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놀이·교육»콘텐츠

[서천석의 내가 사랑한 그림책] 작은책

 캐시 핸더슨 글, 패트릭 벤슨 그림/보림·9500원.

벌써 날이 덥다. 바다가 절로 생각이 난다. 아이들은 모두 바다를 좋아한다. 물을 좋아하고, 뭔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모래가 좋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자유가 좋다. 바닷물은 끝도 없이 펼쳐져 아이로선 늘 안심이다. 바다 저 너머에도 바다가 있고 바닷물은 퍼내고 퍼내도 티가 나지 않는다. 아이들은 그런 무한함이 좋다. 언제 다시 봐도 그 자리에 있고, 사랑을 내게 주어도 여전히 사랑이 넘치는 엄마. 아이가 바라는 엄마는 바다 같은 엄마다.

한편으로 바다는 미지의 공간이다. 저 너머 바다에선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고, 깊은 물속엔 어떤 것이 존재할지 모른다. 바다는 감정을 상징한다. 알 수 없지만 한번 움직이면 엄청난 힘을 가진 감정. 또한 바다는 갈등을 품고 있는 무의식의 상징이다. 무의식 앞에 설 때 우리는 빠져들면 헤어나오지 못할까 두렵다. 하지만 더 큰 존재가 되기 위해선 피할 수 없다. 영원한 생명을 얻고자 물에 들어가 세례를 받듯 어른이 되기 위해선 감정의 소용돌이를 지나가야 한다.


에서도 바다는 들끓는 무의식과 감정, 인생을 상징한다. 사내아이는 스티로폼 조각에 막대기 돛대를 꽂아 작은 배를 만든다. 잠시 아이가 한눈파는 사이 배는 바다로 떠내려간다. 연안의 어선 곁을 지나 큰 바다의 유조선을 뒤로한 채 마침내 사방에 수평선만 보이는 망망대해에 다다른다. 폭풍우가 몰아치지만 작은 배는 가라앉지 않는다. 몹시 흔들리고 물에 잠기기도 했지만 폭풍우는 지나가는 법. 배는 그 자리에 남아 있다. 큰 물고기가 잠시 삼켰지만, 먹이가 아니니 다시 뱉는다. 배는 가라앉지 않는다.

흘러 흘러 작은 배는 어느 해안가에 도착한다. 그곳엔 여자아이가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반갑게 배를 맞이한다. 고통은 우리를 괴롭히지만 가라앉힐 수는 없다. 아직은 어리고 연약한 존재이지만 그렇기에 아이에겐 더욱 큰 힘이 있다. 가볍기에 이 모든 것이 경험이고, 시간이 내 편이라 생각하기에 그 누구도 아이를 가라앉힐 수는 없다.

책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주문. “우린 가라앉지 않아. 내 배랑 나는.” 그렇다. 시련은 아이의 꿈을 꺾을 수 없다. 아이는 작다고 약한 존재는 아니다. 작고 가볍기에 가라앉지도 부서지지도 않고 살아남는다. 그렇게 어른이 된다. 감정은 우리를 흔들 수 있고, 내 마음속 갈등과 두려움이 우리를 위축시키지만 그게 전부다. 잠시 흔들리고 잠시 가라앉는 것이 전부다. 힘든 순간은 지나가고 작은 배는 새 주인을 만난다. 한번에 다 이겨내지 못하더라도, 한번에 다 이해할 수는 없을지라도 결국 감정의 주인공은 나다. 내 주인공이 감정은 아니다.

아이들은 이 그림책을 보고 나면 자신의 작은 배를 만들고 싶어 한다. 자기 마음을 담아 모험을 하고 싶어 한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자기 역할을 다 한 셈이다. 그것이 인생이든, 물이 담긴 욕조든 두려움을 이기고 도전하도록 만든다는 것은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가? 한바탕 놀이를 한 아이는 그림책으로 다시 돌아올 것이다. 그러곤 다양한 시점에서 묘사된 바다의 모습을 몇 번이고 들춰볼 것이다. 펜화에 수채로 그린 바다 풍경. 섬세하면서도 맑고 투명하다. 바다의 여러 모습이 골고루 담긴 이 책은 아이들을 위한 바다 교과서로서도 그만이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그림 보림 제공

 캐시 핸더슨 글, 패트릭 벤슨 그림/보림·9500원.

