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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 사랑도 지나치면 `독'

» 한겨레 자료사진

초등학교 4학년 여자아이가 부모와 함께 병원에 왔다. 아이가 큰 문제 없이 잘 크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담임선생님이 부모님과 상담하면서 다른 애들과 행동이 다르다며 진료를 권했다고 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아이가 학습내용도 잘 이해하고 시험을 보면 점수도 잘 받는데 비해 자기가 쓴 물건을 제대로 챙기지 못해 항상 흘리고 다닌다는 것이었다. 또한 선생님이 지시를 하면 듣기는 하는데 바로 따르지 않고 꾸물거리며, 모둠활동에도 적극적이지 않아 또래들이 아이와 같은 모둠이 되는 것을 싫어한다고 했다.

아이는 귀엽고 똘똘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깔끔하게 빗은 머리와 단정한 옷차림이 심지어 야무져 보이기까지 했다.

“학교숙제는 어떻게 해가니?”

“엄마가 봐줘요.”

“준비물은?”

“할머니하고 같이 사러 가요. 엄마가 사오기도 하고.”

“학교 갈 때 옷은 누가 골라?”

“씻고 오면 할머니가 챙겨놓는데.”

“학교에 지각한 적은 없어?”

“할머니가 데려다 줘요.”

“너 4학년이잖아. 아직도 할머니하고 같이 학교에 가?”

“1학년 때부터 그랬어요. 한 번도 혼자 간 적 없는데요.”

이런 저런 평가를 해봤지만 짐작대로 아이에게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즉, 다른 4학년 아이가 할 수 있는 것을 아이가 하지 못할 이유는 하나도 없었다. 유일한 문제는 혼자서 해볼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었다. 아이의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가 어떻게 커왔는지 알 수 있었다.

아이 엄마는 집안의 외동딸로 친정에서는 딸이자 아들 같은 존재였다. 대학원을 마치고 직장을 다니다 결혼을 했는데 일을 그만 두면 안 된다는 친정 엄마 등쌀에 아이는 친정에 맡기고 일에 전념해왔다고 하였다. 친정 어머니는 그야말로 헌신적인 스타일로 아이의 일거수 일투족을 모두 지켜보면서 필요한 게 있으면 모두 해주는 스타일이었다.

심지어 밤 열두 시에 음료수를 찾으면 바로 편의점에 달려가 사왔고, 집밖에 나갈 때는 가까운 학원조차도 함께 가야 안심이 된다며 늘 함께 다녀 동네에서도 유명한 편이라고 하였다. 그러다 보니 엄마의 역할은 할머니가 해주기 어려운 공부, 숙제 정도에 한정되었고, 아이는 먹는 거나 씻는 것, 심지어 자는 것까지도 할머니가 없으면 안 되는 아이로 커나가고 있었다.

“저도 할머니가 문제라고 생각은 해요. 그런데 노인네가 아이 하나 바라보면서 그 낙으로 사시는데 그러지 말라고 할 수가 없더라고요. 솔직히 그렇게 돌봐주어서 제가 지금까지 직장과 가정을 병행할 수 있었는데 이제 와서 애를 잘못 키웠다고 말할 수도 없잖아요.”

아이의 문제가 과도하게 허용적이고 스스로 할 기회를 주지 않는 환경에서 비롯된 것 같다고 하자 엄마가 한 말이었다. 심지어 자신도 그런 방식으로 컸기 때문에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혼자서 뭘 하려면 떨리기부터 하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지 못해 직장에서 좋은 기회를 여러 번 놓쳤다고 했다.

똑같이 일을 하는 엄마로서 아이 엄마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스스로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면 어떤 답이 나올까?

“아이를 사랑해서 하는 행동인데 그게 아이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때 어떻게 해야 하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이를 사랑하는 것과 아이를 잘 키우는 것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이를 많이 사랑하기만 하면 아이가 그 사랑으로 잘 클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그렇지만 양육은 감정만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고 방법 역시 사랑 못지 않게 중요하다. 너무 사랑해서, 아이가 힘들어하는 걸 볼 수 없어서 모든 것을 다해주었는데 평생 남에게 의존하지 않으면 혼자 힘으로 살아갈 수 없게 된다면?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조부모가 양육을 도맡는 가정이 많아졌다. 그러면서 부모와 조부모의 역할이 사랑해주는 역할과 훈육하는 역할로 나눠지기도 한다. 아이들은 애착을 맺은 대상 안에서 지켜보고 보살펴주는 사랑과 함께 세상에 나설 수 있도록 밀어주고 격려해주는 훈육을 통합적으로 경험해야 세상을 살아가는데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밥을 차려주고 옷을 골라주는 것보다 지금 아이가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 세상에 나설 준비가 잘 되고 있는지 부모가 주도적으로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아이는 자율적인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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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4학년 여자아이가 부모와 함께 병원에 왔다. 아이가 큰 문제 없이 잘 크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담임선생님이 부모님과 상담하면서 다른 애들과 행동이 다르다며 진료를 권했다고 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아이가 학습내용도 잘 이해하고 시험을 보면 점수도 잘 받는데 비해 자기가 쓴 물건을 제대로 챙기지 못해 항상 흘리고 다닌다는 것이었다. 또한 선생님이 지시를 하면 듣기는 하는데 바로 따르지 않고 꾸물거리며, 모둠활동에도 적극적이지 않아 또래들이 아이와 같은 모둠이 되는 것을 싫어한다고 했다.

