 감정이 들 때에 얼굴 근육을 움직여 일정한 표정을 짓는데 이것이 바로 웃음이다. 웃음은 긴장으로부터 벗어나게 하고 엔도르핀을 높여 쾌감을 맛보게 한다. 아이들도 찡그린 상태에서 공부하기보다는 웃으면서 공부하는 것이 집중력이나 기억력에 좋다.

◆ 기억력에 중요한 아세틸콜린: 자율신경이 흥분하면 교감신경의 경우에는 노르에피네프린이, 부교감신경의 경우에는 아세틸콜린이 분비된다. 일반적으로 교감신경은 뇌에 가까이에 있으므로 노르에피네프린의 작용은 광범위하고 지속적이다. 반면, 부교감 신경은 내장에 극히 가까운 부분에 있기 때문에 아세틸콜린의 작용은 국부적이고 지속시간이 짧다. 아세틸콜린을 만드는 뇌의 부위는 해마와 시냅스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아세틸콜린이 많으면 해마가 활성화되어 기억력이 좋아진다.

따라서 아세틸콜린은 기억, 학습, 각성 등의 작용을 높인다. 아세틸콜린이 들어있는 음식으로는 콩, 두유, 두부, 달걀 등이 있다. 콩과 달걀은 레시틴을 다량 함유하고 있는데 레시틴에 의해서 신경자극 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이 뇌에 들어가 기억력이 좋아진다. 완전식품으로 통하는 계란은 훌륭한 단백질 공급 식품이다. 특히 계란 노른자에 든 콜린은 기억력 발달을 돕는다. 콜린은 세포막을 구성하는 레시틴의 재료도 된다. 계란 노른자에 함유된 레시틴은 기억력을 높이고 치매 예방한다.

◆ 창의력을 샘솟게 하는 도파민: 뇌는 새로운 것을 좋아한다. 대표적인 쾌락의 물질 중 하나인 도파민은 새로운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분비가 활발해지면 집중력이 높아지며 탐구력과 창의력이 발휘되기도 한다. 도파민이 분비되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데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뇌는 학습경험이 기분 좋으면 도파민을 분비하여 학습을 지속하려고 한다. 도파민이 분비되려면 아이가 좋아하거나 잠재력이 있는 영역에서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또한 자기 수준의 것보다는 약간 높은 단계의 성취를 달성할 때 많이 분비된다. 학습향상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성취를 할 때 스스로 한 것에 대해서는 더 많은 도파민이 분비된다. 여기에 부모가 칭찬까지 한다면 아이는 기분 좋은 학습경험을 다시 하려고 반복할 것이며 도파민이 분비되어 지칠 줄 모르고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이 반복되는 학습으로 인하여 뉴런의 신경망이 증식되고 새로운 신경회로도 만들어질 것이다. 이것이 소위 도파민 학습법이라고 하다. 더구나 도파민은 반대물질이 없기 때문에 아무리 많이 생성된다고 하더라도 도파민을 억제하려는 물질이 생성되지 않는다.

아이는 끊임없이 학습을 탐닉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도파민은 양날의 칼과 같은 호르몬이어서 잘못 다루면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흥분과 쾌락을 추구하던 도파민은 무언가에 익숙해지는 순간부터 분비가 감소된다. 분비가 줄어들면 아이는 기분이 나빠지고 허전해진다. 그러면 아이는 흥분과 쾌락을 느끼기 위해 새로운 것을 추구하게 되고 그래서 아이가 게임이나 인터넷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익숙한 것보다는 새로운 쾌감, 더 강한 자극을 찾다가 도파민에 중독되는 것이다. 공부를 할 때 앉아서 하다 서서 하기도 하고, 방안을 돌아다니거나 소리 내 읽기도 하고, 필기를 하면서 외우는 것도 익숙해지면 줄어드는 도파민을 올리기 위해서이다.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장 김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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