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뉴스»콘텐츠

기저귀 따윈 필요없어

한국에서 기저귀 없이 아기 키우는 이즈카 사야카, 
생후 1개월 전 시작해 4개월에 변기에서 대변의 80% 해결
기저귀 발진 막고, 몸의 인과관계 자연스럽게 익혀

» ‘기저귀 없는 육아’를 실천하고 있는 이즈카 사야카가 용변을 본 아들 래온이가 앉은 상태로 변기를 들어올리고 있다.“래온노 오시리카라 웅코가 데루요. 웅, 웅, 웅~.”(래온이의 엉덩이에서 응가가 나와요. 응, 응, 응~.)

 

일본 니가타현 출신으로 한국인 남편과 인천에 사는 이즈카 사야카(34)는 4개월 된 아들 래온이를 냄비 모양 변기 위에 올려놓고 노래를 불러줬다. 자신이 만든 이 노래를 서너 차례 부르더니 사야카는 “지금 한 것 같은데…”라고 중얼거렸다. 래온이 엉덩이를 들어보니 변기 속에 ‘응가’가 있었다. 사야카는 빙긋 웃음을 짓더니 래온이가 앉은 상태로 변기를 들어 화장실로 갔다. 엉덩이를 씻고 엄마 품에 안겨 돌아온 래온이는 한결 개운한 듯 옹알거렸다.

“불편한 삶에 익숙해지길 두 번이나 강요”

사야카는 이른바 ‘기저귀 없는 육아’를 하고 있다. “사실 기저귀를 차는 건 불편한 거잖아요. 용변이 몸에 묻어 있는 상황을 그대로 견디라는 건데. 아이는 결국 기저귀에 익숙해져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이젠 화장실에 가서 옷을 내리고 일을 보라고 해요. 겨우 익숙해진 걸 다시 버리라는 거예요. 어찌 보면 아이한테 불편한 삶에 익숙해지기를 두 번이나 강요하는 건데, 우리는 너무 당연스럽게 생각하고 있어요.”

국내에선 ‘기저귀 없는 육아’의 개념이 생소하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에선 효용을 꽤 인정받은 육아 방식이다. 미국에선 2001년 라는 책을 쓴 잉그리드 바우어가 효시 격이다. 바우어는 자신이 인도와 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 만난 현지 엄마들에게서 착안했다. 그들은 기저귀를 채우지 않았다. 일회용 기저귀는 구할 수 없었고, 먹을 물도 부족한 형편에 매번 빨아야 할 천기저귀도 쓸 수 없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기저귀 없이 엄마 품에 늘 안겨 있는 아이들은 좀처럼 실수를 하지 않았다.

바우어는 ‘기저귀 없는 육아’의 가능성을 찾았고, 스스로 아이를 키우면서 실천에 옮겼다. 인터넷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책도 내면서 온·오프라인에서 두루 환영을 받았다. ‘배설 소통’이라는 용어도 생겼다. 최근엔 미국 배우 얼리샤 실버스톤이 2011년 10월 트위터에 아들의 배변 훈련을 자랑하면서 주목받았다. “베어블루(5개월)가 화장실에 4번 가서 응가와 쉬를 했다. 우린 너무 자랑스럽다!”

미국에서의 유행은 일본에도 상륙했다. 2008년 일본 언론엔 ‘기저귀 없는 육아’를 소개하는 기사가 종종 눈에 띄었다. 이듬해 미국의 원작이 번역된 , 일본 내에서 출간된 등 2권의 책이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관심 갖는 사람이 늘었고, ‘기저귀 없는 육아 연구소’라는 단체도 출범했다.

사야카는 출산 전 천기저귀에 대해 알아보던 중, 일본에서 유행하는 ‘기저귀 없는 육아’를 접했다. 책도 구해 읽고 인터넷에 오가는 정보도 눈여겨봤다. 출산 뒤 조산원에서 머무른 2주 동안은 일회용 기저귀를 썼다. 이후 산후조리는 일본에서 친정어머니가 와서 도와주셨다. 사야카는 어머니에게 ‘기저귀 없는 육아’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어머니가 동의하면서 래온이는 생후 1개월이 되기 전부터 변기 위에서 용변을 보게 됐다. 생후 4개월이 된 지금 래온이는 대변 80%가량, 소변 20%가량을 기저귀가 아닌 변기 위에서 해결하고 있다.

