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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전 욕심 버리면, 아이와의 여행은 힐링

» 뉴지랜드 북섬 반딧불이 동굴이 있는 와이토모 캠핑장에서 전은주씨의 딸과 아들이 펄쩍펄쩍 뛰고 있다. 전은주씨 제공.

영유아를 키우는 부모들이 여행을 하겠다고 하면 주변에서는 다들 뜯어말린다. “아이와 여행하면 개고생 한다” “아이와 여행갔더니 아이가 아프더라”며 “어릴 때 여행 다 소용없다. 어느 정도 컸을 때 여행하라”고 충고한다.


그런데 최근 이런 고정관념을 깨고 영유아를 데리고 여행을 떠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국내 최대 여행 기업 하나투어가 올해 상반기 4~7살 고객을 집계해보니 총 1만3900명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만900명보다 27.5% 늘어, 전체 고객 증가율(21.4%)을 웃돌았다. 이 회사는 또 지난 2009년부터 만 3개월 이상 만 4살 미만 아이를 동반한 특허상품을 선보였는데, 최근 이 상품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 상품 이용고객은 올해 1분기에는 전년 대비 50% 이상, 2분기에는 35% 정도 늘었다. 송원선 하나투어 홍보팀 대리는 “이 상품은 젖병소독기, 방수 기저귀, 물놀이 세트 등 영유아 용품을 지원하고 외출시 육아 도우미가 함께 가서 아이를 돌봐준다. 아이 동반 여행 때의 불편한 점을 개선해주니 부모들이 고민을 덜하고 떠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서점가에는 ‘아이와 떠나는 여행’에 대한 책들이 연이어 출간되고, 여행 관련 누리집 카페에는 ‘아이와 떠나기에 좋은 여행지’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 짐 챙기기’에 대한 문의도 쏟아진다.


그렇다면 영유아를 키우는 부모들은 왜 “사서 고생”이라는 여행에 나설까? 6살 아이와 함께 한 달에 3~4번 정도 국내 여행을 하는 작가 홍미경(38)씨는 “여행 기자로 일하다 출산하면서 회사를 그만뒀다. 24시간 아이와 아파트라는 닫힌 공간에 있으니 점점 우울해지고 내가 우울하니 아이도 까칠해져 갔다. 아이가 4개월이 된 시점부터 함께 여행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여행을 좋아한 그 역시 ‘아이와의 여행’이 힘들지 않을까 걱정했단다.

그런데 여행의 치유 기능은 놀라웠다. 여행을 통해 엄마의 답답함이 해소되자 그제야 아이가 온전히 눈에 들어왔고, 엄마가 행복해지자 아이 역시 행복해졌다고 말한다. 한 번 여행의 달콤함을 맛 본 사람은 다시 떠날 수밖에 없다고 그는 자신있게 말한다.

3년 전 9살, 5살 아이를 데리고 제주도에서 한 달 동안 살았다는 전은주(42)씨는 “안 힘들 때를 기다려서 여행하려면 평생 여행 못 갈 것 같았다”고 말했다. ‘힘들지 않다’가 아니라 ‘힘들어도 좋은 부분이 많아’ 그는 여행을 떠난다. 최근 그는 두 아이와 함께 파리 여행을 다녀왔고, 지난해에는 뉴질랜드로 여행을 다녀왔다. 전씨의 경우 평소 규칙적이고 단조로운 생활을 하다 일 년에 한 번 장기간 여행을 떠난다.

» 의 지은이 홍미경씨 가족이 부산 해운대에 놀러갔을 때 아이와 아빠가 모래장난을 하는 모습. 홍미경씨 제공

아이와의 여행을 즐기는 부모들은 이구동성으로 “아이는 최고의 여행 동반자”라고 말한다. 전씨는 “아이들의 시각은 아주 독특해서 여행지 자체를 새롭게 해석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남들은 사진 한 장 찍으면 끝나는 곳에서 아이들은 한 시간을 보낸다. 아이들이 좋아할 줄 알았던 곳에선 언제 집에 가냐고 투덜거리기도 한다. 최근 전씨 가족이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갔을 때 아들은 그에게 “엄마, 왜 사람들은 다 같이 이 그림(모나리자)을 핸드폰으로 찍어요?”라고 물었다. 모나리자 그림에만 정신이 팔려있던 그는 그제야 그림 앞에 양떼처럼 몰려들어 핸드폰을 들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들의 그 물음 때문에 전씨 가족들은 그림을 마음에 새기는 것과 핸드폰으로 찍어서 남기는 것의 장단점에 대해 즐거운 대화를 이어갔다.

