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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석의 내가 사랑한 그림책] 구름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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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백희나 작가의 은 이제 신화가 되었다. 와 이후 영화관에서 한국 영화가 일방적으로 밀리지 않게 되었듯 은 우리나라 창작 그림책에 대한 호의적 시선을 폭넓게 심어 주었다. 비록 저작권과 관련한 불편한 뒷이야기가 찜찜하긴 하지만 그것이 이 작품 자체의 가치를 떨어뜨릴 순 없는 일이다.

은 영리한 그림책이다. 부모가 좋아하는 이야기 전개와 아이들이 좋아하는 환상이 잘 버무려져 있다. 인형을 사진으로 찍어 콜라주를 만드는 참신한 기법을 사용하면서도 한없이 귀여운 캐릭터들이기에 받아들이기에 부담이 없다. 유명한 상을 받은 그림책도 막상 사보면 새롭긴 해도 익숙하지 않아 흥미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내용에 있어서도 사회와 가정의 갈등을 정면으로 다루곤 해 그림책 초보자인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읽어주며 부담을 느낀다. 부모들은 그림책 전문가가 아닌 이제 막 그림책을 몇 권 사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부모들에게 이 그림책은 세련되면서도 따뜻하다. 그림책의 세계로 이끌어주기 안성맞춤이다.

아이들은 중력이란 말은 모른다. 그러나 자기 발은 늘 땅에 닿아 있고, 하늘로 날아오를 수 없음은 잘 안다. 조금이라도 더 크고 싶은 아이의 소망은 높이를 그리워한다. 엄마, 아빠처럼 위에서 내려다보면 더 좋을 것만 같아 번쩍 들어주는 아빠의 팔이 자주 그립다. 그런 아이들에게 구름은 경이로운 대상이다.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저 높이 공중에 떠 있는 구름. 내가 구름이라면 저 멀리 있는 것도 볼 수 있고, 어디로든 갈 수 있을 텐데. 그뿐인가?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기죽을 필요도 없다고. 이처럼 아이에게 구름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고양이 형제들은 아침 일찍 나무에 걸린 구름을 발견하고 엄마에게 가져다준다. 엄마는 구름을 정성껏 빚어 빵을 만든다. 구름빵은 구름이 들어 있어서 먹고 나면 공중으로 떠오른다. 하늘을 날 수 있는 것이다! 하늘을 날게 된 아이들의 걱정은 무엇보다 아침도 굶고 서둘러 나간 아빠이다. 꽉 막힌 도시의 찻길에서 콩나물시루 같은 버스의 아빠를 발견한 아이들. 아빠에게 구름빵을 먹이고 이제 아빠도 공중에 둥실 떠오른다. 덕분에 늦지 않고 회사에 도착한 아빠. 아이들은 다시 집으로 날아와 지붕에 앉아 구름빵을 먹는다.

어느 날 꿈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오는 순간이 있다. 엄마라면 그 꿈이 이뤄지도록 도와줄지 모른다. 구름은 부드러워 안기고 싶지만, 단단해 보이진 않아 의지하기엔 부족하다. 역시 엄마가 나서야 한다. 엄마는 솜사탕 같은 구름을 단단한 구름빵으로 만들어 준다. 그림책에서 엄마는 아이들의 막연한 꿈이 이뤄지도록 도와준다. 현실에선 늘 한계를 느끼고 마는 아이들이기에 꿈과 환상은 현실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이다. 부모는 꿈을 도와주는 사람이어야 하지만 현실에서 부모는 꿈을 깨라고 채근하는 경우가 많다. 이 그림책에서 구름빵만 아이들의 소망은 아니다. 엄마 역시 아이들이 소망하는 엄마이다. 꿈 깨라고 말하지 않고 꿈꿀 수 있게 도와주는 엄마이다.

백희나 작가의

이 그림책의 영리한 부분은 아빠의 등장이다. 아빠는 바쁘다. 놀아줄 시간은커녕 밥 먹을 시간도 없다. 그런 아빠를 아이들은 서운해하지 않는다. 걱정하고 도와주고 싶어 한다. 일반적으로 아이들에게 하늘을 날 수 있다면 하고 싶은 일을 물었을 때 아빠를 돕겠다는 경우는 흔치 않을 것이다. 이 그림책은 하늘을 날고 싶은 아이들의 소망을 행복한 가족이라는 현실적인 소망과 연결한다. 그림책을 덮으면 아이도, 부모도 마음이 훈훈하다. 초대형 베스트셀러 그림책은 이처럼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훈훈함이 현실에서 이뤄지지 않으면 구름처럼 흩어질 것이다. 환상에 불과하다. 그리고 부모들에겐 아쉬운 말이지만 현실에서 훈훈한 가정을 만들 사람은 아이일 수는 없다. 아이는 준비하고 기다릴 뿐. 먼저 변할 사람, 유일하게 변할 사람은 결국 부모이다. 백희나 지음, 김향수 사진/한솔수북·8500원.

