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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석의 내가 사랑한 그림책] 제랄다와 거인

웅거러 지음, 김경연 옮김/비룡소·8500원

옛날 옛적 사람을 잡아먹는 거인이 살았다. 제일 좋아하는 식사거리는 아이들. 작고 부드러운 아이만큼 먹기 좋은 음식은 없다. 이쯤 되면 그림책 이야기를 듣는 아이들은 바짝 긴장한다. 첫 장부터 가운데 피 묻은 칼이 나오고 아래엔 우리에 갇힌 아이의 팔을 보여준다. 잔혹 동화가 아닌가 걱정될 정도이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그만 읽어 달라 말하지 않는다. 대개 무서워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한다. 아이들은 현실을 두려워하지만 그럼에도 더 강해져 두려움을 이기고 싶어 한다.

거인은 마을을 돌며 아이들을 잡아간다. 아이들은 모두 통이나 궤짝에 숨고 땅을 파고 숨는다. 좁은 공간에 숨어드는 것은 두려움에 대응하는 아이들 특유의 행동이다. 눈으로 볼 수 있는 거인은 현실에 없지만 아이들은 거인보다 더 무서운, 알 수 없는 두려움에 자주 시달린다. 프로이트가 거세 불안으로 설명하기도 한, 자기가 잘 모르는, 어른들이 만든 사회로 순응해 들어가는 과정을 아이들은 힘들어한다.

제랄다는 숲에서 아버지와 같이 사는 아이다. 거인에 대해선 들어본 적 없는, 요리를 좋아하는 아이다. 아직 어리지만 혼자 수레 끌고 장에 물건을 팔러 나갈 정도로 용감하고 독립적이다. 어쩌면 아빠가 아프기에 그럴는지도 모른다. 믿고 기회를 줄 때 아이들은 더 강해진다. 정보를 많이 안다고 더 현명한 것은 아니다. 더 많이 알기 때문에 정작 삶을 배울 기회를 잃고 말 수도 있다. 부모는 조심하라고, 미리 생각해보라고 더 많이 알려주지만 아이를 두렵게 할 뿐, 삶을 사랑하도록 이끌지 못한다.

거인은 제랄다를 잡아먹으려고 기다린다. 하지만 오래 굶은 터라 실패하고 만다. 제랄다는 자기 앞에 뻗어버린 거인을 도와준다. 배고픈 거인에게 장에 나가 팔려고 한 재료들로 맛난 음식을 만들어준다. 거인은 제랄다의 음식에 흠뻑 빠져든다. 신선한 아이들이 가장 맛난 줄 알았더니 정성들여 만든 음식이 가장 맛난 음식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변화는 시작된다. 거인은 이제 아이들을 잡아먹지 않는다. 더 맛난 제랄다의 요리가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아이들의 친구가 되어 함께 행복해진다.

안데르센상을 받은 토미 웅거러는 이 시대에 드문 진정한 의미에서의 동화 작가이다. 그의 이야기에는 거인과 요정 같은 현실에서 마주칠 수 없는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이야기는 상상을 타고 신비롭게 이어진다. 그 상상들은 높은 상징성을 갖고 있어 아이들에게 세상 사는 지혜를 전해준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이 동화를 보며 많은 사람들은 아이들은 편견이 없기에 위기를 해결할 힘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실 아이들이야말로 더 많은 편견을 갖고 있다. 두려움 많은 아이들은 불안을 이기기 위해 선입견을 고집하고 금기에 더 많이 매달린다. 그러기에 이 이야기는 더 필요하다. 무섭게 생긴 거인이 정말 그렇게 무서운 것만은 아니라는 것. 번쩍이는 칼이 꼭 자신을 향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자기와 비슷한 제랄다를 보며 아이들은 배워 간다. 세상은 무섭지만 그게 꼭 나를 향하는 것은 아냐. 내게 필요한 일은 내가 잘하는 걸 열심히 하는 것뿐이야. 웅거러는 책을 통해 아이들에게 속삭인다. “걱정을 버리렴. 그리고 너다운 것을 해보렴. 그럼 모두가 널 사랑할 거야.”

