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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살 민재와 떠나는 1967년 시골 여행

 
책 한 권 없어 빌리러 오가는 길
천진한 시선 속 태평한 시절 담아
구수한 입담이 진솔한 재미 더해충청남도 예산의 어느 시골 마을에서 ‘국민학교’에 갓 입학한 민재. 방학 숙제로 독후감을 써 가야 하는데, 집에는 교과서 외의 책이라고는 없다. 친구 해당이네 집에도, 봉구 집에도 책은 없다. 해당이는 방학 숙제 안 하면 그만이라며 태평이고, 봉구는 소 먹이러 다녀야 하기 때문에 어차피 시간 없어 못 한다며 신경도 안 쓴다. 결국 울음을 터뜨리는 민재. 그제야 아버지는 고등학교 선생님인 채 선생에게 한 권 빌려야겠다며 아들을 데리고 집을 나선다. 가는 길은 불만스럽고 마음에 안 드는 일투성이지만, 드디어 책을 빌려 돌아오는 길은 풍성하고 행복하다. 그리고 그렇게 빌려온 책을 읽고 쓴 독후감으로 민재는 상까지 받는다!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은 좋이 되어 보이는 옛날 옛적의 이야기이다. 이런 이야기를 아이들이 얼마나 이해하면서 읽을까? 어떻게 받아들일까? 이걸 읽고 무엇을 느끼고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역사 이야기는 그야말로 우리의 역사, 전통, 정신 등을 알려 준다는 명분이 있지만, 이런 ‘회고 이야기’(어떤 연구자에 의하면 작가가 살지 않았던 시대의 이야기는 ‘역사’로, 살았던 지난 시대의 이야기는 ‘회고’로 분류된다)의 의의는 무엇일까?

결론부터 내려 보자면 그것은 어른과 아이 사이의 ‘소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공통분모, 혹은 공동의 관심사를 매개로 삼아 두 세대가 터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이때 이야기 소재의 제공자는 당연히 어른인데, 이 어른이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말 그대로 공통분모, 그러니까 아이가 어른에게 공감하고 동의할 수 있는 요소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공감대 없이 ‘내가 너만 했을 때는 말이야’로 나가는 훈계나 무용담이나 한탄, 독백은 정말이지, 작가라면 스컹크 피하듯 피해야 하지 않을까.

이승호 지음, 김고은 그림/책읽는곰·9500원

는 그 공감대가 옹골지게 들어 있는 이야기이다.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아이들에게서 볼 수 있는 삶에 대한 천진한 에너지, 즉물적인 욕망이 민재라는 생생한 캐릭터를 통해 흥겹게 드러나 있다. 일단 독자가 캐릭터에 공감하고 동화되면, 그가 놓인 환경은 낯설수록 흥미를 자아낼 수 있다. 그러니까 이 책을 읽는 2012년의 여덟살짜리는, 시간 여행이라도 온 듯 1967년의 여덟살짜리와 함께 충청도 시골의 삶을 진진하게 살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책 빌리러 아빠와 가는 길의 참외 원두막, 아이스케키 장수, 부럽기만 한 친구의 서울 구경, 너덜너덜한 한 권으로 방학 내내 혼자 떠나는 상상 여행. 자칫 너무 낡고 비감해 보일 수도 있는 이런 에피소드들이 진솔한 실감으로 다가오는 이야기가 참 반갑다.

이런 효과를 내는 데는 작가의 깔끔한 이야기 구성력과 온전히 아이에게 눈높이를 맞춘 시선, 그리고 구수한 입담이 큰 몫을 한다. 가난하지만 느긋하고 태평한 가족들, 학교 선생님과 친구들, 이웃들, 심지어는 마당의 닭들까지, 이 입담에 힘입어 사랑스럽게 살아난다. 자기 어린 시절을 자신의 아들딸에게 들려주고 싶어 썼다는 이 작가는 아이들과 진심으로 소통하는 법을 아는 듯하다. 그에게서 동화계의 이문구를 기대한다면 너무 섣부른 것일까. 그렇더라도 최소한, 작가가 앞으로 더 풀어내겠다는 이야기보따리는 기대하고 싶어진다.