아이는 귀엽고 똘똘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깔끔하게 빗은 머리와 단정한 옷차림이 심지어 야무져 보이기까지 했다.

“학교숙제는 어떻게 해가니?”

“엄마가 봐줘요.”

“준비물은?”

“할머니하고 같이 사러 가요. 엄마가 사오기도 하고.”

“학교 갈 때 옷은 누가 골라?”

“씻고 오면 할머니가 챙겨놓는데.”

“학교에 지각한 적은 없어?”

“할머니가 데려다 줘요.”

“너 4학년이잖아. 아직도 할머니하고 같이 학교에 가?”

“1학년 때부터 그랬어요. 한 번도 혼자 간 적 없는데요.”

이런 저런 평가를 해봤지만 짐작대로 아이에게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즉, 다른 4학년 아이가 할 수 있는 것을 아이가 하지 못할 이유는 하나도 없었다. 유일한 문제는 혼자서 해볼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었다. 아이의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가 어떻게 커왔는지 알 수 있었다.

아이 엄마는 집안의 외동딸로 친정에서는 딸이자 아들 같은 존재였다. 대학원을 마치고 직장을 다니다 결혼을 했는데 일을 그만 두면 안 된다는 친정 엄마 등쌀에 아이는 친정에 맡기고 일에 전념해왔다고 하였다. 친정 어머니는 그야말로 헌신적인 스타일로 아이의 일거수 일투족을 모두 지켜보면서 필요한 게 있으면 모두 해주는 스타일이었다.

심지어 밤 열두 시에 음료수를 찾으면 바로 편의점에 달려가 사왔고, 집밖에 나갈 때는 가까운 학원조차도 함께 가야 안심이 된다며 늘 함께 다녀 동네에서도 유명한 편이라고 하였다. 그러다 보니 엄마의 역할은 할머니가 해주기 어려운 공부, 숙제 정도에 한정되었고, 아이는 먹는 거나 씻는 것, 심지어 자는 것까지도 할머니가 없으면 안 되는 아이로 커나가고 있었다.

“저도 할머니가 문제라고 생각은 해요. 그런데 노인네가 아이 하나 바라보면서 그 낙으로 사시는데 그러지 말라고 할 수가 없더라고요. 솔직히 그렇게 돌봐주어서 제가 지금까지 직장과 가정을 병행할 수 있었는데 이제 와서 애를 잘못 키웠다고 말할 수도 없잖아요.”

아이의 문제가 과도하게 허용적이고 스스로 할 기회를 주지 않는 환경에서 비롯된 것 같다고 하자 엄마가 한 말이었다. 심지어 자신도 그런 방식으로 컸기 때문에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혼자서 뭘 하려면 떨리기부터 하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지 못해 직장에서 좋은 기회를 여러 번 놓쳤다고 했다.

똑같이 일을 하는 엄마로서 아이 엄마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스스로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면 어떤 답이 나올까?

“아이를 사랑해서 하는 행동인데 그게 아이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때 어떻게 해야 하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이를 사랑하는 것과 아이를 잘 키우는 것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이를 많이 사랑하기만 하면 아이가 그 사랑으로 잘 클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그렇지만 양육은 감정만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고 방법 역시 사랑 못지 않게 중요하다. 너무 사랑해서, 아이가 힘들어하는 걸 볼 수 없어서 모든 것을 다해주었는데 평생 남에게 의존하지 않으면 혼자 힘으로 살아갈 수 없게 된다면?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조부모가 양육을 도맡는 가정이 많아졌다. 그러면서 부모와 조부모의 역할이 사랑해주는 역할과 훈육하는 역할로 나눠지기도 한다. 아이들은 애착을 맺은 대상 안에서 지켜보고 보살펴주는 사랑과 함께 세상에 나설 수 있도록 밀어주고 격려해주는 훈육을 통합적으로 경험해야 세상을 살아가는데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밥을 차려주고 옷을 골라주는 것보다 지금 아이가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 세상에 나설 준비가 잘 되고 있는지 부모가 주도적으로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아이는 자율적인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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