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건강·생활»콘텐츠

무력감 수렁에 빠진 아이 구하기

“표정이 어두워요.” “끝없이 먹으려고 해요.” “잠만 자려고 하네요.” “학교 가기를 거부해요.” “짜증을 잘 내요.” “컴퓨터 게임만 하려고 해요.”

아이들이 갑자기 이런 행동을 보이면 부모는 당황하게 된다. 활발하고 적극적인 아이가 갑자기 무력감에 빠져서 해매기 시작하면 부모는 이유를 몰라 당황하게 된다. 아이들이 우울증이라도 걸린 것일까? 이렇게 무력감에 빠진 아이들을 살펴보면 성인들이 겪는 우울증하고는 다른 모습이다. 성인들은 우울하면 식욕이 떨어지는데 이 아이들은 많이 먹고, 성인들이 잠을 잘 못자는데 이 아이들은 잠을 많이 잔다. 성인들이 아무 하는 일없이 멍하니 있는데, 이 아이들은 인터넷이나 컴퓨터 게임에 몰두한다. 부모는 아이가 이런 행동을 보이면 초죽음이 된다.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어 우왕좌왕하게 되고, 아이가 나쁘게 될까봐 잔소리를 해대거나 심지어는 체벌을 하는 경우도 있다.

왜 아이들은 무력감에 빠지는 것일까? 아이들은 열심히 노력해도 노력한 대가를 얻을 수 없을 때 무력감에 빠진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성과가 없는 경험이 반복되면 아이들은 모든 상황에서 무기력해진다. 부모가 대안을 제시해 주지 않고 잔소리와 처벌만 계속 하는 경우 처음에는 부모를 기쁘게 하려고 혹은 부모에게 혼나지 않으려고 부모의 말을 듣지만 시간이 지나면 수동적이 되고 아예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하지 않는 무력감에 빠지게 된다. 이런 아이들에게 학습동기를 갖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목표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인생의 목표를 성취하려는 계획과 구체적이고 전략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따라서 여러 단계로 정해지는 목표가 있어야 하며 구체적이어야 한다. 그렇게 되어야만 우리의 뇌가 실제로 꿈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 목표의 중요성에 관해서는 1953년 예일대 졸업생의 목표 설정에 관한 연구가 있다. 졸업 22년 후인 1975년을 기준으로 볼 때 구체적인 목표를 세운 3%의 학생들이 나머지 97%의 졸업생들을 전부 합친 것보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당장 공부할 분량에서부터 목표를 구체적으로 종이에 적어보자. 처음에는 여유 있고 간단하게 적어도 좋다. 단계적으로 세부적인 것을 하나하나 채워보자. 목표를 구체적으로 정해야 성취도가 높아진다.

둘째, 적절한 상과 벌이 있어야 한다. 부모들은 오랫동안 아이의 학습동기를 위해 노력해왔고, 이를 위한 방법으로 캔디, 스티커, 타임아웃, 칭찬, 점수 등을 널리 사용해왔다. 바람직한 행동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긍정적 강화를 하고 부정적 행동을 없애기 위해서는 그런 행동을 무시하거나 벌을 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외적 동기는 단편적인 학습에 주로 효과적이고, 그 효과 또한 오래가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뇌는 간단한 과제와 복잡한 문제해결 과제에서 보상에 반응하는 방법이 많이 다르다. 단편적이고 간단한 학습은 외적 동기에 의해 단기적으로 촉진되지만, 더 복잡한 학습은 외적 동기에 의해만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뇌에는 내적 동기유발체계가 있어서 스스로 어떤 행동을 하도록 동기유발될 수 있는데 외적 보상이 주어질 경우에는 내적 동기에 의존하기보다는 외부에서 주어지는 보상이나 벌에 기울어지고 그에 의존하게 된다. 이 때 아이는 보상을 얻거나 벌을 피하기 위해 쉽고 확실한 반응만 하기 때문에 깊이 생각하지 않고 단편적으로 반응을 한다. 지나친 칭찬 역시 아이들의 동기를 왜곡시킨다. 아이들은 단지 칭찬을 듣기 위해 뭔가를 시작할 뿐 본질적인 즐거움을 놓치고 만다. 칭찬을 많이 받은 아이들은 모험을 싫어하고 자율적이지 못하고 과제를 지속하는 시간도 줄어든다. 아이가 칭찬에 의존하게 되면 부모의 눈치를 더욱 많이 살피게 되며 대답을 질문처럼 하게 된다. 무엇을 시도하기 전에 성공하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이 앞서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칭찬도 적당히 하여야 한다.

셋째, 결과에 대한 피드백이 있어야 한다. 뇌는 외적 동기를 줄 때보다 신기하거나 관련성이 있거나 과제수행에 대한 피드백이 주어질 때 만족해한다. 이를 위해서는 과정이 더 중요한 프로젝트를 제공해야 하며 이를 통하여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그런 활동이야말로 내적 동기를 움직일 수 있다. 외적 동기에 의한 행동 변화의 지속시간이 짧은 것은 학습내용이 아이의 변연계 수준까지 내면화되지 못하고 대뇌겉질에 머물다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학습과제 자체가 흥미롭고, 의미 있는 내용일 경우에는 정서적 기억을 담당하는 편도체가 그 학습 과제를 즐거운 것으로 수용하여 동기유발이 용이할 뿐만 아니라 기억에도 효과적이다.

넷째, 성공 경험이 필요하다. 사실 모든 아이들이 어려운 상황을 똑같이 반응하는 것은 아니다. “역시 난 안 돼.” “노력하니까 되는데.” 시험을 보고 난 후 아이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시험을 잘 본 아이는 신이 나고 시험을 못 본 아이는 낙담할 것 같지만 시험을 잘 본 아이들이 모두 다 만족하는 것도 아니고 시험을 못 본 아이들이 모두 다 실망하는 것은 아니다. 시험 결과가 나쁜 아이들 중에는 마음을 가다듬고 다음 시험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결심을 하는 아이가 있는 반면 아예 공부를 포기하는 아이도 있다. 왜 그럴까? 아이들이 지니고 있는 낙관성의 차이이다. 낙관적인 아이들은 시험을 잘 못 치러도 절망하지 않고 다음 시험을 준비하고 시험을 잘 본 경우에는 그 결과에 충분히 만족해하며 즐긴다. 낙관적인 아이들은 나쁜 일은 일시적이고 시간이 지나면 지나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좋은 일은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에게 성공 경험과 낙관성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장 김영훈

Next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