김서정/작가·중앙대 강의교수, 그림 책읽는곰 제공  
책 한 권 없어 빌리러 오가는 길
천진한 시선 속 태평한 시절 담아
구수한 입담이 진솔한 재미 더해충청남도 예산의 어느 시골 마을에서 ‘국민학교’에 갓 입학한 민재. 방학 숙제로 독후감을 써 가야 하는데, 집에는 교과서 외의 책이라고는 없다. 친구 해당이네 집에도, 봉구 집에도 책은 없다. 해당이는 방학 숙제 안 하면 그만이라며 태평이고, 봉구는 소 먹이러 다녀야 하기 때문에 어차피 시간 없어 못 한다며 신경도 안 쓴다. 결국 울음을 터뜨리는 민재. 그제야 아버지는 고등학교 선생님인 채 선생에게 한 권 빌려야겠다며 아들을 데리고 집을 나선다. 가는 길은 불만스럽고 마음에 안 드는 일투성이지만, 드디어 책을 빌려 돌아오는 길은 풍성하고 행복하다. 그리고 그렇게 빌려온 책을 읽고 쓴 독후감으로 민재는 상까지 받는다!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은 좋이 되어 보이는 옛날 옛적의 이야기이다. 이런 이야기를 아이들이 얼마나 이해하면서 읽을까? 어떻게 받아들일까? 이걸 읽고 무엇을 느끼고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역사 이야기는 그야말로 우리의 역사, 전통, 정신 등을 알려 준다는 명분이 있지만, 이런 ‘회고 이야기’(어떤 연구자에 의하면 작가가 살지 않았던 시대의 이야기는 ‘역사’로, 살았던 지난 시대의 이야기는 ‘회고’로 분류된다)의 의의는 무엇일까?

결론부터 내려 보자면 그것은 어른과 아이 사이의 ‘소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공통분모, 혹은 공동의 관심사를 매개로 삼아 두 세대가 터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이때 이야기 소재의 제공자는 당연히 어른인데, 이 어른이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말 그대로 공통분모, 그러니까 아이가 어른에게 공감하고 동의할 수 있는 요소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공감대 없이 ‘내가 너만 했을 때는 말이야’로 나가는 훈계나 무용담이나 한탄, 독백은 정말이지, 작가라면 스컹크 피하듯 피해야 하지 않을까.

이승호 지음, 김고은 그림/책읽는곰·9500원

는 그 공감대가 옹골지게 들어 있는 이야기이다.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아이들에게서 볼 수 있는 삶에 대한 천진한 에너지, 즉물적인 욕망이 민재라는 생생한 캐릭터를 통해 흥겹게 드러나 있다. 일단 독자가 캐릭터에 공감하고 동화되면, 그가 놓인 환경은 낯설수록 흥미를 자아낼 수 있다. 그러니까 이 책을 읽는 2012년의 여덟살짜리는, 시간 여행이라도 온 듯 1967년의 여덟살짜리와 함께 충청도 시골의 삶을 진진하게 살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책 빌리러 아빠와 가는 길의 참외 원두막, 아이스케키 장수, 부럽기만 한 친구의 서울 구경, 너덜너덜한 한 권으로 방학 내내 혼자 떠나는 상상 여행. 자칫 너무 낡고 비감해 보일 수도 있는 이런 에피소드들이 진솔한 실감으로 다가오는 이야기가 참 반갑다.

이런 효과를 내는 데는 작가의 깔끔한 이야기 구성력과 온전히 아이에게 눈높이를 맞춘 시선, 그리고 구수한 입담이 큰 몫을 한다. 가난하지만 느긋하고 태평한 가족들, 학교 선생님과 친구들, 이웃들, 심지어는 마당의 닭들까지, 이 입담에 힘입어 사랑스럽게 살아난다. 자기 어린 시절을 자신의 아들딸에게 들려주고 싶어 썼다는 이 작가는 아이들과 진심으로 소통하는 법을 아는 듯하다. 그에게서 동화계의 이문구를 기대한다면 너무 섣부른 것일까. 그렇더라도 최소한, 작가가 앞으로 더 풀어내겠다는 이야기보따리는 기대하고 싶어진다.

김서정/작가·중앙대 강의교수, 그림 책읽는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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