아이들과 여행하면서 아이의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부모들에게는 또 하나의 재미다. 홍씨의 아들은 돌이 지나고 만 2살까지 공격성과 폭력성이 강했다. 그는 아들이 좋아하는 바다를 아들과 함께 자주 찾았다. 바다가 주는 해방감에 젖어 아들은 모래놀이를 즐겁게 했다. 홍씨는 “자연의 힘 때문인지 만 3살이 될 즈음 아들이 천진난만하고 순한 아이가 됐다”고 말했다. 낯가림이 심하던 전씨의 딸도 여행을 하면서 좀 더 밝고 적극적인 아이로 변했다. 모르는 사람에겐 말 한번 건네지 못하던 딸이 한라 수목원 산책로에서 만난 모르는 남자 아이에게 말을 건넬 때 전씨는 속으로 “어머, 어머”를 외치고 말았다.

아이와의 여행이 즐겁다는 두 엄마에게 아이와 행복하게 여행하는 자신만의 비결을 물었다. 신기하게도 둘 다 “본전 의식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첫 번째로 강조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이것 이것은 보고 가야지’ ‘이것은 꼭 해봐야지’라는 욕심을 버려야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을 맘껏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전씨는 여행 계획을 철저하게 짠다. 실내 방문과 실외 체험을 번갈아 넣고, 실내 방문이 겹칠 땐 그 사이에 식사나 간식 시간을 넣는 등의 방법을 활용한다. 그러나 그것은 계획일 뿐이다. 계획대로 안돼도 괜찮다는 마음을 항상 먹고 있으면 아이와의 여행이 힘들지 않다. 홍씨는 “여행이란 아이와 부모에게 충만한 감성과 자유로움을 주고, 행복함을 주는 것이다. 자꾸 아이에게 뭔가 기억하게 하려 하고, 공부시키려 하면 아이에게 여행은 즐겁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그래서 여행을 다녀와서 아이가 굳이 뭔가 기억해내지 못해도 억울한 감정 따윈 없다. 


  » 캠핑장에서 전은주씨 가족이 밥을 먹고 있다. 전은주씨 제공.

전씨는 “행복한 여행을 위해 남편을 사랑해야 한다”는 다소 ‘엉뚱한’ 처방을 내놨다. 그는 남편이 없는 여행에서는 아이들에게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워주기 위해 아빠를 더 열심히 칭찬하고 그리워한다. 남편이 있는 여행에서는 부부싸움을 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한다. 부모가 서로 사랑하는 모습만큼 아이들에게 안정감을 주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홍씨는 아이와의 여행에서 안전과 건강은 행복한 여행의 필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18개월 이전 아이와의 여행은 될 수 있으면 리조트 여행을, 두 돌 지난 아이와의 여행은 아이의 성향과 부모의 성향을 함께 고려한 여행을 권했다. 18개월 이전 아이들은 아무래도 면역력이 약하고 낮잠 시간이 길기 때문에 숙소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 비용이 들더라도 리조트 여행이 낫다는 것이다. 그는 또 영유아와 함께라면 “해열제, 밴드, 소독약 등 상비약은 필수이고, 비상시를 생각해서 응급의료전화번호(1339)를 핸드폰에 저장하라”고 했다.

시인이자 방송작가인 이병률씨는 그의 여행산문집 에서 “여행은 시간을 벌어오는 일”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또 “어렵사리 모은 돈으로 감히 시간을 사겠다는 모험을 하고 있다”고도 했다. 전씨와 홍씨 둘 다 이병률 시인처럼 여행을 통해 가족과 온전히 함께 있는 시간을 벌고, 그 시간에 몰입했기 때문에 행복하지 않았을까.

