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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다순’ 출석번호를 제안한다

0교시 페미니즘

성평등한 학교를 위한 새 학기 액션플랜. 아직도 남학생은 1번, 여학생은 51번부터 시작되는 출석번호를 유지하는 학교가 많다. 정말 사소하고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면, 여학생을 1번, 남학생을 51번부터 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을 텐데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나는 성별이 아닌 다른 기준(이를테면 가나다순)으로 출석번호를 정하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

남학생과 여학생이 뒤섞인 출석번호가 나오기 때문에 불편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학생을 남학생과 여학생으로 나눠 번호를 매기고 수를 세는 건 그야말로 어른의 편의를 위한 발상이다. 물론 편의라는 것이 늘 나쁜 것만은 아니다. 예를 들어 아이를 잃어버렸을 때 간단한 수 세기만으로 없는 아이가 여학생인지 남학생인지 빠르게 알 수 있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 말은 교사부터 아이를 한 명의 개인으로 여기기보다 성별로 먼저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새롭게 구성된 반의 성비를 보며 ‘남학생이 많으니 학교 폭력이 많이 생길 것’이라든가 ‘여학생이 많은 반이라 왕따 사건에 시달릴 것’이라고 예언을 하는 경우는 얼마나 많은가. 아이를 남녀가 아닌 아이답게 키우겠다는 말에는 모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정작 어른들의 편의를 위해 아이를 한 개인이 아닌 성별로 먼저 인식하는 체계는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건 모순이다. 보호자들은 전화나 편지, 교사들은 회의 시간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말해주시길 바란다.

심지어 아이가 받은 새 교과서조차 성평등하지 않다. 등장하는 남성과 여성 인물의 수를 세는 것만으로 금방 알 수 있다. 각 인물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더욱 심각해진다. 어린이 돌봄과 관련된 일은 여성 인물이 전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다양한 직업을 가진 모습으로 등장하는 남성과 달리 여성의 직업은 교사, 간호사 정도로 제한적이다. 이른바 엄마, 아빠, 아들, 딸로 이루어진 정상가족도 문제다.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는 정상가족과 달리, 다른 형태의 가족은 ‘이런 가족도 있으니 차별하면 안 된다’는 내용을 설명할 때나 등장한다. 교과서부터 등장 횟수에서 차별하고 있으면서 아이들에게 차별하면 안 된다고 가르치자니 참 민망하다.

학용품의 경우도 이런 성차별은 반복된다. 여자아이는 핑크를 좋아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스스로 물건을 선택할 수 없는 시기부터 분홍색 물건을 쓰다가 ‘여아 코너’에서 물건을 고르는 아이에게는 선택지가 별로 없다. 마트에 여성용 물건과 남성용 물건의 색상을 조사해보고 이상한 점을 찾아보자고 하면 금방 찾는다. 좀 더 성숙한 아이라면 남성용 연필과 여성용 연필이 따로 있는 것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일인지 이야기해보는 것도 좋다.

서한솔(서울 상천초등학교 교사, 초등성평등연구회 대표)

성평등한 학교를 위한 새 학기 액션플랜. 아직도 남학생은 1번, 여학생은 51번부터 시작되는 출석번호를 유지하는 학교가 많다. 정말 사소하고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면, 여학생을 1번, 남학생을 51번부터 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을 텐데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나는 성별이 아닌 다른 기준(이를테면 가나다순)으로 출석번호를 정하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

남학생과 여학생이 뒤섞인 출석번호가 나오기 때문에 불편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학생을 남학생과 여학생으로 나눠 번호를 매기고 수를 세는 건 그야말로 어른의 편의를 위한 발상이다. 물론 편의라는 것이 늘 나쁜 것만은 아니다. 예를 들어 아이를 잃어버렸을 때 간단한 수 세기만으로 없는 아이가 여학생인지 남학생인지 빠르게 알 수 있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 말은 교사부터 아이를 한 명의 개인으로 여기기보다 성별로 먼저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새롭게 구성된 반의 성비를 보며 ‘남학생이 많으니 학교 폭력이 많이 생길 것’이라든가 ‘여학생이 많은 반이라 왕따 사건에 시달릴 것’이라고 예언을 하는 경우는 얼마나 많은가. 아이를 남녀가 아닌 아이답게 키우겠다는 말에는 모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정작 어른들의 편의를 위해 아이를 한 개인이 아닌 성별로 먼저 인식하는 체계는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건 모순이다. 보호자들은 전화나 편지, 교사들은 회의 시간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말해주시길 바란다.

심지어 아이가 받은 새 교과서조차 성평등하지 않다. 등장하는 남성과 여성 인물의 수를 세는 것만으로 금방 알 수 있다. 각 인물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더욱 심각해진다. 어린이 돌봄과 관련된 일은 여성 인물이 전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다양한 직업을 가진 모습으로 등장하는 남성과 달리 여성의 직업은 교사, 간호사 정도로 제한적이다. 이른바 엄마, 아빠, 아들, 딸로 이루어진 정상가족도 문제다.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는 정상가족과 달리, 다른 형태의 가족은 ‘이런 가족도 있으니 차별하면 안 된다’는 내용을 설명할 때나 등장한다. 교과서부터 등장 횟수에서 차별하고 있으면서 아이들에게 차별하면 안 된다고 가르치자니 참 민망하다.

학용품의 경우도 이런 성차별은 반복된다. 여자아이는 핑크를 좋아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스스로 물건을 선택할 수 없는 시기부터 분홍색 물건을 쓰다가 ‘여아 코너’에서 물건을 고르는 아이에게는 선택지가 별로 없다. 마트에 여성용 물건과 남성용 물건의 색상을 조사해보고 이상한 점을 찾아보자고 하면 금방 찾는다. 좀 더 성숙한 아이라면 남성용 연필과 여성용 연필이 따로 있는 것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일인지 이야기해보는 것도 좋다.

서한솔(서울 상천초등학교 교사, 초등성평등연구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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