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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육아를 부탁해] 강남 엄마도 배워야 할 실학자의 육아 통찰

(11) 오래된 미래, 전통육아의 비밀

김광호, 조미진 지음Ⅰ라이온북스 펴냄

“우리의 유아교육 어떻습니까? 유아교육학과 학생들 학교 들어가면 어떤 것을 배우나요? 루소, 프뢰벨, 페스탈로찌, 몬테소리 등 외국의 유명한 교육학자의 이론들을 쫙~ 배웁니다. 그런데 우리의 전통적 육아 방식과 이론에 대해서는 배우나요? 그렇지 않습니다.‘단동십훈’에 대해서 잘 아는 학생들 많지 않지요. 우리는 우리 아이들이 놀고 자랐던 어떤 기록을 배우기보다 외국 아이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자료를 배웁니다. 우리 땅에서 나고 자란 우리 아이들을 다른 나라 아이들이 커온 방식으로 끼워 맞추는 것은 아닐까요? ”
개량 한복을 입은 김은주 부산대학교 유아교육학과 교수가 아주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지난 6월16일 대전 한남대학교 성지관에서 한국생태유아교육학회 춘계 학술대회가 열렸다. 당시 나는 생태유아교육에 대한 관심이 한창 높아져 있는 때여서, 주말인데도 남편에게 아이 둘을 맡기고 대전까지 내려가 학술대회에서 오가는 내용들을 경청했다. 그때 학술대회에서 김 교수는 ‘지금의 유아교육, 과연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주제로 발표했는데 그 내용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김 교수의 발표를 들으면서 우리 유아교육이 매우 서구 중심적이며, 너무 이론 중심적이고, 논리적이고 합리적 것만 강조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어디 유아교육뿐인가.우리는 모든 학문에서 있어 서구 이론이 가장 좋은 것이라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고, 우리 것은 구시대적인 것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또 일부 부모들은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을 서구 이론에 맞춰 인지발달을 잘 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김광호·조미진 지음, 라이온북스 펴냄)을 읽으면서 나는 다시 한번 전통 육아를 재발견하게 됐다. 포대기나 전통 놀이 중 하나인 ‘단동십훈’에 담긴 과학적 육아의 비밀, 우리 선조들의 기록에서 보여지는 깊이있고 인본주의적인 육아 철학 등에 대한 내용은 매우 흥미로웠다. 생태유아교육학회의 주제 발표자로도 나섰던 김광수 EBS 피디가 이 책의 지은이인데 그는 한국 부모들이 왜 아이를 키우면서 불안해하는지 날카롭게 분석하고, ‘우리식 아이 키우기’에 대해 깊이있게 고민했다. 영유아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단동십훈을 알려주고 난 뒤 그들에게 나타난 각종 변화를 과학적으로 조사해서 전통놀이의 효능을 밝혀낸 것도 매우 의미깊은 일이라 생각한다.
 

“글을 가르치는 데 있어서는 많이만 가르칠 것이 아니라 그 자질을 헤아려서 능히 200자를 배울 수 있는 자에게는 100자만 가르쳐서 항상 정신과 역량이 남아돌게 하면 싫증을 낼 염려가 없고 자득하고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다. 어린아이에게 글을 가르쳐줄 때는 많은 분량을 가르쳐주는 것은 절대 금기이다. 총명한 아이가 조금만 읽어서 잘 외는 것도 좋은 일이 아니거니와 둔한 아이에게 많은 분량을 읽히게 하는 것은 마치 약한 말에 무거운 짐을 실은 것과 같으니 어찌 멀리 갈 리가 있겠는가? 어린아이에게 글을 가르쳐줄 때에는 번거롭게 말을 하는 것이 가장 금기이다. 모름지기 그 제품의 고하에 따라 상세하면서도 간략하게 해석해주어야 한다.”
이 책에서 소개한 조선후기의 대표적 실학자 이덕무의 ‘사소절’(선비들의 수양서)에 나오는 대목이다. 이 얼마나 놀라운 지혜인가. 아이들의 정신과 역량에 있어 여백을 중시한 조상들의 지혜는 나를 포함한 요즘 부모들에게 많은 메시지를 던진다. 지은이들은 ‘사소절’ 외에도 안정복의 교육지침서 ‘하학지남’과 윤최식의 선비들을 위한 생활지침서 ‘일용지결’을 예로 들며 “우리나라 전통교육은 아동존중 사상에 입각해 있었고, 하루에도 수차례씩 자녀의 독서를 지도하고 아이에게 궁금한 것을 질문하도록 하는 등 아이의 흥미와 관심을 존중했다”고 말한다. 과거 우리 선조들의 육아 방식을 재발견해 자연스럽게 우리 생활에 적용해 보면 좋을 이유다.
 

뉴욕 등 서구인들이 포대기에 빠져드는 현상도 매우 흥미롭다. 때에 맞춰 모유수유를 하고, 잠자리 독립을 일찍 시키는 등 아이의 독립성을 강조하던 서구에서 애착육아의 중요성이 알려지면서 포대기를 애착육아의 중요한 수단으로 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유모차나 아기띠에 밀려 구시대적 육아용품으로 취급되는 포대기가 서구에서는 최신 육아 트렌드를 반영하는 물품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하니 이 얼마나 흥미로운가.
에서는 육아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꼭 어려운 숙제 하듯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엄마의 본능을 믿고, 내 안의 육아 DNA가 있다는 것을 믿고, 자신의 아이를 잘 관찰하며 하면 그것이 바로 좋은 육아라고 말한다. 엄마들의 실수나 잘못된 점만 지적하는 다른 육아서와 달리 모든 엄마는 육아 본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이 책은 자신도 모르게 육아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많은 부모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영유아를 키우고 있는 부모들이라면 전통 육아방식에 대한 정보는 물론이고 자신의 육아 철학을 확립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양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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