■ 36개월 이하의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 필수품

 1. 건강보험증
대부분의 관광지와 박물관, 전시관, 식물원, 워터 파크 등의 입장료는 24개월 이하 또는 36개월 이하의 유아는 무료다. 입장 시에 증명서를 요구하는 곳이 많으니 건강보험증은 꼭 챙기자.
2. 자동차용 장난감과 동요 시디(CD)
몇 시간 달려야 하는 장거리 여행은 어른도 지루하고 아이도 힘들다. 누르면 동요가 나오는 동요북이나 자동차에서 들을 수 있는 동요 시디를 꼭 챙기자.
3. 카 시트
어린 아이의 경우 엄마가 안고 여행에 나서는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하면 이렇게 하면 엄마의 어깨가 너무 아프다. 카시트에 앉혀 놀다가 재우는 것이 아이의 안전과 엄마의 건강에도 좋다.
4. 절충형 유모차와 휴대형 유모차
아이가 18개월 이하라면 등받이가 큰 각도로 넘어가고 바람과 햇볕을 많이 가려 줄 수 있는 큰 후드가 달린 절충형 유모차가 좋다. 18개월 이후라면 가볍고 쉽게 접고 펼 수 있는 휴대형 유모차가 좋다.
5. 다용도 비닐 백, 클린백
아이의 기저귀를 갈아준 뒤 기저기를 싸기도 좋고, 아이의 지저분한 옷을 넣어 놓기에도 좋다. 이외에도 다양한 쓰임이 있다.
6. 수면 모자가 있는 아기 띠
18개월 이하 아이라면 외출시 항상 가지고 다니는 것이 좋다.
7. 자동차용 아기 덮개
속싸개는 자동차와 유모차에서 아기 덮개로, 춥지 않은 계절에는 이불 또는 바람막이로 유용하다.
8. 팬티형 기저귀와 물티슈, 아기 수건
9. 빨대 달린 컵
차 안에서 아이에게 물을 흘리지 않고 마시게 하려면 빨대 컵이 좋다.
10. 보냉 가방
아이의 간식거리와 물, 우유, 주스, 이유식 등을 가지고 다니기에는 보냉 가방이 좋다. 숄더백 정도의 사이즈가 좋다.
참고 도서 (홍미경 글·사진, 넥서스 북스 펴냄)

기사에 다 쓰지 못한 좋은 내용들이 너무 많습니다. 전은주씨를 만나 그의 여행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너무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답니다. 여행을 하면서 남편도 달라지고, 아이들과의 관계도 달라지고, 여행은 가족들의 관계에도 변화를 많이 주더군요. 지은이 전은주씨와 나눈 내용 문답 형식으로 읽기 편하게 정리했습니다.

양선아(이하 양) 원래 남편분과도 여행을 많이 다니시고, 혼자서도 여행을 많이 다니셨어요? 아이들과는 얼마나 자주 여행을 다니셨나요?

전은주(이하 전) 저는 결혼 전 혼자 몇 달씩 여행도 잘 다니고 그랬지만, 남편은 보통 사람보다 훨씬 더 여행을 꺼리는 편이었어요. "여행이 왜 필요있냐, 풍경 좋은 거랑 유적지는 다큐멘터리 보면 여행가서 보는 것보다 더 잘보여주는데! 사람은 열심히 살아야한다, 만날 놀러갈 생각만 하면 안된다. 여행은 간다면 오로지 휴양여행 가자" 이랬어요. 결혼 15년 동안 꼬시고 꼬셔 이제 한 달씩 가는 여행도 따라 나서게 만들었습니다. 여행 직접 다녀보면서 남편도 많이 바뀌었어요. `아, 여행이 꼭 멋진데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족 서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구나. 직접 보는 것과 텔레비전으로 보는게 이렇게 다르구나.'하고요. 특히 뉴질랜드 여행 다녀오면서 아이들과 아주 많이 친해졌어요. 본인이 아빠 노릇 제대로 했다는 느낌이 드나 봅니다. 이번 파리 여행은 남편이 먼저 자청했서 갔습니다.

양 여행을 두고 다투는 집들, 많더라고요. 어느 한 쪽은 가자고 하고, 한 쪽은 그걸 무책임하게 보고요. 전은주씨는 어떠셨어요? 많이 다투셨겠네요? 아이들과는 어떤 여행을 많이 다니셨나요?

전 그냥 싸울게 아니라 서로 양보할 수 있는 선에서 직접 같이 경험해보면서 의견을 맞춰 나가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희는 정직, 성실, 근면을 삶의 모토로 삼고있는 남편이 `여행=노는 것' `일의 반대말= 노는 것' `노는 것=죄악'이라고 봤거든요. 저는 이런 남편의 생각을 열 번 설득하는 것보다 본인이 직접 여행 다니면서 재충전한 에너지로 일을 더 열심히 하고 좋다는 사실을 직접 경험하면 바뀔 것이라 생각했어요.남편이 직접 경험할 때까지 저는 일상 생활에서 열심히 성실한 모습을 보여줬어요. `아,저 여자가 노는데만 정신이 팔려서 여행을 가자는 게 아니라, 정말 자기 말마따나 마음 속의 보물을 찾기 위해서 가는 거구나' 이런 신뢰를 쌓았달까요. 아무튼 여행가기 힘들었어요!

