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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년 전 남편도 아내에게 화장품 선물했네

» 복원된 편지(맨 위). 복원 전 편지(아래)

16세기 전반으로 추정 가장 오래된 한글편지 복원
“집에 못 다녀가니 이런 민망한 일이…울고 가네”
아내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 담겨“논밭 다 소작(小作) 주고 농사짓지 마소.”

500여년 전 함경도 경성 군관으로 부임받아 가던 나신걸(15세기 중반~16세기 전반 추정)이 고향의 부인 신창맹에게 보낸 한글 편지의 일부다. 고향에 혼자 남은 부인에게 힘든 농사일은 직접하지 말라는 당부다. 편지 뒷장에 받는 사람이 ‘회덕 온양댁’이란 수신인이 적혀있다.

편지에는 남편은 부인에게 안부와 함께 농사와 소작 등의 여러 가정사를 두루 꼼꼼하게 챙겼다. 통념과 달리 조선시대 남편이 바깥일에만 신경쓴게 아니라 가정 대소사에도 관여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남편은 편지에서 부인에게 시종일관 “~하소”라고 경어체를 사용해 눈길을 끈다. 조선전기 부부간에 존칭으로 대했음을 알 수 있다.

편지에서 남편은 떨어져 지내는 아내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을 나타냈다. 편지 곳곳에 나타난 남편의 아내에 대한 살가운 정은 요즘 부부 못지 않다. “분(화장품)하고 바늘 여섯을 사서 보내네. 집에 못 다녀가니 이런 민망한 일이 어디에 있을꼬 (하며) 울고 가네.” 당시 분과 바늘은 요즘으로 치면 명품 가방이나 화장품만큼이나 비싼 수입품이었다고 한다.

국가기록원은 “아내가 평소 남편에게 받은 편지를 선물과 같이 간직하다가, 그녀가 사망하자 평소 고인이 아끼던 편지를 함께 매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16세기 전반 장례문화, 복식문화, 한글고어 등 그 당시의 생활풍습을 추정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편지는 지난해 대전시 유성구 금고동 제2매립장에서 분묘 이장 때 발견됐다. 나무 관 안에서 미이라·복식·명기 등과 함께 출토된 이 편지는 발견 당시 미이라의 머리맡에 놓여 있었다.

이 편지는 남편의 태어나고 숨진 때를 추정해 볼 때 16세기 전반의 것으로 지금까지 발견된 한글편지 중 가장 오래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가기록원은 이 편지를 21일 부부의 날을 맞아 복원해 공개했다.

권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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