똥기저귀 거의 없고, 기저귀 절반 사용

아기가 용변을 보고 싶어 한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지금까지 나온 자료를 보면, 크게 보아 3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타이밍이다. 자다 깼을 때나 아기띠·카시트에서 풀어줄 때 배변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는 아기가 보내는 신호다. 갑자기 멍한 표정을 짓거나, 가만히 있다가 꼼지락대는 건 아기의 ‘배변 사인’일 수 있다. 마지막은 양육자의 직감이다. 언제나 곁에 있는 양육자가 ‘할 때가 됐는데’라고 생각하면 정말로 때가 왔을 가능성이 있다.

사야카도 모든 것을 알까? 질문을 받은 그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아무 말도 안 하는데, 엄마가 어떻게 완벽하게 알아요? 그런 사람은 세상에 없을걸요”라며 웃는다. 그러나 이내 “젖을 먹다가 갑자기 안 먹고 가만히 있으면 쉬를 하려고 할 때인 경우가 많죠. 그래서 수유 중엔 아예 아래에 변기를 받쳐놔요. 낮잠 자다가 갑자기 울 때도 쉬하고 싶다는 것 같아요. 응가가 마려울 때 래온이는 양손을 번갈아 입으로 가져가는데, 그럴 때 변기에 앉혀서 ‘응가 노래’를 불러주죠. 할 때도 있고 안 할 때도 있어요.” 사야카에게도 래온이와 주고받는 ‘사인’이 어느 정도 정해진 셈이었다.

그렇다고 사야카가 신호를 놓치지 않기 위해 하루 종일 아이만 쳐다보고 있는 건 아니다. ‘기저귀 없는 육아’ 자체가 기저귀 사용을 아예 거부하는 개념이 아니다. 평소 래온이는 천기저귀를 차고, 하루에 10~15장을 간다. 변기를 쓰지 않는 데 견줘 절반 이하를 사용하는 것이다. 응가는 변기에 앉혀서 해결하는 경우가 많아 ‘똥기저귀’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세탁이 쉬워졌다. 가끔은 일회용 기저귀를 채우기도 한다. “오랫동안 외출해야 할 때나 제가 푹 자고 싶을 때는 할 수 없이 일회용 기저귀를 채워요. 그때엔 ‘래온아, 미안’이라고 말하죠.”

기저귀 없는 육아는 양육자와 아기를 더 가깝게 만들어주는 한편, 아기의 기저귀 발진을 예방하고 청결한 상태를 유지해주는 등 장점이 많다. 아기로서도 ‘마려우면 나온다’ ‘표현하면 받아준다’는 식의 인과관계를 익히고 자신의 신체를 더 잘 알게 된다는 해석이 있다. 그러나 그런 장점을 위해 무리해서 스트레스 받으며 의무적으로 할 일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여건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하루 종일’ ‘하루 몇 차례’ ‘일주일 몇 차례’처럼 기저귀 없이 보낼 시간을 정하면 된다.

근대화 과정에서 잃어버리고 만 지식

아이들이 생후 5개월 안에 기저귀를 차는 데 익숙해지면 더 이상 양육자에게 신호를 보내지 않기 때문에 그보다 일찍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아이가 클수록 표현할 방식이 늘어나니 엄마와 새로운 약속을 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가령 응가가 마려우면 엉덩이를 툭툭 치는 식이다. 기저귀 없는 육아의 목표도 결국 ‘화장실 훈련’인 만큼 길게 보아 양육자와 아기가 모두 행복한 지점이 정답인 것이다.

사야카가 보던 일본 책 는 2007년 한국계 미국 작가 크리스틴 그로스로가 미국에서 낸 책의 번역본이다.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동아시아사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로스로는 일본 유학 시절 현지 가정에서 ‘기저귀 없는 육아’를 목격했다고 한다. 자신이 기저귀 없는 육아를 시도하자, 한국 출신인 자신의 어머니가 도와줬다는 얘기도 있다. 한국과 일본에도 기저귀 대신 ‘요강’ 등을 활용한 배변훈련법이 있었다는 뜻이다. “기저귀 없는 육아는 우리 사회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잃어버리고 만 지식”이라는 게 그로스로의 결론이다.

사야카는 “기저귀마저 안 써도 된다고 생각하니, 시중에 파는 아기용품은 정말 필요한 것들인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기저귀뿐 아니라 온갖 장난감이며 아기용품으로 가득한 육아 가정에 묻게 된다. 이게 정말 다 필요한 것들이었나?