아이들과 평소 1박 2일, 2박 3일 여행은 거의 가지 않습니다. 2,3년에 한 번 씩이라도 장기간 여행을 가려면 돈도 없고, 월차 여유도 없어요. 아이들에게 여행은 지나치게 강렬한 자극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평소에는 규칙적이고, 단조로운 생활 속에서 성실하게 자기가 할 일을 하는 연습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행에서 돌아오면 여행의 느낌을 오래 간직하기 위해서 애쓰기보다, 빨리 일상에 복귀하려는 노력을 더 많이 하는 편이에요.

» 뉴질랜드 남섬 호숫가. 전은주씨 제공.

양 여행을 자주 다니신 줄 알았는데 그것은 아니군요. 장기간 여행을 선호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각각 여행의 장단점이 있을텐데요.

전 일단 장기 여행이 비용 면에서 저렴합니다. 두번째로 짧은 여행은 여행 간 그 곳에 집중할 수 있지만, 긴 여행은 여행하는 사람에게 집중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아직은 아이들이 여행지에서 무엇을 느끼고 배우기보다, 여행하는 과정 그 자체에서 느끼고 배우는 나이라서 단기간 몰아치는 여행은 좀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는 장기, 단기 여행 모두 너무나 좋다고 생각해요. 다만 1박2일 다녀오고 나서 바로 일과 학교로 뛰어 들어야하는 경우에는 피곤만 가중시킬 수 있으니, 짧은 여행인 경우에는 다녀와서 쉬고 적응하는 시간을 오히려 배려해야 해요. 장기간 여행은 여행 자체를 일상의 리듬대로 해왔기 때문에 따로 일상회복을 위한 시간은 안줘도 되더라고요. 이번에도 파리 다녀와서 오후 2시에 도착했는데, 아들은 5시 축구 교실에 갔어요. 딸은 밀린 일기를 썼고요.

패키지, 자유여행도 나름대로 다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장기, 단기, 패키지, 배낭, 자유, 럭셔리 여행, 휴양여행, 체험학습 여행, 모든 여행은 제 각각의 장점이 있습니다.

» 타우포 호숫가 제트보트 타기 전에 전은주씨 가족이 함께 웃고 있다. 전은주씨 제공.

양 역시 여행을 많이 다녀본 분은 뭔가 달라도 다르네요. 그런데 아이들 너무 어릴 때 여행하면 하나도 기억 못하고 고생만 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많잖아요.

전 여행 다니면서 아이들이 힘들게 하는 나이엔 집에 있어도 힘듭니다. 아이들은 여행지는 기억을 못해도 여행은 기억을 하더라고요. 아들이 이번에 파리가 싫다고 난리였는데, 파리는 싫었지만 가기전에 악화일로였던 누나와 사이가 확 좋아졌어요. 여행 가서는 어쩔수 없이 둘이 친구가 돼야했거든요. 사춘기 초입의 학교 생활로 마음이 많이 불편했던 누나도 여행 가서는 예전의 누나로 돌아갔고요. 이렇게 어린 시절의 여행은 머리에 남는게 아니라, 그냥 핏속에 남는 것 같아요. 세상을 보는 눈을 바꿔놓고,가족을 향한 기억을 바꿔놓고, 느낌을 바꾸는거죠. 어른이 되어선 이만큼 유익한 여행을 하기가 더 어렵지 않을까요? 대학생들도 유럽 여행 다녀와선 사진 보고 여기가 어딘지 금방 알지 않잖아요. 아들은 파리에 다녀온 후 에펠탑을 알게 돼, 세상에 에펠탑이 이렇게 많은지 매일 매일 놀라고 있어요. (파리 바게트 보면서. 크크.) 파리에 다녀올 땐 아무 것도 몰랐지만, 파리가 에펠탑으로, 프랑스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딸은 일곱살 때 뉴욕을 보름동안 다녀왔는데요. 지금도 영화를 보면 한 장면만 지나가도 거기가 뉴욕인지 알아봅니다. 갈 땐 몰랐어요.

그런데, 경험상 보면 아이들은 여행을 가면 나름 최선을 다 합니다. 밥도 더 잘먹고 잘 놉니다. 흥분 상태가 이어져 아픈 것도 잘 모르더라고요. 엄마를 완전 방전시키면 안된다는 것도 아니까, 나름 눈치도 봅니다. 여행을 가면 아이를 돌보기가 훨씬 쉬워집니다! 다만 이건 아이가 여행이 즐거워야 그렇지요. 엄마가 자기 좋은 데만 다니고, 아이를 배려하지 않는 여행을 하면 아이도 심술을 부리겠지요. "엄마 언제 집에가?" 징징거리고, 아프고, 싸우더라고요.