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그림 비룡소 제공

웅거러 지음, 김경연 옮김/비룡소·8500원

옛날 옛적 사람을 잡아먹는 거인이 살았다. 제일 좋아하는 식사거리는 아이들. 작고 부드러운 아이만큼 먹기 좋은 음식은 없다. 이쯤 되면 그림책 이야기를 듣는 아이들은 바짝 긴장한다. 첫 장부터 가운데 피 묻은 칼이 나오고 아래엔 우리에 갇힌 아이의 팔을 보여준다. 잔혹 동화가 아닌가 걱정될 정도이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그만 읽어 달라 말하지 않는다. 대개 무서워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한다. 아이들은 현실을 두려워하지만 그럼에도 더 강해져 두려움을 이기고 싶어 한다.

거인은 마을을 돌며 아이들을 잡아간다. 아이들은 모두 통이나 궤짝에 숨고 땅을 파고 숨는다. 좁은 공간에 숨어드는 것은 두려움에 대응하는 아이들 특유의 행동이다. 눈으로 볼 수 있는 거인은 현실에 없지만 아이들은 거인보다 더 무서운, 알 수 없는 두려움에 자주 시달린다. 프로이트가 거세 불안으로 설명하기도 한, 자기가 잘 모르는, 어른들이 만든 사회로 순응해 들어가는 과정을 아이들은 힘들어한다.

제랄다는 숲에서 아버지와 같이 사는 아이다. 거인에 대해선 들어본 적 없는, 요리를 좋아하는 아이다. 아직 어리지만 혼자 수레 끌고 장에 물건을 팔러 나갈 정도로 용감하고 독립적이다. 어쩌면 아빠가 아프기에 그럴는지도 모른다. 믿고 기회를 줄 때 아이들은 더 강해진다. 정보를 많이 안다고 더 현명한 것은 아니다. 더 많이 알기 때문에 정작 삶을 배울 기회를 잃고 말 수도 있다. 부모는 조심하라고, 미리 생각해보라고 더 많이 알려주지만 아이를 두렵게 할 뿐, 삶을 사랑하도록 이끌지 못한다.

거인은 제랄다를 잡아먹으려고 기다린다. 하지만 오래 굶은 터라 실패하고 만다. 제랄다는 자기 앞에 뻗어버린 거인을 도와준다. 배고픈 거인에게 장에 나가 팔려고 한 재료들로 맛난 음식을 만들어준다. 거인은 제랄다의 음식에 흠뻑 빠져든다. 신선한 아이들이 가장 맛난 줄 알았더니 정성들여 만든 음식이 가장 맛난 음식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변화는 시작된다. 거인은 이제 아이들을 잡아먹지 않는다. 더 맛난 제랄다의 요리가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아이들의 친구가 되어 함께 행복해진다.

안데르센상을 받은 토미 웅거러는 이 시대에 드문 진정한 의미에서의 동화 작가이다. 그의 이야기에는 거인과 요정 같은 현실에서 마주칠 수 없는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이야기는 상상을 타고 신비롭게 이어진다. 그 상상들은 높은 상징성을 갖고 있어 아이들에게 세상 사는 지혜를 전해준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이 동화를 보며 많은 사람들은 아이들은 편견이 없기에 위기를 해결할 힘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실 아이들이야말로 더 많은 편견을 갖고 있다. 두려움 많은 아이들은 불안을 이기기 위해 선입견을 고집하고 금기에 더 많이 매달린다. 그러기에 이 이야기는 더 필요하다. 무섭게 생긴 거인이 정말 그렇게 무서운 것만은 아니라는 것. 번쩍이는 칼이 꼭 자신을 향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자기와 비슷한 제랄다를 보며 아이들은 배워 간다. 세상은 무섭지만 그게 꼭 나를 향하는 것은 아냐. 내게 필요한 일은 내가 잘하는 걸 열심히 하는 것뿐이야. 웅거러는 책을 통해 아이들에게 속삭인다. “걱정을 버리렴. 그리고 너다운 것을 해보렴. 그럼 모두가 널 사랑할 거야.”

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그림 비룡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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