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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석의 내가 사랑한 그림책] 백만 년 동안 절대 말 안 해

더 많이 용서하는 아이마음 보이나요?

아이들의 삶은 행복해야 한다는 것이 부모들 생각이다.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아이들의 삶이 행복한 적은 유사 이래로 없다. 아이들은 약자이다. 자신의 운명을 어른들에게 기대야만 하고 스스로 무언가 해내기엔 아직 약하다. 그러니 불만이란 당연하다.

자기 존재가 타인에 의해 좌우되고 스스로는 무능하다 느껴질 때 인간이 취할 수 있는 태도는 우울 아니면 현실 도피다. 다행히도 아이들은 야단맞은 것이든 자신의 실수든 금방 잊는다. 또 작은 일에도 쉽게 즐거워하고 유쾌한 것에 빨리 빠져든다. 이런 속성은 아이들이 우울감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한 유전자의 배려다. 그렇지 못했다면 인간 종은 이미 진화 속에서 사라졌을지 모른다.

허은미가 글을 쓰고 김진화가 그림을 그린 는 유쾌하다. 우리 현실이 그대로 그려져서 공감 백배인 책이다. 아이들은 이 책을 보고 깔깔대고 공감하며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낸다. 자기 말은 안 들어주는 엄마, 자기 마음대로 명령하는 아빠, 나를 무시하는 언니가 아이는 정말 얄밉다. 어찌 화가 나는지 “가족 같은 건 필요 없어”라고 외친다. 내 마음도 몰라주는데 가족이 무슨 의미겠는가?

 

아이는 자기 방에서 땅을 파고 안으로 깊이 들어간다. 마음속으로 침잠해 들어가는 아이에 대한 상징이다. 어두운 땅 속으로 들어가 자기만의 세계에 나온 아이는 덜컥 겁이 난다. 자기가 없으면 자기가 했던 일들은 누가 할까? 부모가 자기를 걱정하지 않을까? 물론 더 두려운 것은 자신이 버려진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진정 두려운 것은 걱정조차 할 수 없다. 그래서 걱정을 뒤집는다. 내가 가족을 버리는 것을 가족들이 두려워할 거야. 그럼 안타까워 어떡하지? 아이는 집에 한쪽 끝을 묶어둔 주황색 실을 당겨 다시 돌아온다. 그리고 외친다. 내 마음을 알아달라고. 한 번만 더 알아주지 않으면 백만 년 동안 절대 말 안 할 거라고.

이 그림책을 읽어주며 얼굴이 화끈거리지 않을 부모는 별로 없을 것이다. 어떤 부모는 책을 덮어버리고 싶다고 하고 또 어떤 부모는 나는 이 정도는 아니라며 아이에게 확인받으려고도 한다. 사실 그런 모습이 부모다. 아이 앞에선 어른이지만 여전히 그저 한계를 가진 인간일 뿐이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고 아이만 손가락질하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부모들은 아이를 수없이 용서한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더 많이 용서하는 것은 아이들이다. 불안하기에, 인정받고 싶기에 부모를 용서하고 받아들인다. 아쉬운 것은 부모의 태도이다. 아이들의 수용은 그저 당연한 것이다. 조금 주춤하면 고집 센 것으로, 저항하면 말도 안 되는 떼 쓰기라 생각한다.

이 책의 장점은 유머 감각이다. 김진화의 일상에 대한 관찰력은 절로 우리를 미소 짓게 한다. 아이들은 그림만 보고도 뒤로 넘어간다. 하지만 책의 더 큰 미덕은 유머 그 너머의 따뜻함이다. 두려운 것은 아이지만 ‘네가 더 두려운 거지’ 직면하지 않는다. ‘그래, 네가 가족을 용서하는 거야’ 하며 아이를 품에 안아준다, 아이를 탓해서 무엇을 얻겠는가? 웃음으로 아이의 떼를 받아줄 줄 아는 부모의 여유가 아이를 행복하게 버틸 수 있게 한다. 허은미 글, 김진화 그림/웅진주니어·1만원

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그림 웅진주니어 제공

 

아이는 자기 방에서 땅을 파고 안으로 깊이 들어간다. 마음속으로 침잠해 들어가는 아이에 대한 상징이다. 어두운 땅 속으로 들어가 자기만의 세계에 나온 아이는 덜컥 겁이 난다. 자기가 없으면 자기가 했던 일들은 누가 할까? 부모가 자기를 걱정하지 않을까? 물론 더 두려운 것은 자신이 버려진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진정 두려운 것은 걱정조차 할 수 없다. 그래서 걱정을 뒤집는다. 내가 가족을 버리는 것을 가족들이 두려워할 거야. 그럼 안타까워 어떡하지? 아이는 집에 한쪽 끝을 묶어둔 주황색 실을 당겨 다시 돌아온다. 그리고 외친다. 내 마음을 알아달라고. 한 번만 더 알아주지 않으면 백만 년 동안 절대 말 안 할 거라고.

이 그림책을 읽어주며 얼굴이 화끈거리지 않을 부모는 별로 없을 것이다. 어떤 부모는 책을 덮어버리고 싶다고 하고 또 어떤 부모는 나는 이 정도는 아니라며 아이에게 확인받으려고도 한다. 사실 그런 모습이 부모다. 아이 앞에선 어른이지만 여전히 그저 한계를 가진 인간일 뿐이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고 아이만 손가락질하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부모들은 아이를 수없이 용서한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더 많이 용서하는 것은 아이들이다. 불안하기에, 인정받고 싶기에 부모를 용서하고 받아들인다. 아쉬운 것은 부모의 태도이다. 아이들의 수용은 그저 당연한 것이다. 조금 주춤하면 고집 센 것으로, 저항하면 말도 안 되는 떼 쓰기라 생각한다.

이 책의 장점은 유머 감각이다. 김진화의 일상에 대한 관찰력은 절로 우리를 미소 짓게 한다. 아이들은 그림만 보고도 뒤로 넘어간다. 하지만 책의 더 큰 미덕은 유머 그 너머의 따뜻함이다. 두려운 것은 아이지만 ‘네가 더 두려운 거지’ 직면하지 않는다. ‘그래, 네가 가족을 용서하는 거야’ 하며 아이를 품에 안아준다, 아이를 탓해서 무엇을 얻겠는가? 웃음으로 아이의 떼를 받아줄 줄 아는 부모의 여유가 아이를 행복하게 버틸 수 있게 한다. 허은미 글, 김진화 그림/웅진주니어·1만원

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그림 웅진주니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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