  » 뉴질랜드 남섬 카이코우라의 주차장에 전은주씨 가족이 차를 세우고 라면을 끓여 먹다 차장 앞에 태연하게 누워있는 물개를 발견했다. 전은주씨 제공.

양 그렇겠네요. 아이를 배려하는 여행이 중요하겠네요.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 어떻게 해야할까요? 준비를 꼼꼼하게 해야하나요? 계획을 세우되 잊어버려라라고 말씀하셨는데, 평소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여행 블로그를 꼼꼼하게 탐색하고, 책을 보고, 이런 식으로 꼼꼼하게 하시나요? 한달 여행을 간다면 여행 준비 기간은 어느정도 걸리시는지요? 여행 계획을 세울 때 남편과는 어느정도 대화를 하고, 남편과 어떻게 분업을 하시는지요? 모든 여행 계획은 엄마가 세우시는 편인가요? 아이들에게 미리 여행 정보를 공유하나요? 아이들과 행복하게 여행하는 법에 대한 나만의 방법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전 일단 본전 의식을 빼야하더라고요. 여기까지 왔는데, 이것 이것은 보고 가야지 하는 욕심을 다 버려야합니다. 그냥 마음 비우는게 답이더라구요. 일정은 혼자 여행하는 사람의 반 정도로만 짜고, 그곳의 반 정도만 갑니다. 보통 계획을 여행 기간의 두 세 배는 들여서 짜는데, 이번 파리 여행은 너무 바빠서 거의 준비를 못하고 갔어요. 그런데 준비 없이 가도 좋더라고요. 좌충우돌한 시간이 훨씬 많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계획이 없으니 마음 비우기도 쉽고, 아이들과 의논해서 다니게 되더라고요.

아이들에게 일정을 공유하는 편입니다만, `깜짝 순서'는 말을 안합니다. 맛있는 식당. 기념품 쇼핑 기회 등과 같은 순서요. 가지 못할 경우에 가고 싶다는 떼를 받아주기도 힘들고, 일단 깜짝 일정의 재미도 떨어지니까요. 대신 아이들에게 힘들 것 같은 일정은 세세하게 말하고 경고합니다. 특히 여행중에는 아이들이 힘 조절을 할 수 있도록 잔소리를 많이 해요. 산은 올라갈 힘도 있어야하지만, 내려갈 힘도 있어야한다는 걸 늘 강조합니다. "더 놀고 싶더라도 집에 돌아가려면 이제 일어서야해!" "더 놀면 가면서 네가 짜증낼거야" "엄마는 그거 오늘은 못받아줘. 힘 남았을때 집으로 가자." 이런 식으로요.

여행 계획은 전적으로 제가 세웁니다. 장소는 남편이 주로 정하고, 코스는 제가 정하지요. 제가 그것을 좋아하고, 남편은 여행 직전엔 여행의 빈 자리를 메꾸기 위해서 미친듯이 일을 해야하는 상황이 되기 일쑤니까요. 구체적인 일정은 제가 짜지만, 몇개의 대안 안에서 남편과 아이들에게 선택권을 거의 넘깁니다. 본인들이 선택해야 더 즐겁게 따라다니니까요.^^ 여행을 더 좋아하는 제가 참습니다.

하루에 한가지 정도는 꼭 아이가 너무나 좋아할 시간을 만듭니다. 베르사이유에서 자전거를 타기 위해 (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싶어했어요) 사실 좀 무리한 시간이었는데도, 문 닫기 직전까지 최선을 다해 자전거를 찾아 다니고, 여러가지를 포기했어요. 결국 여행 중에서 가장 좋은 시간 중 한 순간을 보냈습니다. 그날의 기억으로 며칠동안 아이들이 기쁘게 여행의 힘든 순간을 견뎠어요.

양 아이들이 좋아하는 일정도 반드시 넣는 것이 중요하군요. 이렇게 하다보면 정말 아이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알게 될 것 같아요. 부모 역시 마찬가지고요.

전 그럼요. 여행을 하다보면 우리 아이는 어떤 아이인지, 나라는 인간은 어떤 사람인지 더 알게 돼요.

