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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했던 12살차 띠동갑…“남매 이야기 서로 통했죠”

그림책 ‘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를 함께 만들어온 고대영 길벗어린이 편집주간(오른쪽)과 김영진 작가가 지난 13일 경기도 파주 출판도시에 자리잡은 길벗어린이 출판사 1층 사무실에서 마주보며 웃고 있다. 6년 동안 8권의 그림책을 함께 만든 두 사람은 “최근엔 책 한권 만들 때 두어 번 정도만 만난 것 같다. 사실 서로 자주 안 보는 게 낫다”는 농담을 주고받았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우리는 짝]‘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 낸 고대영 주간-김영진 작가
출판사 편집장-신인 화가로 첫 만남
도시아이 그림책 인기끌며 6년 호흡

어린이 그림책에는 글 작가와 그림 작가가 따로 있는 경우가 많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일을 맡아서 하나의 작품을 빚어내는 과정은 과연 어떨까?

얼핏 생각해도 쉽지 않아 보이는데, 6년 동안 한 시리즈로 여덟권의 그림책을 함께 만들어낸 짝꿍이 있다. 부모들과 아이들에게 두루 사랑받는 그림책 ‘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를 함께 만들어온 고대영(52) 길벗어린이 편집주간과 김영진(40) 작가다. 고 주간은 글을 쓰고 김 작가는 그림을 그린다. 한국 사회에서 흔히 ‘어색한 사이’로 취급받곤 하는 띠동갑 남성 두명은 과연 어떻게 출판계에서 흔치 않은 짝꿍이 되었을까? 두 사람을 지난 13일 경기도 파주에 있는 길벗어린이 출판사에서 만났다.


김 작가가 말하는 고 주간
처음엔 인상 차가워 기 죽었죠
원고 보니 내 어린시절 그린 듯 

두 사람은 글·그림 작가로서가 아니라 출판사 편집장과 신인 작가로 처음 만났다고 한다. 전집류 그림책을 만드는 출판사에서 7~8년 동안 디자이너로 일하던 김 작가는 그림책을 직접 창작하고 싶다는 마음에 2002년께 전업 그림작가로 나섰고, 아는 사람을 통해 당시 길벗어린이 편집장으로 있던 고 주간을 소개받았다. 고 권정생 작가의 명작 그림책 을 펴낸 길벗어린이는 그때에도 이미 명성을 자랑하는 출판사였고, 몇 번의 만남 끝에 자신의 데뷔작 를 이 출판사에서 펴냈다. 신인 작가로서 편집장을 대하는 터라 처음 만날 적엔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아이디어를 작은 그림으로 정리한 걸 ‘손톱스케치’라고 하는데, 그 손톱스케치와 원고를 들고 출판사를 들락거리기를 몇 번을 했는지 몰라요. 책을 만들기까지 상의할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으니까요.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그때 고 주간님 인상이 차가워서 기가 죽었어요.”

고 주간이 말하는 김 작가
치밀하게 일상 생활공간 그려내
원고 자신없던 부분 풍부해지죠

1991년 출판 일을 시작해 오랫동안 다양한 경험을 쌓은 고 주간은 김 작가와 손잡을 즈음 남매인 자기 아이들의 일상에 대한 글을 틈틈이 쓰고 있었다. 이 이야기를 작품으로 만들어줄 작가가 없어 아쉬워하던 참에 직접 작가로 나서기로 마음먹기까지 했는데, 어느날 김 작가의 그림이 떠올랐다고 한다. “그림책이 주로 정서적인 측면에 치중하다 보니, 자연·추억 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분위기가 있죠. 그런데 제 글은 도시를 배경으로 삼고 있어서 영진씨라면 그것을 잘 표현해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만난 두 사람이 합심해 펴낸 첫 작품이 다. 지원이와 병관이 두 남매가 처음 자기들끼리 지하철을 타고 할머니 댁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쉴 새 없이 장난을 치는 남동생과 그런 남동생을 행여 놓칠까, 또 내려야 할 역에서 내리지 못할까 노심초사하는 누나의 모습이 지하철역과 지하철 안, 도로 위 등 세세하게 묘사된 도시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내내 마음 졸이던 누나는 할머니 댁에 닿은 뒤에야 긴장이 풀어졌는지 울음을 터뜨리며 동생 엉덩이를 냅다 발로 걷어찬다. 그야말로 ‘누구나 공감할 법한 가족의 일상생활’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두 사람의 책 스타일은 그 뒤 계속 내놓은 ‘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의 가장 도드라진 특징이 됐다.