글·사진 김외현 기자 » ‘기저귀 없는 육아’를 실천하고 있는 이즈카 사야카가 용변을 본 아들 래온이가 앉은 상태로 변기를 들어올리고 있다.“래온노 오시리카라 웅코가 데루요. 웅, 웅, 웅~.”(래온이의 엉덩이에서 응가가 나와요. 응, 응, 응~.)

 

일본 니가타현 출신으로 한국인 남편과 인천에 사는 이즈카 사야카(34)는 4개월 된 아들 래온이를 냄비 모양 변기 위에 올려놓고 노래를 불러줬다. 자신이 만든 이 노래를 서너 차례 부르더니 사야카는 “지금 한 것 같은데…”라고 중얼거렸다. 래온이 엉덩이를 들어보니 변기 속에 ‘응가’가 있었다. 사야카는 빙긋 웃음을 짓더니 래온이가 앉은 상태로 변기를 들어 화장실로 갔다. 엉덩이를 씻고 엄마 품에 안겨 돌아온 래온이는 한결 개운한 듯 옹알거렸다.

“불편한 삶에 익숙해지길 두 번이나 강요”

사야카는 이른바 ‘기저귀 없는 육아’를 하고 있다. “사실 기저귀를 차는 건 불편한 거잖아요. 용변이 몸에 묻어 있는 상황을 그대로 견디라는 건데. 아이는 결국 기저귀에 익숙해져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이젠 화장실에 가서 옷을 내리고 일을 보라고 해요. 겨우 익숙해진 걸 다시 버리라는 거예요. 어찌 보면 아이한테 불편한 삶에 익숙해지기를 두 번이나 강요하는 건데, 우리는 너무 당연스럽게 생각하고 있어요.”

국내에선 ‘기저귀 없는 육아’의 개념이 생소하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에선 효용을 꽤 인정받은 육아 방식이다. 미국에선 2001년 라는 책을 쓴 잉그리드 바우어가 효시 격이다. 바우어는 자신이 인도와 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 만난 현지 엄마들에게서 착안했다. 그들은 기저귀를 채우지 않았다. 일회용 기저귀는 구할 수 없었고, 먹을 물도 부족한 형편에 매번 빨아야 할 천기저귀도 쓸 수 없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기저귀 없이 엄마 품에 늘 안겨 있는 아이들은 좀처럼 실수를 하지 않았다.

바우어는 ‘기저귀 없는 육아’의 가능성을 찾았고, 스스로 아이를 키우면서 실천에 옮겼다. 인터넷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책도 내면서 온·오프라인에서 두루 환영을 받았다. ‘배설 소통’이라는 용어도 생겼다. 최근엔 미국 배우 얼리샤 실버스톤이 2011년 10월 트위터에 아들의 배변 훈련을 자랑하면서 주목받았다. “베어블루(5개월)가 화장실에 4번 가서 응가와 쉬를 했다. 우린 너무 자랑스럽다!”

미국에서의 유행은 일본에도 상륙했다. 2008년 일본 언론엔 ‘기저귀 없는 육아’를 소개하는 기사가 종종 눈에 띄었다. 이듬해 미국의 원작이 번역된 , 일본 내에서 출간된 등 2권의 책이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관심 갖는 사람이 늘었고, ‘기저귀 없는 육아 연구소’라는 단체도 출범했다.

사야카는 출산 전 천기저귀에 대해 알아보던 중, 일본에서 유행하는 ‘기저귀 없는 육아’를 접했다. 책도 구해 읽고 인터넷에 오가는 정보도 눈여겨봤다. 출산 뒤 조산원에서 머무른 2주 동안은 일회용 기저귀를 썼다. 이후 산후조리는 일본에서 친정어머니가 와서 도와주셨다. 사야카는 어머니에게 ‘기저귀 없는 육아’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어머니가 동의하면서 래온이는 생후 1개월이 되기 전부터 변기 위에서 용변을 보게 됐다. 생후 4개월이 된 지금 래온이는 대변 80%가량, 소변 20%가량을 기저귀가 아닌 변기 위에서 해결하고 있다.

