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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표 수학이야기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서는 생일날이 되면 그 아이의 탄생 이야기를 듣는다. 아이들이 낮잠 자기 전에 잠깐 옛날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늘 있는데, 그 시간에 가급적이면 부모가 직접 와서 아이들에게 생일 맞은 아이의 탄생 이야기를 들려주도록 한다. 

처음 유치원에서 아이의 생일을 맞던 날, 선생님의 부탁에 난감했다. 아이들에게 재미나게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을까, 그것도 책 없이! 무척 걱정이 되었다. 선생님이 “그냥 아무 이야기나 해도 아이들은 재미있어 해요”라는 말씀에 용기를 내어 생일날 아이 탄생 이야기를 해주기로 했다. 

조용한 유치원 방 안에 열 명이 안 되는 아이들과 내가 원 모양으로 둘러앉았다. 그런데 모든 아이들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싱긋싱긋 웃는 아이, 무표정한 아이 등 표정은 다르지만, 이야기를 고대하고 있는 눈빛들만은 똑같다. 간밤에 미리 원고에 쓰고 고쳐가면서 외워 두었던 아이의 탄생 이야기를 한 줄 한 줄 풀어 놓는데, 아이들이 온몸으로 나에게 집중하여 이야기를 재밌게 듣는다. 와, 그 감동이란! 아이들의 맑은 기운이 내 몸 안으로 확 밀려오는 느낌이었다. 이야기 ‘들려주기’의 매력을 그때 비로소 느꼈다. 이야기를 마치고 나니, 5분이 조금 지났을까? 하여튼 이 경험을 계기로, 책이 없이, 아이와 눈을 맞춰 가면서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이 얼마나 신비로운 만남인지를 조금 알게 되었다. 

5년 4개월 경. 밤에 잠자리에 누웠다. 아이가 이야기를 해 달라고 해서 순간적으로 수학이야기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동했다. 마침 가을이라 산 속에 위치한 유치원에 갔다 오면 밤이 한 가득이었다. 그 생각이 나서, 밤을 소재로 수학이야기를 만들어 본다. 

깊은 숲속에 밤톨이가 살고 있었어요. 밤을 무척 좋아하는 아이였지요. 가을이 되어 숲속에도 밤들이 주렁주렁 열렸어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밤톨이는 밤을 주우러 숲으로 달려갔어요. 밤을 두 손 가득 잔뜩 주웠어요. 집에 와서 세어 보니 열 개였어요. 바구니에 담았답니다. 

다음날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밤톨이는 밤을 주우러 숲으로 달려갔어요. 밤을 두 손 가득 잔뜩 주웠어요. 집에 와서 세어 보니 열 개였어요. 어제 주운 밤을 담아 놓았던 그 바구니에 또 담았어요. 

여기서 아이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럼 이제 밤이 몇 개가 되었을까?". 

아이에게서 나온 대답은 

"몰라"

이다. 그러더니, 스스로 

"세어보자"

라면서 손가락을 펼친다. 아이 손가락 열 개, 엄마 손가락 열 개가 공중에서 헤아려진다. 하나, 둘,…,스물. 모두 세니 스무 개다. 이야기는 계속 된다.

다음날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밤톨이는 밤을 주우러 숲으로 달려갔어요. 밤을 두 손 가득 잔뜩 주웠어요. 집에 와서 세어 보니 열 개였어요. 어제 주운 밤을 담아 놓았던 그 바구니에 또 담았어요. 

여기서 또 질문을 던진다. 

"그럼, 이제 밤이 몇 개가 되었을까?". 

아이의 대답은 또다시 

"몰라". 

아이는 즉시 

"세어보자"

라면서 손가락을 펼친다. 아이 손가락 열 개, 엄마 손가락 열 개가 공중에서 펼쳐졌다. 엄마는 

‘나머지 열 개는 어떻게 하려나…발가락으로 하려나….’

궁금하다. 아이가 우선 헤아린다. 하나, 둘, 셋, 넷, ….스물! 그러더니 자기 손가락 열 개를 다시 편다. 스물하나, 스물둘, 스물셋…서른. 아, 그 방법이 있었군. 손가락을 다시 반복해서 사용하는 방법!

다음날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밤톨이는 밤을 주우러 숲으로 달려갔어요. 밤을 두 손 가득 잔뜩 주웠어요. 집에 와서 세어 보니 열 개였어요. 어제 주운 밤을 담아 놓았던 그 바구니에 또 담았어요. 

여기서 또 질문을 던진다. 

"그럼 이제 밤이 몇 개가 되었을까?". 

아이의 대답은 또 다시 

"몰라". 

엄마는 

"열 개에서 열 개를 더 주웠더니, 스무 개, 스무 개에다 열 개를 더 더했더니 서른 개였지. 또 열 개를 더하면 몇 개일까?". 

아이가 곰곰이 생각하는 듯하더니, 

"마흔 개야?"

라고 되묻는다. 

"그렇지!".

엄마가 해 준 동화는 여기까지였는데, 이제 아이가 동화를 이어간다. 

"그럼, 열 개를 더 주우면 몇 개야?"

"쉰"이라는 단어를 기억하지 못할 것 같아, 

"마흔이 40이지, 그럼 몇 개일까?"

라고 질문을 바꾸었다. 아이가 

"50개!"

라고 답을 하면서, 다시 묻는다. 

"50개는 하나, 둘, 셋으로 하면 몇 개야?"

"응, 쉰 개야."

이런 식으로 해서, 60은 예순, 70은 일흔, 80은 여든, 90은 아흔을 다루고, 우리는 백까지 나아갔다. 

엄마가 즉석에서 만든 수학이야기가 무미건조하리만치 단순하지만, 아이는 그 이야기에 푹 빠져 듣는다. 아이의 반응이 참 의외다. 그래서 엄마는 자신감이 생긴다. 다음에도 아이를 푹 빠져들게 할 이야기를 만들어 볼 수 있을 것 같다. 

아이의 주변에서 소재를 구하여 단순한 뼈대를 만들고 이를 반복하는 것이 이야기 만들기의 핵심인 것 같다. 반복하면 어른은 지겨울 수 있지만, 아이들은 그 속에서 리듬을 감지하고,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다시 나오기 때문에 자신감이 따르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엄마의 목소리로 직접 들려준다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가만히 나를 들여다보면, 내 목소리의 색이 만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 아이를 만날 때 내 목소리는 어떤 색일까? 돌아보면, 의외로 무색이다. 그 무색의 목소리를 이제는 무지개색으로 바꾸고 아이와 이야기 들려주기로 새롭게 만나고 싶다. 


생일을 맞아 한 엄마가

직접 만들어준 생일 사과떡케이크


생일을 맞아 한 엄마가

직접 만들어준 생일 사과떡케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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