시리즈의 탄생에는 의미심장한 에피소드가 있다. “고 주간님이 준 원고를 처음 읽자마자 갑자기 누나와 저의 어린 시절이 생각난 거예요. ‘아, 나도 그랬지’ 하는 생각에 옛 앨범을 뒤져보니, 누나와 함께 찍은 사진이 나오더라고요. 그 사진을 그대로 그림으로 옮긴 게 표지 그림 속 지원이와 병관이의 모습이에요. 옷도 똑같고, 심지어 누나가 동생을 발로 차는 장면까지도 제 기억과 똑같아요.”

그러니까, 고 주간이 자기 아이들을 보고 쓴 글이 김 작가에게 와서는 그의 경험에 바탕을 둔 그림으로 완성된 셈이다.

고 주간은 김 작가에게 원고를 줄 때 이미지에 대해서는 전혀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원고 내용이 용돈이나 집안 치우기 따위를 놓고 아이와 부모가 밀고 당기는 모습처럼 누구에게나 있는 경험을 바탕으로 삼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신의 모습이나 경험과 연결된다고 한다. 그 뒤에 펴낸 까지도 김 작가는 이런 방식으로 고 주간의 글에 자신의 경험들을 녹여냈다고 한다.

“흔히 어린이 그림책은 ‘상상력’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막연하게 말하는데, 사실 상상력은 자신의 생활공간, 일상생활 같은 가장 구체적인 곳에서 나옵니다. 영진씨의 그림은 참으로 치밀하게 일상 속 생활공간을 그려내고 있어서, 원고 단계에서는 저 스스로 조금 자신 없던 부분들까지 풍부하게 그림으로 표현해줘요.”

고 주간은 김 작가가 그림 속에서 레고 블록이나 동네 마트의 로고 같은 작은 소품 하나하나에도 아이들 눈길을 끄는 요소들을 촘촘하게 집어넣는 것이 무척 좋다고 말한다. “예컨대 에 나오는 지하철역이 백석역인데, 그곳이 백석역이라는 것을 알아보는 독자들은 스스로 그걸 알아본다는 사실만으로도 즐거워해요. 책이 그런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 저한테도 즐거운 일이죠.”

물론 두 사람의 의견이 늘 척척 들어맞는 건 아니다. 이 시리즈의 ‘소시지’ 에피소드는 글 작가와 그림 작가가 어떤 지점에서 의견이 어긋날 수 있는지, 또 그걸 어떻게 극복해나가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작품 속에서 병관이가 가장 좋아하는 반찬은 소시지 반찬인데, 본디 고 주간의 원고에서는 소시지가 아닌 햄이었다고 한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어요. 우리 아들을 모델로 삼았으니까 아들의 성격을 그냥 살린 거죠.”

그런데 김 작가가 ‘햄보다는 소시지가 시각적으로 더 잘 표현된다’는 이유로 그림에서 햄을 소시지로 바꿨다고 한다. 고 주간은 “맘속으로는 ‘햄인데…’라고 생각하면서도 별말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행히도 어느 순간 ‘소시지여도 나쁘지 않겠다’ 생각이 들더군요. 만약 제가 거기서 고집을 피웠으면 다툼이 생겼을 수도 있겠죠.”