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그림 한솔수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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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백희나 작가의 은 이제 신화가 되었다. 와 이후 영화관에서 한국 영화가 일방적으로 밀리지 않게 되었듯 은 우리나라 창작 그림책에 대한 호의적 시선을 폭넓게 심어 주었다. 비록 저작권과 관련한 불편한 뒷이야기가 찜찜하긴 하지만 그것이 이 작품 자체의 가치를 떨어뜨릴 순 없는 일이다.

은 영리한 그림책이다. 부모가 좋아하는 이야기 전개와 아이들이 좋아하는 환상이 잘 버무려져 있다. 인형을 사진으로 찍어 콜라주를 만드는 참신한 기법을 사용하면서도 한없이 귀여운 캐릭터들이기에 받아들이기에 부담이 없다. 유명한 상을 받은 그림책도 막상 사보면 새롭긴 해도 익숙하지 않아 흥미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내용에 있어서도 사회와 가정의 갈등을 정면으로 다루곤 해 그림책 초보자인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읽어주며 부담을 느낀다. 부모들은 그림책 전문가가 아닌 이제 막 그림책을 몇 권 사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부모들에게 이 그림책은 세련되면서도 따뜻하다. 그림책의 세계로 이끌어주기 안성맞춤이다.

아이들은 중력이란 말은 모른다. 그러나 자기 발은 늘 땅에 닿아 있고, 하늘로 날아오를 수 없음은 잘 안다. 조금이라도 더 크고 싶은 아이의 소망은 높이를 그리워한다. 엄마, 아빠처럼 위에서 내려다보면 더 좋을 것만 같아 번쩍 들어주는 아빠의 팔이 자주 그립다. 그런 아이들에게 구름은 경이로운 대상이다.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저 높이 공중에 떠 있는 구름. 내가 구름이라면 저 멀리 있는 것도 볼 수 있고, 어디로든 갈 수 있을 텐데. 그뿐인가?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기죽을 필요도 없다고. 이처럼 아이에게 구름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고양이 형제들은 아침 일찍 나무에 걸린 구름을 발견하고 엄마에게 가져다준다. 엄마는 구름을 정성껏 빚어 빵을 만든다. 구름빵은 구름이 들어 있어서 먹고 나면 공중으로 떠오른다. 하늘을 날 수 있는 것이다! 하늘을 날게 된 아이들의 걱정은 무엇보다 아침도 굶고 서둘러 나간 아빠이다. 꽉 막힌 도시의 찻길에서 콩나물시루 같은 버스의 아빠를 발견한 아이들. 아빠에게 구름빵을 먹이고 이제 아빠도 공중에 둥실 떠오른다. 덕분에 늦지 않고 회사에 도착한 아빠. 아이들은 다시 집으로 날아와 지붕에 앉아 구름빵을 먹는다.

어느 날 꿈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오는 순간이 있다. 엄마라면 그 꿈이 이뤄지도록 도와줄지 모른다. 구름은 부드러워 안기고 싶지만, 단단해 보이진 않아 의지하기엔 부족하다. 역시 엄마가 나서야 한다. 엄마는 솜사탕 같은 구름을 단단한 구름빵으로 만들어 준다. 그림책에서 엄마는 아이들의 막연한 꿈이 이뤄지도록 도와준다. 현실에선 늘 한계를 느끼고 마는 아이들이기에 꿈과 환상은 현실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이다. 부모는 꿈을 도와주는 사람이어야 하지만 현실에서 부모는 꿈을 깨라고 채근하는 경우가 많다. 이 그림책에서 구름빵만 아이들의 소망은 아니다. 엄마 역시 아이들이 소망하는 엄마이다. 꿈 깨라고 말하지 않고 꿈꿀 수 있게 도와주는 엄마이다.

백희나 작가의

이 그림책의 영리한 부분은 아빠의 등장이다. 아빠는 바쁘다. 놀아줄 시간은커녕 밥 먹을 시간도 없다. 그런 아빠를 아이들은 서운해하지 않는다. 걱정하고 도와주고 싶어 한다. 일반적으로 아이들에게 하늘을 날 수 있다면 하고 싶은 일을 물었을 때 아빠를 돕겠다는 경우는 흔치 않을 것이다. 이 그림책은 하늘을 날고 싶은 아이들의 소망을 행복한 가족이라는 현실적인 소망과 연결한다. 그림책을 덮으면 아이도, 부모도 마음이 훈훈하다. 초대형 베스트셀러 그림책은 이처럼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훈훈함이 현실에서 이뤄지지 않으면 구름처럼 흩어질 것이다. 환상에 불과하다. 그리고 부모들에겐 아쉬운 말이지만 현실에서 훈훈한 가정을 만들 사람은 아이일 수는 없다. 아이는 준비하고 기다릴 뿐. 먼저 변할 사람, 유일하게 변할 사람은 결국 부모이다. 백희나 지음, 김향수 사진/한솔수북·8500원.

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그림 한솔수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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