양 제주도에서 보낸 한 달을 보면 도서관을 방문하시는 것이 좀 특색 있었습니다. 다른 여행지에 가서도 도서관을 꼭 방문하나요? 이유가 있을까요?

전 제주도에서 도서관에 간 건 우연이었어요. 보통 도서관에 놀이터가 있으니까, 놀이터 있을라나 하고 갔다가 딸이 책을 좋아하는 `기적'이 일어난거죠. 그런데 그 후엔 도서관을 어떻게든 가게 되더라고요. 서점이라도 꼭 갑니다. 아이들에게 무거워도 책 기념품을 잘 사주는 편이고요. 

양 여행이라고 하면 사진을 빼놓을 수 없지요. 여행 사진 잘 찍는 법이 있을까요? 여행 다니시면서 사진을 좀 더 배워야겠다고 생각하셨다고 했는데, 여행 사진 잘 찍는 법 혹시 노하우 생기신 게 있다면?

전 저는 여행사진은 최악으로 찍는 듯 합니다. 여행지보다 늘 아이들 얼굴이 커다랗게 찍혀있어요. 제겐 여행 사진에 대한 질문은 하지 말아주세요. 각종 실패담을 교훈 삼아 들려드릴 수는 있습니다. 이번에도 생각했어요. 사진 좀 배우자! 내가 본 이 느낌을 살려서 찍어보자!

양 여행을 하면 비용이 많이 들고 부담이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많습니다. `여행은 돈이 있는 사람들이나 하는 거지'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고요. 돈을 절약하면서 여행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전 자신의 여행 스타일을 알아야 돈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저는 숙소는 허름해도 먹는 것, 공연은 좋아야하는 편입니다. 공연표는 비싼 것을 끊어야하니 일찍 예약하려고 애를 씁니다. 그래야 할인이 되잖아요. 숙소는 별로 가리지 않으니 가급적 싼 곳을 고르고요. 그런데 어떤 분은 잠자리 불편하면 아무리 좋은 걸 봐도 눈에 안들어온다는 분들이 있거든요. 이런 분들은 공연표 안끊고 숙소를 업그레이드 해야지요. 무조건 싼 여행이 능사가 아니라,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아야하니까 어디에 집중할 것인가 계획을 잘 세워야해요. 그러려면 나 자신에 대해서 잘 알아야합니다. 결국 여행의 최종 목적지는 늘 나 자신이더라고요.

양 많은 사람들이 계획만 잔뜩 세우고 실제로 실천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에 대한 두려움이 많아 계획은 세우지만 실제로 실천에 못 옮기는 경우도 많지요. 어떻게 하면 그런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고, 동기부여가 될까요? 전은주씨는 어떤 동기로 어떤 계기로 이렇게 여행을 하게 되셨는지.... 또 아이 둘을 태우고 혼자 운전하는 것도 사실 저로서는 두려운데, 두렵지는 않으셨는지.... 두려움 극복 노하우도 알려주세요.

전 행복했던 기억만큼 큰 동기부여가 있을까 싶어요.여행 뿐만 아니라 어떤 일이든, 모든 조건이 갖추어지는 때는 없는 것 같아요. 그때가 오면 죽을 날이겠죠. 그냥 내킬 때 해야지, 좋은 상황 기다리다간 끝내 못갑니다. 혹시 영어가 두려우세요? 남편이 저를 만날 놀립니다. "언제 동사 나오냐?"고요. 그런데 여행해보니 얼굴 표정과 감탄사로 의사전달 반은 하고 들어가더락요. 아이들 데리고 다니는데 특별히 언어 때문에 힘들지는 않았어요. 물론 영어를 잘하면 좋겠지만, 현지인을 사귀기엔 내새끼 돌보기도 바빠 죽겠기 때문에 현지인 친구에 대한 미련을 버려서 그럴수도 있어요.

뉴질랜드 가기 전에 정말 운전 때문에 두려웠어요. 좌측통행, 7미터 트럭. 과연 운전할 수 있을까? 적응하는데 2시간 걸리더라고요. 그후엔 아무 문제 없었습니다.

양 내가 생각하는 한심한 여행, 최악의 여행이 있다면? 이런 여행은 안가느니만 못하다 하는 여행이 있다면?