올해로 두 사람이 함께 손발을 맞춘 지 6년이 됐다. 지원이와 병관이의 모델이었던 고 주간의 두 자녀는 이제 대학생과 중학생으로 훌쩍 커버렸고, 시리즈를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었던 김 작가는 어느새 각각 여섯살, 네살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됐다. 2009년 펴낸 을 비롯해 (2010), (2011), (2012)에는 지원이와 병관이의 모습 속에 김 작가 자신의 경험 대신 아이들의 모습이 많이 들어 있다. 다음에 만들 책에 대한 계획을 미리 세워놓지 않는 것이 두 사람의 원칙이라지만, “요즘 고 주간의 새로운 원고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봐서 ‘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는 앞으로도 꾸준히 나오리라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예전엔 무뚝뚝하고 냉정한 인상을 주던 고 주간은 어린이 그림책을 만들고 수많은 어린이 독자들을 만나면서 자신도 많이 변했다고 말한다. “아이들은 스스로 신뢰와 사랑을 받고 있다고 느껴야 힘있게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린이 그림책을 만들면서 아이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지는 걸 느낍니다.”

‘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를 만들며 두 아이를 키우게 된 김 작가 역시 어린이 그림책에 대한 마음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는 “부모와 아이가 함께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따뜻한 위안을 주고받을 수 있는 그림책이 정말 좋은 그림책인 것 같다”며 “앞으로도 그런 그림책을 계속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는

의젓한 누나 개구쟁이 남동생
생활속 이야기로 공감대 형성
‘지하철을 타고서’ 등 8권 나와의젓한 누나 지원이와 개구쟁이 남동생 병관이가 등장하는 ‘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는 국내 어린이책에서 그동안 생소했던 ‘생활 그림책’ 분야를 새롭게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6년 첫 작품 로 시작해 6년 동안 등 모두 8권이 출간됐다. 여태껏 40만권 정도가 팔렸다고 한다.

‘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의 인기 비결은 무엇보다도 많은 부모와 아이들이 경험했을 법한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그려낸 데 있다. ‘어, 우리집 이야기네’ 하며 맞장구를 치게 하는 ‘친숙한 공감’을 이끌어낸다. 지원이와 병관이가 처음 지하철을 타고 할머니 집을 찾아가는 이야기, 집 안을 잔뜩 어질러놓고 치우기 싫어 엄마와 신경전을 벌이는 병관이의 모습 등은 소소하지만 소중한 것들이 가득한 삶의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해준다.

최원형 기자 

그림책 ‘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를 함께 만들어온 고대영 길벗어린이 편집주간(오른쪽)과 김영진 작가가 지난 13일 경기도 파주 출판도시에 자리잡은 길벗어린이 출판사 1층 사무실에서 마주보며 웃고 있다. 6년 동안 8권의 그림책을 함께 만든 두 사람은 “최근엔 책 한권 만들 때 두어 번 정도만 만난 것 같다. 사실 서로 자주 안 보는 게 낫다”는 농담을 주고받았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우리는 짝]‘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 낸 고대영 주간-김영진 작가
출판사 편집장-신인 화가로 첫 만남
도시아이 그림책 인기끌며 6년 호흡

어린이 그림책에는 글 작가와 그림 작가가 따로 있는 경우가 많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일을 맡아서 하나의 작품을 빚어내는 과정은 과연 어떨까?

얼핏 생각해도 쉽지 않아 보이는데, 6년 동안 한 시리즈로 여덟권의 그림책을 함께 만들어낸 짝꿍이 있다. 부모들과 아이들에게 두루 사랑받는 그림책 ‘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를 함께 만들어온 고대영(52) 길벗어린이 편집주간과 김영진(40) 작가다. 고 주간은 글을 쓰고 김 작가는 그림을 그린다. 한국 사회에서 흔히 ‘어색한 사이’로 취급받곤 하는 띠동갑 남성 두명은 과연 어떻게 출판계에서 흔치 않은 짝꿍이 되었을까? 두 사람을 지난 13일 경기도 파주에 있는 길벗어린이 출판사에서 만났다.


