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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하면 아이의 기억력 쑥쑥

태아도 기억을 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드캐스퍼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아기는 임신 중에 읽어준 책 내용을 신생아 시기에 기억한다고 한다.

연구자들은 엄마들에게 일주일에 두 번씩, 6주에 걸쳐 라는 동화를 태아에게 읽어주라고 지시했다. 6주가 지난 뒤 실험에 참여한 신생아들에게 와 다른 동화를 번갈아 들려주었다. 그러자 아기들은 를 들려줄 때 일제히 반응을 보였다. 즉, 아기들은 지난 6주 동안 들은 이야기를 기억한다는 것이다. 이 실험은 아기들은 태어나기 이전, 엄마의 뱃속에서 듣는 소리를 기억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아기들이 기억하는 것은 이야기의 줄거리가 아니라 엄마의 목소리다. 책을 읽어줄 때의 억양과 리듬을 기억하는 것이다.

이렇게 태아 때부터 기억력을 가지고 있다는 보고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36개월 이전의 일을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아기의 기억력과 성인의 기억력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즉 성인의 기억은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데 비해 아기의 기억은 감각적이고 비논리적이다. 경험조차도 체계적이고 언어적으로 이해되어야만 오래 기억되는데 36개월 이전의 기억은 날아가버린 것이 아니라 불안정한 저장 방법으로 인하여 의식되지 않은 채 뇌속에 남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의식하지 못했던 어릴 적 경험이 떠오르기도 한다. 성인들도 처음 가본 곳인데 언젠가 한 번 와보았던 장소처럼 느껴질 때가 있을 것이다. 의식하지 않고 이뤄지는 기억은 우리가 막연히 친숙하다고 느낄 때 주로 나타난다. 이렇듯 아이는 낯익은 것을 이유 없이 선호하게 되는데 여기에 의식하지 않은 기억이 작동을 한다.

기억에는 이렇게 의식하지 않은 채 기억되는 것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일화기억과 절차기억이다. 일화기억이라는 것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했다는 내용에 대한 기억이고, 절차기억이라는 것은 예를 들어 자전거 타기와 같이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뇌가 어떻게 하는지를 기억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 어린이날에 뭐 했어?” “네 생일날 있었던 일 알지?”라고 물어보면 누구나 일화기억을 이용하여 쉽게 대답할 수 있다. 일화기억은 생활에서 경험한 내용을 기억하는 것이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쉽게 기억한다. 심지어는 자질구레한 내용까지 다 기억한다. 일화기억은 이름이나 숫자, 날짜, 팩트에 대한 의미기억과는 다른 뇌 영역에서 처리된다. 이렇듯 아이는 자기가 학습하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하기도 하고, 대로는 학습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기도 하는 것이다.

의식하지 못하고 학습하는 것에는 운동기술과 움직임에 대한 기억인 절차기억이라는 것도 있다. 절차기억은 뇌의 깊숙한 곳에 존재하는 데 출생 시에는 미숙하지만 생후 3개월만 되도 기능을 한다. 아기들은 의식하지 않고도 장난감을 어떻게 잡아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지 알게 되며 기기, 서기, 그리고 걷기도 이 절차기억을 통하여 학습하게 된다. 로봇 조립하기, 문서작성기로 글쓰기, 자전거 타는 법은 절차기억을 통해 익힌다. 초등학생들에게도 절차기억은 중요한데 수학, 음악, 미술, 과학 등 모든 과목에서 매우 중요하다. 절차기억은 복잡한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이런 운동 기술을 배우는데 사용되는 뇌의 영역은 상당히 넓다. 아이들은 어떤 규칙에 의해 만들어진 체계적인 구조에 노출되면 의식적으로 학습한 규칙을 떠올리지 않아도 복잡한 규칙을 학습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의식하지 않는 기억을 이용하여 학습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 오감을 이용하라. 아이는 감각 자극을 보다 잘 기억한다. 특히 두 가지 이상의 감각 자극이 동시에 주어질 때 아이는 더 정확하게 기억한다. 예를 들어 춤을 추면서 노래를 부르면 노래만 부르는 것보다 더 자세하고 오랜 기간 기억할 수 있다.

- 실험과 체험을 통하여 공부하라. 이것도 역시 일화기억이 역할을 하는 것이다. 특히 수업 중에 질문을 하는 것이 좋은데 질문을 했다는 경험, 즉 일화기억이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친구에서 설명하는 것도 경험이고 인형에게 가르치는 것도 경험이다.

- 추억을 되살려 주어라. 아이가 더 어렸을 때의 사진이나 동영상이 있을 것이다. 추억이 되는 기록들을 자주 보여주고 내용도 설명하고 대화도 하면 의식하지 않고 저장되었던 기억이 떠올라 기억을 더욱 완전하게 해준다.

- 일상적인 경험을 규칙적으로 하여 예측하게 하라. 일상적인 경험도 규칙적으로 하면 기억력을 향상시킨다. ‘매일 아침 8시에 일어나서 양치질을 하고 오전 10시에는 뽀로로를 보고, 오후 4시에는 산책을 나가고 오후 9시에는 잠자리에서 책을 읽어준다.’라는 일상의 순서는 아이가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예상할 수 있게 한다. 심부름도 정기적으로 시켜서 몇 번 반복하면 의식하지 않고 기억하게 된다.

- 주변 환경을 새롭게 바꾸어라. 아이는 주변의 환경과 일상생활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기 때문에 주변 환경을 새롭게 바꾸어주면 그에 따른 새로운 기억을 갖게 된다. 단, 너무 급작스러운 변화는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 있으므로 장난감, 모빌 등 단순한 것부터 조금씩 바꾸어보자. 또 매일 다니던 길이나 장소도 바꾸어 보면 기억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 혼자 공부하게 하지 말고 설명해줘라. 혼자 공부하는 것도 좋지만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면 기억에 도움이 된다. 선생님의 설명을 들은 것이 일화기억을 작동시켜 의미기억에 힘을 보태기 때문이다.

- 충분히 연습하게 하라. 아이는 자랄수록 학교나 가정에서 장기기억에 저장된 정보에 더욱 빠르고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아이가 장기기억에서 꺼내야 하는 많은 정보는 필요할 때 바로 꺼낼 수 있어야 하며, 시간과 힘이 들어서는 안된다. 가령 기본적인 수학적 규칙을 기억해 내기 위해 한참을 생각해야 한다면 수학문제 풀기가 어려울 것이다. 자동화가 되어있어야 한다. 수학적 사실이든, 철자법이든, 자판 두드리기든 매일 규칙적으로 연습을 해야 한다.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장 김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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