전 모든 연애와 모든 여행은 의미가 있던걸요! 이번 파리 여행은 아들에게는 최악, 딸에게는 최고였어요. 여행의 모든 위기는 추억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뉴질랜드에서 가장 좋았던 날은 길을 잃어버린 날이었어요. 잘 데도 없고, 먹을 거리는 떨어졌고, 날은 어두워지는데 서로를 탓하지 않는 부부와 어디서건 잘 노는 아이들이 같이 있다는 자체가 주는 위로와 문제를 해결했을 때의 성취감이 대단했던 것 같습니다. 그날은 부부싸움을 할 찬스이기도 했는데! 가장 사랑한 날이기도 했다는게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그 동네 이름은 모르지만요.

양선아 기자

» 뉴지랜드 북섬 반딧불이 동굴이 있는 와이토모 캠핑장에서 전은주씨의 딸과 아들이 펄쩍펄쩍 뛰고 있다. 전은주씨 제공.

영유아를 키우는 부모들이 여행을 하겠다고 하면 주변에서는 다들 뜯어말린다. “아이와 여행하면 개고생 한다” “아이와 여행갔더니 아이가 아프더라”며 “어릴 때 여행 다 소용없다. 어느 정도 컸을 때 여행하라”고 충고한다.


그런데 최근 이런 고정관념을 깨고 영유아를 데리고 여행을 떠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국내 최대 여행 기업 하나투어가 올해 상반기 4~7살 고객을 집계해보니 총 1만3900명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만900명보다 27.5% 늘어, 전체 고객 증가율(21.4%)을 웃돌았다. 이 회사는 또 지난 2009년부터 만 3개월 이상 만 4살 미만 아이를 동반한 특허상품을 선보였는데, 최근 이 상품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 상품 이용고객은 올해 1분기에는 전년 대비 50% 이상, 2분기에는 35% 정도 늘었다. 송원선 하나투어 홍보팀 대리는 “이 상품은 젖병소독기, 방수 기저귀, 물놀이 세트 등 영유아 용품을 지원하고 외출시 육아 도우미가 함께 가서 아이를 돌봐준다. 아이 동반 여행 때의 불편한 점을 개선해주니 부모들이 고민을 덜하고 떠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서점가에는 ‘아이와 떠나는 여행’에 대한 책들이 연이어 출간되고, 여행 관련 누리집 카페에는 ‘아이와 떠나기에 좋은 여행지’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 짐 챙기기’에 대한 문의도 쏟아진다.


그렇다면 영유아를 키우는 부모들은 왜 “사서 고생”이라는 여행에 나설까? 6살 아이와 함께 한 달에 3~4번 정도 국내 여행을 하는 작가 홍미경(38)씨는 “여행 기자로 일하다 출산하면서 회사를 그만뒀다. 24시간 아이와 아파트라는 닫힌 공간에 있으니 점점 우울해지고 내가 우울하니 아이도 까칠해져 갔다. 아이가 4개월이 된 시점부터 함께 여행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여행을 좋아한 그 역시 ‘아이와의 여행’이 힘들지 않을까 걱정했단다.

그런데 여행의 치유 기능은 놀라웠다. 여행을 통해 엄마의 답답함이 해소되자 그제야 아이가 온전히 눈에 들어왔고, 엄마가 행복해지자 아이 역시 행복해졌다고 말한다. 한 번 여행의 달콤함을 맛 본 사람은 다시 떠날 수밖에 없다고 그는 자신있게 말한다.

3년 전 9살, 5살 아이를 데리고 제주도에서 한 달 동안 살았다는 전은주(42)씨는 “안 힘들 때를 기다려서 여행하려면 평생 여행 못 갈 것 같았다”고 말했다. ‘힘들지 않다’가 아니라 ‘힘들어도 좋은 부분이 많아’ 그는 여행을 떠난다. 최근 그는 두 아이와 함께 파리 여행을 다녀왔고, 지난해에는 뉴질랜드로 여행을 다녀왔다. 전씨의 경우 평소 규칙적이고 단조로운 생활을 하다 일 년에 한 번 장기간 여행을 떠난다.

» 의 지은이 홍미경씨 가족이 부산 해운대에 놀러갔을 때 아이와 아빠가 모래장난을 하는 모습. 홍미경씨 제공

아이와의 여행을 즐기는 부모들은 이구동성으로 “아이는 최고의 여행 동반자”라고 말한다. 전씨는 “아이들의 시각은 아주 독특해서 여행지 자체를 새롭게 해석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남들은 사진 한 장 찍으면 끝나는 곳에서 아이들은 한 시간을 보낸다. 아이들이 좋아할 줄 알았던 곳에선 언제 집에 가냐고 투덜거리기도 한다. 최근 전씨 가족이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갔을 때 아들은 그에게 “엄마, 왜 사람들은 다 같이 이 그림(모나리자)을 핸드폰으로 찍어요?”라고 물었다. 모나리자 그림에만 정신이 팔려있던 그는 그제야 그림 앞에 양떼처럼 몰려들어 핸드폰을 들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들의 그 물음 때문에 전씨 가족들은 그림을 마음에 새기는 것과 핸드폰으로 찍어서 남기는 것의 장단점에 대해 즐거운 대화를 이어갔다.

