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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이들을 위한 주말 힐링식단, 생채식

지난 주말에는 한국자연건강회, 생채식운동본부에서 초청을 해주셔서 강연을 하고 왔다. 백여명 가까운 분들이 가득 찬 강연장에는 머리가 희끗하신 어르신들도 여러분 계셨다. 자연의학의 대가 니시 가쯔오 선생이 창시한 니시의학과 우리나라 전통무예인 기천문에 대한 강연과 함께 내가 최근 저술한 오감테라피 특강이 진행됐다.

접근방식은 다르지만 우리의 몸 안에 깃들어있는 자연의 힘을 깨워 스스로를 치유한다는 면에서는 모두 일맥상통한 방법론이다. 자연건강법의 가장 기본은 바르게 먹는 것이다. 우리 몸의 가운데 위치한 소화기관은 인체의 상부와 하부를 연결해주는 통로이면서 음식을 통해 외부의 에너지와 인체를 소통시켜주는 의미를 가진다. 물질적인 음식만이 아니라 비물질적인 기운도 함께 음식을 통해 몸 안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어떤 음식을 선택하는가의 문제는 우리가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자 하는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평화롭고 맑은 음식을 먹으면 건강하고 맑은 세포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연식을 한다는 것은 우리 자신을 위한 신성한 예배와 같다.

그 다음날 언니동생 사이로 지내는 출가한 지인이 집에 놀러왔다. 비도 오고 요리하기도 귀챦을 만큼 뒹굴고 싶은 날이기에 생채식 밥상을 차려보았다. 생채식 밥상은 양념이 들어가지 않고 불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하면 질이 좋은 재료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특정한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선택하는 생채식은 채소와 과일류, 곡류의 비율을 지켜 규칙적으로 엄격하게 식사하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나처럼 `귀차니즘'의 대가들은 그런 규칙성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게다가 때로는 삐딱하게 매콤달콤새콤한 자극적 양념을 원하기도 한다. 그냥 먹고 싶어서 먹는 생채식밥상 차림을 대충 내었는데 지인의 반응이 의외로 아주 좋았다. 특별한 밥상을 대접받은 것 같다는 것이다. 일거리 줄여서 좋고, 손님을 만족시켜 좋은 밥상이 될 줄이야.

기린의 채식레시피

주말 생채식밥상 차림

1. 현미찹쌀, 현미멥쌀, 흑미를 씻어 체에 받친 후 물기를 빼고 평소보다 적은 그릇에 담는다.

2. 두부를 살짝 데쳐서 양념 없이 썰어놓는다.

3. 오색채소와 과일을 모양좋게 썰어 담는데, 이때 가능하면 껍질째 등분하는 정도로만 손질한다.

4. 견과류와 씨앗류를 다양하게 담는다

5. 생김, 다시마, 마른미역 등을 곁들인다.

6. 취향에 따라 소스를 곁들여도 좋다. 원칙적으로는 자극적 소스나 양념없이 재료 본래의 맛을 즐기는 것이 생채식의 의미에 부합하는 것이지만, 맛있는 한 끼 식사로는 부담없이 즐겨보자.

일정기간 동안 생채식을 하는 경우, 생채식이 끝난 후 폭식성향이나 탄수화물 중독증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자신의 체질과 기질에 맞는 지의 여부, 얼마나 지속할 수 있는가의 여부를 미리 신중히 생각하여 자신에게 맞는 식단을 디자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생채식밥상의 식감은 우선 깔끔하고 담백하다. 현미의 바깥층에 있는 피틴산은 우리 몸의 노폐물과 중금속을 배출시켜주는 작용을 하는데, 씹을수록 개운하고 고소한 맛이 든다. 단 치아가 좋지 않은 분들은 조금 불려서 부드럽게 해서 먹는 것이 좋다. 콩은 생으로 먹으면 설사를 유발하는 경우도 있어 살짝 볶아 먹거나 두부의 형태로 먹어도 좋다. 두부는 콩을 불려 끓인 후 만들어지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생채식은 아니지만, 이 정도는 눈감아줘도 좋을 것 같다. 오색을 갖춰 채소와 과일을 담아놓으면 보기에도 좋고, 오장을 골고루 배려한 식단이 완성된다. 곁들여 견과류와 생김의 고소함까지 더하면 포만감도 든다. 대사작용에 필요한 효소들의 활성온도는 35-42도 정도이다. 60도가 넘으면 효소작용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생채식은 가장 몸에 이로운 식사법이다. 다만, 생채식 그대로를 소화흡수 시키기 어려운 분들에게는 준비가 필요하다. 가령 위궤양이나 십이지장궤양이 있는 분이거나 인스턴트식과 기름진 육식, 폭음 등으로 소화기가 많이 손상된 분들은 갑작스러운 식단변화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 부드러운 유동식부터 시작하여 현미밥 채식을 꾸준히 하면서 소화기점막을 강화시켜야 한다. 어느정도 소화기 점막이 튼튼해지면 생채식을 통해 많은 영양분을 흡수할 수 있으므로 매우 이롭다.

생채식은 엄격한 다이어트 식단이나 금욕적인 명상수행가들의 식단이라는 고정관념은 버려도 된다. 간단하고 쉽고, 입맛 깔끔한 조금 특별한 한 끼 식사정도라고 생각해두면 어떨까? 몸과 마음을 이완시키고 싶은 날, 그리고 조금 게으름을 피우고 싶은 주말 힐링식으로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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