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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재정, 예견된 고갈…대책없는 정부 ‘선별지원’ 역주행

시행 4개월만에 재검토, 왜?
자치단체들 보육료 부담 큰데
정부·새누리, 총선전 밀어붙여
대부분 9·10월이면 재정 바닥
어린이집 이용자 폭증도 원인3월부터 시행한 0~2살 영유아 무상보육 정책이 정부의 무성의한 대처로 흔들리고 있다. 전국 시·도지사들이 9~10월이면 보육재정이 고갈될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는데도 정부는 나몰라라 하다가 뒤늦게 ‘고소득층 지원 제외’를 검토하는 등 우왕좌왕하고 있다. 정부가 혼선을 빚는 사이에 지자체들은 현실로 다가온 보육대란에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3일 무상보육 지원 대상에서 고소득층을 빼는 등 전면 지원에서 선별 지원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여 정부 부처끼리도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이다.

이를 두고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는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누리당이 총선을 앞두고 졸속으로 도입한 정책 때문에 0~2살 영유아 보육이 파탄지경”이라며 “도입 과정에 대해 관련 상임위원회 차원의 국정조사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송영길 인천시장과 강운태 광주시장 등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시·도지사 정책협의회에서 “정부가 시·도지사와는 상의하지 않은 채 무상보육 재원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재정이 취약한 지방자치단체가 7250억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며 “국고 지원이 없으면 보육료 지원을 끊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우려했다. 16개 시·도지사들은 지난 3월, 6월 잇따라 보육재정의 고갈을 걱정하며 정부에 추가 보육료의 전액 국고 지원을 촉구하고, 지방의 추경예산에는 반영할 수 없다고 천명한 바 있다.

정부가 넉달 동안 손을 놓고 있는 사이, 무상보육 예산은 서울 서초·강남구를 시초로 전국 곳곳에서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만2살 이하 영유아들이 4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선생님과 놀이를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서울에선 오는 10일 서초구를 시작으로 다음달 구로·송파·중구 등 9개구까지 확대되며 예산이 연달아 고갈될 조짐이다. 9월 용산·동대문구 등 10개구에 이어, 10월 강북·중랑구를 끝으로 서울 모든 자치구가 바닥에 이를 예정이다. 서울시가 서초구에 20억원을 긴급 지원하기로 하면서 ‘7월의 위기’는 넘겼으나, 서울시도 9월이면 관련 시 예산이 ‘0’이 된다.

서울권 무상보육 사업의 소요예산은 8011억원인데, 실제 확보된 예산은 5506억원에 불과했다. 정부는 소요예산 중 29%(2320억원)를 떠맡는 대신, 시에 48%(3842억원), 자치구에 23%(1849억원)를 책임지웠다.

보육시설에 맡겨야만 지원하기로 하면서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0~2살 영유아가 지난해 말보다 2만2906명(23.8%) 늘었고, 새로 무상지원 대상에 포함된 소득 상위 30% 가정도 지원 대상의 45.5%(4만5750명)나 될 만큼 수요가 늘어난 점도 재정난을 가속화했다.

서초구는 애초 무상보육 예산 부족액이 119억원으로 강남·송파·강동·구로·노원·성북·양천구에 견줘서도 적었으나, 21~40%를 부담하는 다른 자치구와 달리 63%를 부담해야 해 재원이 조기에 소진됐다. 재정자립도가 높고 그간의 사회보장 예산이 적을수록 구 부담을 높이도록 한 정부 지침과 서울시 조례에 따른 결과다. 무상보육 지원 가정 가운데 소득 상위 30%인 가정이 서울 평균에 견줘 훨씬 많은 점도 작용했다.

경기도에서도 9월부터 보육료 지원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연말까지 지원해야 할 보육비는 20만명에 1조47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영유아 보육 지원 대상 14만명, 8200억원보다 지원 대상은 6만명, 예산은 6500억원이 더 늘어난 것이다. 경기도는 올해 1조200억원의 예산을 세웠으나 정부는 1900억원의 추가 예산을 세울 것을 요구했다. 그래도 2600억원이 부족하다.

대부분 지자체도 사정은 비슷하다. 대전·충남은 10월, 경남·충북·전북은 11월쯤 보육예산이 바닥날 것으로 보인다. 보육담당 공무원은 “정부가 추가 예산을 지원하지 않아 무상보육이 중단되면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극도로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안관옥 임인택 홍용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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