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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석의 내가 사랑한 그림책] 내 토끼 어딨어?

교훈과 강요 없이 감정흐름 물 흐르듯

 


모 윌렘스 지음, 정회성 옮김/살림어린이·9500원

그림책의 현대성이란 어떤 것일까? 현대성은 지금 당면한 문제에 대한 탐색이다. 아이들이 현재 경험하는 세계, 그리고 그들이 부딪히는 문제를 다룬 그림책이 현대적인 그림책이다. 적지 않은 그림책이 지금 아이들이 경험하는 시각적 환경과는 거리가 있는 이미지로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아이들 중 57%가 아파트에 살지만 아파트가 배경인 그림책은 소수에 불과하다. 아이들의 주된 삶의 공간인 유치원과 아스팔트 도로, 동네 놀이터를 그림책에서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모 윌렘스의 는 현대적 그림책의 한 전형이다. 그는 현실의 뉴욕 거리, 현실의 유치원, 현실 속의 집을 보여 준다. 그의 그림은 요즘 아이들이 접하는 시각적 정보와 가장 유사하다. 흑백의 실사 장면 위에 컴퓨터 그래픽으로 색을 입힌 만화 캐릭터 풍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배경은 현실적인 실사로, 인물은 단순하고 귀여운 그림으로 묘사해 리얼리티를 확보하면서도 상상을 펼칠 도구를 얻는다. 아이들은 영화를 보듯 쉽게 감정이입을 하고 이야기를 따라간다.

그의 책에는 어떤 교훈도, 강요하는 감정도 직접 쓰여 있지 않다. 아이들은 그저 주인공 트릭시를 따라 이야기 전개를 따라간다. 자연스럽게 주인공과 함께 웃고 슬퍼하고 안도하며 행복해한다. 그는 스토리를 통해 아이가 의미를 발견하기를 기대한다. 아이들에게 친숙한 이미지인 사진과 만화를 통해 한 편의 영화처럼 이야기 속으로 끌고 간다.

주제의식 역시 현대적이다. 아이는 토끼 인형을 자랑하러 유치원에 데리고 갔다. 그러나 다른 친구도 똑같은 인형을 갖고 있는 것이다. 둘은 다투고 인형을 교사에게 빼앗긴다. 대량생산 사회에서 장난감은 더는 개성이 되기엔 곤란하다. 사실 우리들 자신도 나만의 개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우리 자신 역시 여럿 중의 하나로 언제든 대치 가능한 존재로 취급받곤 한다.

아이에게 인형은 그저 인형이 아니다. 아이에게 와서 아이와 사는 인형은 더는 상품이 아니다. 아이는 상품에게조차 인격을 부여하고 하나의 존재로서 사랑한다. 아이가 사랑하는 건 결국 인형 안에 채워 넣은 자기 자신이다. 인형과 함께 보낸 시간, 인형을 보며 한 생각들을 갖고 있기에 인형은 특별하다.

인형을 소중히 다루는 아이 마음의 뿌리는 어디에 있을까? 그 뿌리는 불안에 있다. 아이들은 늘 두렵다. 내가 다른 애와 바뀐다면 우리 부모는 어떻게 할까? 나는 부모에게 과연 소중한 존재일까? 아이는 두려움을 이기려 인형에게 매달린다. 내게 인형이 이렇게 소중하다면 부모에게도 자그마한 자신이 소중할 것이다. 아이는 인형을 아끼면서 부모에게 이런 말을 하고 있다. ‘저는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지만 소중하게 다뤄주세요.’