김 작가가 말하는 고 주간
처음엔 인상 차가워 기 죽었죠
원고 보니 내 어린시절 그린 듯 

두 사람은 글·그림 작가로서가 아니라 출판사 편집장과 신인 작가로 처음 만났다고 한다. 전집류 그림책을 만드는 출판사에서 7~8년 동안 디자이너로 일하던 김 작가는 그림책을 직접 창작하고 싶다는 마음에 2002년께 전업 그림작가로 나섰고, 아는 사람을 통해 당시 길벗어린이 편집장으로 있던 고 주간을 소개받았다. 고 권정생 작가의 명작 그림책 을 펴낸 길벗어린이는 그때에도 이미 명성을 자랑하는 출판사였고, 몇 번의 만남 끝에 자신의 데뷔작 를 이 출판사에서 펴냈다. 신인 작가로서 편집장을 대하는 터라 처음 만날 적엔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아이디어를 작은 그림으로 정리한 걸 ‘손톱스케치’라고 하는데, 그 손톱스케치와 원고를 들고 출판사를 들락거리기를 몇 번을 했는지 몰라요. 책을 만들기까지 상의할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으니까요.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그때 고 주간님 인상이 차가워서 기가 죽었어요.”

고 주간이 말하는 김 작가
치밀하게 일상 생활공간 그려내
원고 자신없던 부분 풍부해지죠

1991년 출판 일을 시작해 오랫동안 다양한 경험을 쌓은 고 주간은 김 작가와 손잡을 즈음 남매인 자기 아이들의 일상에 대한 글을 틈틈이 쓰고 있었다. 이 이야기를 작품으로 만들어줄 작가가 없어 아쉬워하던 참에 직접 작가로 나서기로 마음먹기까지 했는데, 어느날 김 작가의 그림이 떠올랐다고 한다. “그림책이 주로 정서적인 측면에 치중하다 보니, 자연·추억 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분위기가 있죠. 그런데 제 글은 도시를 배경으로 삼고 있어서 영진씨라면 그것을 잘 표현해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만난 두 사람이 합심해 펴낸 첫 작품이 다. 지원이와 병관이 두 남매가 처음 자기들끼리 지하철을 타고 할머니 댁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쉴 새 없이 장난을 치는 남동생과 그런 남동생을 행여 놓칠까, 또 내려야 할 역에서 내리지 못할까 노심초사하는 누나의 모습이 지하철역과 지하철 안, 도로 위 등 세세하게 묘사된 도시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내내 마음 졸이던 누나는 할머니 댁에 닿은 뒤에야 긴장이 풀어졌는지 울음을 터뜨리며 동생 엉덩이를 냅다 발로 걷어찬다. 그야말로 ‘누구나 공감할 법한 가족의 일상생활’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두 사람의 책 스타일은 그 뒤 계속 내놓은 ‘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의 가장 도드라진 특징이 됐다.

시리즈의 탄생에는 의미심장한 에피소드가 있다. “고 주간님이 준 원고를 처음 읽자마자 갑자기 누나와 저의 어린 시절이 생각난 거예요. ‘아, 나도 그랬지’ 하는 생각에 옛 앨범을 뒤져보니, 누나와 함께 찍은 사진이 나오더라고요. 그 사진을 그대로 그림으로 옮긴 게 표지 그림 속 지원이와 병관이의 모습이에요. 옷도 똑같고, 심지어 누나가 동생을 발로 차는 장면까지도 제 기억과 똑같아요.”

그러니까, 고 주간이 자기 아이들을 보고 쓴 글이 김 작가에게 와서는 그의 경험에 바탕을 둔 그림으로 완성된 셈이다.

고 주간은 김 작가에게 원고를 줄 때 이미지에 대해서는 전혀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원고 내용이 용돈이나 집안 치우기 따위를 놓고 아이와 부모가 밀고 당기는 모습처럼 누구에게나 있는 경험을 바탕으로 삼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신의 모습이나 경험과 연결된다고 한다. 그 뒤에 펴낸 까지도 김 작가는 이런 방식으로 고 주간의 글에 자신의 경험들을 녹여냈다고 한다.

“흔히 어린이 그림책은 ‘상상력’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막연하게 말하는데, 사실 상상력은 자신의 생활공간, 일상생활 같은 가장 구체적인 곳에서 나옵니다. 영진씨의 그림은 참으로 치밀하게 일상 속 생활공간을 그려내고 있어서, 원고 단계에서는 저 스스로 조금 자신 없던 부분들까지 풍부하게 그림으로 표현해줘요.”