똥기저귀 거의 없고, 기저귀 절반 사용

아기가 용변을 보고 싶어 한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지금까지 나온 자료를 보면, 크게 보아 3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타이밍이다. 자다 깼을 때나 아기띠·카시트에서 풀어줄 때 배변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는 아기가 보내는 신호다. 갑자기 멍한 표정을 짓거나, 가만히 있다가 꼼지락대는 건 아기의 ‘배변 사인’일 수 있다. 마지막은 양육자의 직감이다. 언제나 곁에 있는 양육자가 ‘할 때가 됐는데’라고 생각하면 정말로 때가 왔을 가능성이 있다.

사야카도 모든 것을 알까? 질문을 받은 그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아무 말도 안 하는데, 엄마가 어떻게 완벽하게 알아요? 그런 사람은 세상에 없을걸요”라며 웃는다. 그러나 이내 “젖을 먹다가 갑자기 안 먹고 가만히 있으면 쉬를 하려고 할 때인 경우가 많죠. 그래서 수유 중엔 아예 아래에 변기를 받쳐놔요. 낮잠 자다가 갑자기 울 때도 쉬하고 싶다는 것 같아요. 응가가 마려울 때 래온이는 양손을 번갈아 입으로 가져가는데, 그럴 때 변기에 앉혀서 ‘응가 노래’를 불러주죠. 할 때도 있고 안 할 때도 있어요.” 사야카에게도 래온이와 주고받는 ‘사인’이 어느 정도 정해진 셈이었다.

그렇다고 사야카가 신호를 놓치지 않기 위해 하루 종일 아이만 쳐다보고 있는 건 아니다. ‘기저귀 없는 육아’ 자체가 기저귀 사용을 아예 거부하는 개념이 아니다. 평소 래온이는 천기저귀를 차고, 하루에 10~15장을 간다. 변기를 쓰지 않는 데 견줘 절반 이하를 사용하는 것이다. 응가는 변기에 앉혀서 해결하는 경우가 많아 ‘똥기저귀’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세탁이 쉬워졌다. 가끔은 일회용 기저귀를 채우기도 한다. “오랫동안 외출해야 할 때나 제가 푹 자고 싶을 때는 할 수 없이 일회용 기저귀를 채워요. 그때엔 ‘래온아, 미안’이라고 말하죠.”

기저귀 없는 육아는 양육자와 아기를 더 가깝게 만들어주는 한편, 아기의 기저귀 발진을 예방하고 청결한 상태를 유지해주는 등 장점이 많다. 아기로서도 ‘마려우면 나온다’ ‘표현하면 받아준다’는 식의 인과관계를 익히고 자신의 신체를 더 잘 알게 된다는 해석이 있다. 그러나 그런 장점을 위해 무리해서 스트레스 받으며 의무적으로 할 일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여건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하루 종일’ ‘하루 몇 차례’ ‘일주일 몇 차례’처럼 기저귀 없이 보낼 시간을 정하면 된다.

근대화 과정에서 잃어버리고 만 지식

아이들이 생후 5개월 안에 기저귀를 차는 데 익숙해지면 더 이상 양육자에게 신호를 보내지 않기 때문에 그보다 일찍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아이가 클수록 표현할 방식이 늘어나니 엄마와 새로운 약속을 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가령 응가가 마려우면 엉덩이를 툭툭 치는 식이다. 기저귀 없는 육아의 목표도 결국 ‘화장실 훈련’인 만큼 길게 보아 양육자와 아기가 모두 행복한 지점이 정답인 것이다.

사야카가 보던 일본 책 는 2007년 한국계 미국 작가 크리스틴 그로스로가 미국에서 낸 책의 번역본이다.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동아시아사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로스로는 일본 유학 시절 현지 가정에서 ‘기저귀 없는 육아’를 목격했다고 한다. 자신이 기저귀 없는 육아를 시도하자, 한국 출신인 자신의 어머니가 도와줬다는 얘기도 있다. 한국과 일본에도 기저귀 대신 ‘요강’ 등을 활용한 배변훈련법이 있었다는 뜻이다. “기저귀 없는 육아는 우리 사회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잃어버리고 만 지식”이라는 게 그로스로의 결론이다.

사야카는 “기저귀마저 안 써도 된다고 생각하니, 시중에 파는 아기용품은 정말 필요한 것들인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기저귀뿐 아니라 온갖 장난감이며 아기용품으로 가득한 육아 가정에 묻게 된다. 이게 정말 다 필요한 것들이었나?

글·사진 김외현 기자

Next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