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윌렘스의 그림책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난다. 유머와 위트는 그림책에서 흔하지 않다. 부모들이 아이를 키우면서 지나치게 진지하듯 그림책들도 그렇다. 하지만 슬픔을 이기는 데 유머만 한 것은 없다. 갈등을 넘기는 데 위트만 한 것도 없다. 그림책에 위트와 유머의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모 윌렘스. 가끔은 뉴요커의 세련됨이 얄밉게 느껴지지만 역시 그가 가장 현대적인 그림책 작가라는 점만큼은 부인하기 어렵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그림 살림어린이 제공 

 


모 윌렘스 지음, 정회성 옮김/살림어린이·9500원

그림책의 현대성이란 어떤 것일까? 현대성은 지금 당면한 문제에 대한 탐색이다. 아이들이 현재 경험하는 세계, 그리고 그들이 부딪히는 문제를 다룬 그림책이 현대적인 그림책이다. 적지 않은 그림책이 지금 아이들이 경험하는 시각적 환경과는 거리가 있는 이미지로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아이들 중 57%가 아파트에 살지만 아파트가 배경인 그림책은 소수에 불과하다. 아이들의 주된 삶의 공간인 유치원과 아스팔트 도로, 동네 놀이터를 그림책에서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모 윌렘스의 는 현대적 그림책의 한 전형이다. 그는 현실의 뉴욕 거리, 현실의 유치원, 현실 속의 집을 보여 준다. 그의 그림은 요즘 아이들이 접하는 시각적 정보와 가장 유사하다. 흑백의 실사 장면 위에 컴퓨터 그래픽으로 색을 입힌 만화 캐릭터 풍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배경은 현실적인 실사로, 인물은 단순하고 귀여운 그림으로 묘사해 리얼리티를 확보하면서도 상상을 펼칠 도구를 얻는다. 아이들은 영화를 보듯 쉽게 감정이입을 하고 이야기를 따라간다.

그의 책에는 어떤 교훈도, 강요하는 감정도 직접 쓰여 있지 않다. 아이들은 그저 주인공 트릭시를 따라 이야기 전개를 따라간다. 자연스럽게 주인공과 함께 웃고 슬퍼하고 안도하며 행복해한다. 그는 스토리를 통해 아이가 의미를 발견하기를 기대한다. 아이들에게 친숙한 이미지인 사진과 만화를 통해 한 편의 영화처럼 이야기 속으로 끌고 간다.

주제의식 역시 현대적이다. 아이는 토끼 인형을 자랑하러 유치원에 데리고 갔다. 그러나 다른 친구도 똑같은 인형을 갖고 있는 것이다. 둘은 다투고 인형을 교사에게 빼앗긴다. 대량생산 사회에서 장난감은 더는 개성이 되기엔 곤란하다. 사실 우리들 자신도 나만의 개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우리 자신 역시 여럿 중의 하나로 언제든 대치 가능한 존재로 취급받곤 한다.

아이에게 인형은 그저 인형이 아니다. 아이에게 와서 아이와 사는 인형은 더는 상품이 아니다. 아이는 상품에게조차 인격을 부여하고 하나의 존재로서 사랑한다. 아이가 사랑하는 건 결국 인형 안에 채워 넣은 자기 자신이다. 인형과 함께 보낸 시간, 인형을 보며 한 생각들을 갖고 있기에 인형은 특별하다.

인형을 소중히 다루는 아이 마음의 뿌리는 어디에 있을까? 그 뿌리는 불안에 있다. 아이들은 늘 두렵다. 내가 다른 애와 바뀐다면 우리 부모는 어떻게 할까? 나는 부모에게 과연 소중한 존재일까? 아이는 두려움을 이기려 인형에게 매달린다. 내게 인형이 이렇게 소중하다면 부모에게도 자그마한 자신이 소중할 것이다. 아이는 인형을 아끼면서 부모에게 이런 말을 하고 있다. ‘저는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지만 소중하게 다뤄주세요.’

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윌렘스의 그림책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난다. 유머와 위트는 그림책에서 흔하지 않다. 부모들이 아이를 키우면서 지나치게 진지하듯 그림책들도 그렇다. 하지만 슬픔을 이기는 데 유머만 한 것은 없다. 갈등을 넘기는 데 위트만 한 것도 없다. 그림책에 위트와 유머의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모 윌렘스. 가끔은 뉴요커의 세련됨이 얄밉게 느껴지지만 역시 그가 가장 현대적인 그림책 작가라는 점만큼은 부인하기 어렵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그림 살림어린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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