고 주간은 김 작가가 그림 속에서 레고 블록이나 동네 마트의 로고 같은 작은 소품 하나하나에도 아이들 눈길을 끄는 요소들을 촘촘하게 집어넣는 것이 무척 좋다고 말한다. “예컨대 에 나오는 지하철역이 백석역인데, 그곳이 백석역이라는 것을 알아보는 독자들은 스스로 그걸 알아본다는 사실만으로도 즐거워해요. 책이 그런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 저한테도 즐거운 일이죠.”

물론 두 사람의 의견이 늘 척척 들어맞는 건 아니다. 이 시리즈의 ‘소시지’ 에피소드는 글 작가와 그림 작가가 어떤 지점에서 의견이 어긋날 수 있는지, 또 그걸 어떻게 극복해나가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작품 속에서 병관이가 가장 좋아하는 반찬은 소시지 반찬인데, 본디 고 주간의 원고에서는 소시지가 아닌 햄이었다고 한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어요. 우리 아들을 모델로 삼았으니까 아들의 성격을 그냥 살린 거죠.”

그런데 김 작가가 ‘햄보다는 소시지가 시각적으로 더 잘 표현된다’는 이유로 그림에서 햄을 소시지로 바꿨다고 한다. 고 주간은 “맘속으로는 ‘햄인데…’라고 생각하면서도 별말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행히도 어느 순간 ‘소시지여도 나쁘지 않겠다’ 생각이 들더군요. 만약 제가 거기서 고집을 피웠으면 다툼이 생겼을 수도 있겠죠.”

올해로 두 사람이 함께 손발을 맞춘 지 6년이 됐다. 지원이와 병관이의 모델이었던 고 주간의 두 자녀는 이제 대학생과 중학생으로 훌쩍 커버렸고, 시리즈를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었던 김 작가는 어느새 각각 여섯살, 네살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됐다. 2009년 펴낸 을 비롯해 (2010), (2011), (2012)에는 지원이와 병관이의 모습 속에 김 작가 자신의 경험 대신 아이들의 모습이 많이 들어 있다. 다음에 만들 책에 대한 계획을 미리 세워놓지 않는 것이 두 사람의 원칙이라지만, “요즘 고 주간의 새로운 원고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봐서 ‘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는 앞으로도 꾸준히 나오리라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예전엔 무뚝뚝하고 냉정한 인상을 주던 고 주간은 어린이 그림책을 만들고 수많은 어린이 독자들을 만나면서 자신도 많이 변했다고 말한다. “아이들은 스스로 신뢰와 사랑을 받고 있다고 느껴야 힘있게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린이 그림책을 만들면서 아이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지는 걸 느낍니다.”

‘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를 만들며 두 아이를 키우게 된 김 작가 역시 어린이 그림책에 대한 마음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는 “부모와 아이가 함께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따뜻한 위안을 주고받을 수 있는 그림책이 정말 좋은 그림책인 것 같다”며 “앞으로도 그런 그림책을 계속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는

의젓한 누나 개구쟁이 남동생
생활속 이야기로 공감대 형성
‘지하철을 타고서’ 등 8권 나와의젓한 누나 지원이와 개구쟁이 남동생 병관이가 등장하는 ‘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는 국내 어린이책에서 그동안 생소했던 ‘생활 그림책’ 분야를 새롭게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6년 첫 작품 로 시작해 6년 동안 등 모두 8권이 출간됐다. 여태껏 40만권 정도가 팔렸다고 한다.

‘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의 인기 비결은 무엇보다도 많은 부모와 아이들이 경험했을 법한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그려낸 데 있다. ‘어, 우리집 이야기네’ 하며 맞장구를 치게 하는 ‘친숙한 공감’을 이끌어낸다. 지원이와 병관이가 처음 지하철을 타고 할머니 집을 찾아가는 이야기, 집 안을 잔뜩 어질러놓고 치우기 싫어 엄마와 신경전을 벌이는 병관이의 모습 등은 소소하지만 소중한 것들이 가득한 삶의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해준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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