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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2개월, 수의 순서를 알아가요

■ 3년 2개월

사과를 한 개 먹으면서 "내가 한 개 먹는다"라는 말을 한다. 엄마가 내친 김에 물어본다.

엄마: "누나도 먹으면 몇 개야?", 해님이: "두 개“

엄마: "엄마도 먹으면 몇 개야?", 해님이: "세 개"

엄마: "아빠도 먹으면 몇 개야?", 해님이: "네 개"

‘한 개’ 다음에 ‘두 개’, 그 다음에 ‘세 개’, 그 다음이 ‘네 개’라는 것을 안다. 수의 순서가 어느 정도 아이의 머릿속에 자리를 잡았다. 2년7개월경 아이는 “하나둘셋넷다섯여섯일곱여덟아홉열”까지 읊을 수 있었다. 그렇게 읊었던 수가 이제는 수의 순서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수의 순서를 말할 수 있는 것과 어떤 양의 개수를 말할 수 있는 것은 다르다. 여전히 ‘O O O’를 두고 “세 개”라고 말하지 못하며, ‘O O O O’를 두고 "네 개"라고 말하지는 못한다. 어떤 양의 개수를 말하게 되기까지 더 많은 기다림이 필요하다.

■ 3년 6개월

자기 전에 읽는 동화책에 "하나, 둘, 셋, 넷, 다섯"이라는 구절이 있다. 천천히 읽자니, 해님이가 혼자서

"여섯"

이라고 다음 수를 말한다. 가만히 두고 본다. 어디까지 셀까?

"일곱, 여덟"

그 다음에 훌쩍 건너뛰어 센다.

"열하나, 열둘, 열셋".

수 세기가 멈추자, 엄마는 동화책의 다음 구절을 읽어 준다.

아이의 수 세기가 이제 열을 넘어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것도 무려 열셋까지! 또한 ‘열하나, 열둘, 열셋’이라고 세는 것을 보니, ‘하나, 둘, 셋’ 간의 순서는 확실히 자리 잡은 것 같다. 만약 스물을 알고 있다면, ‘스물하나, 스물둘, 스물셋’이라고 자연스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3년 6개월

밥을 먹는데, 해님이가 배가 부르다면서 안 먹겠다고 한다.

"세 번만 더 먹어"

라고 하니 되돌아온 답,

"일곱 번만 먹을게. 세 번은 너무 많아."

엄마는 속으로 하하하 웃는다.

해님이는 밥을 아귀아귀 입안으로 밀어 넣는다. 밥을 모두 다 먹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연달아 수를 읊을 때는 일곱이 셋 앞에 나올 리 없지만, 그것들을 낱낱으로 떼어 적용할 때는 헛갈리기도 하고 순서가 제대로 의식되지 않기도 하는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입에 배어 자연스레 한 덩어리로 읊었던 것을, 열 개의 독립적인 숫자로 알고 숫자들 간의 관계를 적절히 사용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 3년 9개월

3층짜리 건물에 들어섰다. 한 층 한 층 올라가 3층까지 왔다.

"삼층이네"

라고 말하자, 해님이가 작은 머리를 들어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는 계단을 쳐다보며

"사층은?"

이라고 말한다.

한 개 다음에 두 개, 그 다음이 세 개, 그 다음이 네 개인 것을 알고, 또한 일층 다음에 이층, 그 다음이 이층, 그 다음이 삼층, 그 다음이 사층임도 안다.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수를 읽는 방법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 둘, 셋, 넷과 같이 한글로, 일, 이, 삼, 사와 같이 한자로 읽는 것이다. 아이들은 두 가지 방법을 모두 익힌다. 삼층 다음을 ‘네 층’이라고 말하지 않고 관습에 맞게 ‘사층’이라고 하는 아이를 보면서, 언어생활의 은근하면서도 강력한 힘이 새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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