벌써 날이 덥다. 바다가 절로 생각이 난다. 아이들은 모두 바다를 좋아한다. 물을 좋아하고, 뭔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모래가 좋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자유가 좋다. 바닷물은 끝도 없이 펼쳐져 아이로선 늘 안심이다. 바다 저 너머에도 바다가 있고 바닷물은 퍼내고 퍼내도 티가 나지 않는다. 아이들은 그런 무한함이 좋다. 언제 다시 봐도 그 자리에 있고, 사랑을 내게 주어도 여전히 사랑이 넘치는 엄마. 아이가 바라는 엄마는 바다 같은 엄마다.

한편으로 바다는 미지의 공간이다. 저 너머 바다에선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고, 깊은 물속엔 어떤 것이 존재할지 모른다. 바다는 감정을 상징한다. 알 수 없지만 한번 움직이면 엄청난 힘을 가진 감정. 또한 바다는 갈등을 품고 있는 무의식의 상징이다. 무의식 앞에 설 때 우리는 빠져들면 헤어나오지 못할까 두렵다. 하지만 더 큰 존재가 되기 위해선 피할 수 없다. 영원한 생명을 얻고자 물에 들어가 세례를 받듯 어른이 되기 위해선 감정의 소용돌이를 지나가야 한다.


에서도 바다는 들끓는 무의식과 감정, 인생을 상징한다. 사내아이는 스티로폼 조각에 막대기 돛대를 꽂아 작은 배를 만든다. 잠시 아이가 한눈파는 사이 배는 바다로 떠내려간다. 연안의 어선 곁을 지나 큰 바다의 유조선을 뒤로한 채 마침내 사방에 수평선만 보이는 망망대해에 다다른다. 폭풍우가 몰아치지만 작은 배는 가라앉지 않는다. 몹시 흔들리고 물에 잠기기도 했지만 폭풍우는 지나가는 법. 배는 그 자리에 남아 있다. 큰 물고기가 잠시 삼켰지만, 먹이가 아니니 다시 뱉는다. 배는 가라앉지 않는다.

흘러 흘러 작은 배는 어느 해안가에 도착한다. 그곳엔 여자아이가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반갑게 배를 맞이한다. 고통은 우리를 괴롭히지만 가라앉힐 수는 없다. 아직은 어리고 연약한 존재이지만 그렇기에 아이에겐 더욱 큰 힘이 있다. 가볍기에 이 모든 것이 경험이고, 시간이 내 편이라 생각하기에 그 누구도 아이를 가라앉힐 수는 없다.

책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주문. “우린 가라앉지 않아. 내 배랑 나는.” 그렇다. 시련은 아이의 꿈을 꺾을 수 없다. 아이는 작다고 약한 존재는 아니다. 작고 가볍기에 가라앉지도 부서지지도 않고 살아남는다. 그렇게 어른이 된다. 감정은 우리를 흔들 수 있고, 내 마음속 갈등과 두려움이 우리를 위축시키지만 그게 전부다. 잠시 흔들리고 잠시 가라앉는 것이 전부다. 힘든 순간은 지나가고 작은 배는 새 주인을 만난다. 한번에 다 이겨내지 못하더라도, 한번에 다 이해할 수는 없을지라도 결국 감정의 주인공은 나다. 내 주인공이 감정은 아니다.

아이들은 이 그림책을 보고 나면 자신의 작은 배를 만들고 싶어 한다. 자기 마음을 담아 모험을 하고 싶어 한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자기 역할을 다 한 셈이다. 그것이 인생이든, 물이 담긴 욕조든 두려움을 이기고 도전하도록 만든다는 것은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가? 한바탕 놀이를 한 아이는 그림책으로 다시 돌아올 것이다. 그러곤 다양한 시점에서 묘사된 바다의 모습을 몇 번이고 들춰볼 것이다. 펜화에 수채로 그린 바다 풍경. 섬세하면서도 맑고 투명하다. 바다의 여러 모습이 골고루 담긴 이 책은 아이들을 위한 바다 교과서로서도 그만이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그림 보림 제공

Next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