아이들과 여행하면서 아이의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부모들에게는 또 하나의 재미다. 홍씨의 아들은 돌이 지나고 만 2살까지 공격성과 폭력성이 강했다. 그는 아들이 좋아하는 바다를 아들과 함께 자주 찾았다. 바다가 주는 해방감에 젖어 아들은 모래놀이를 즐겁게 했다. 홍씨는 “자연의 힘 때문인지 만 3살이 될 즈음 아들이 천진난만하고 순한 아이가 됐다”고 말했다. 낯가림이 심하던 전씨의 딸도 여행을 하면서 좀 더 밝고 적극적인 아이로 변했다. 모르는 사람에겐 말 한번 건네지 못하던 딸이 한라 수목원 산책로에서 만난 모르는 남자 아이에게 말을 건넬 때 전씨는 속으로 “어머, 어머”를 외치고 말았다.

아이와의 여행이 즐겁다는 두 엄마에게 아이와 행복하게 여행하는 자신만의 비결을 물었다. 신기하게도 둘 다 “본전 의식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첫 번째로 강조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이것 이것은 보고 가야지’ ‘이것은 꼭 해봐야지’라는 욕심을 버려야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을 맘껏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전씨는 여행 계획을 철저하게 짠다. 실내 방문과 실외 체험을 번갈아 넣고, 실내 방문이 겹칠 땐 그 사이에 식사나 간식 시간을 넣는 등의 방법을 활용한다. 그러나 그것은 계획일 뿐이다. 계획대로 안돼도 괜찮다는 마음을 항상 먹고 있으면 아이와의 여행이 힘들지 않다. 홍씨는 “여행이란 아이와 부모에게 충만한 감성과 자유로움을 주고, 행복함을 주는 것이다. 자꾸 아이에게 뭔가 기억하게 하려 하고, 공부시키려 하면 아이에게 여행은 즐겁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그래서 여행을 다녀와서 아이가 굳이 뭔가 기억해내지 못해도 억울한 감정 따윈 없다. 


  » 캠핑장에서 전은주씨 가족이 밥을 먹고 있다. 전은주씨 제공.

전씨는 “행복한 여행을 위해 남편을 사랑해야 한다”는 다소 ‘엉뚱한’ 처방을 내놨다. 그는 남편이 없는 여행에서는 아이들에게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워주기 위해 아빠를 더 열심히 칭찬하고 그리워한다. 남편이 있는 여행에서는 부부싸움을 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한다. 부모가 서로 사랑하는 모습만큼 아이들에게 안정감을 주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홍씨는 아이와의 여행에서 안전과 건강은 행복한 여행의 필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18개월 이전 아이와의 여행은 될 수 있으면 리조트 여행을, 두 돌 지난 아이와의 여행은 아이의 성향과 부모의 성향을 함께 고려한 여행을 권했다. 18개월 이전 아이들은 아무래도 면역력이 약하고 낮잠 시간이 길기 때문에 숙소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 비용이 들더라도 리조트 여행이 낫다는 것이다. 그는 또 영유아와 함께라면 “해열제, 밴드, 소독약 등 상비약은 필수이고, 비상시를 생각해서 응급의료전화번호(1339)를 핸드폰에 저장하라”고 했다.

시인이자 방송작가인 이병률씨는 그의 여행산문집 에서 “여행은 시간을 벌어오는 일”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또 “어렵사리 모은 돈으로 감히 시간을 사겠다는 모험을 하고 있다”고도 했다. 전씨와 홍씨 둘 다 이병률 시인처럼 여행을 통해 가족과 온전히 함께 있는 시간을 벌고, 그 시간에 몰입했기 때문에 행복하지 않았을까.

■ 36개월 이하의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 필수품

 1. 건강보험증
대부분의 관광지와 박물관, 전시관, 식물원, 워터 파크 등의 입장료는 24개월 이하 또는 36개월 이하의 유아는 무료다. 입장 시에 증명서를 요구하는 곳이 많으니 건강보험증은 꼭 챙기자.
2. 자동차용 장난감과 동요 시디(CD)
몇 시간 달려야 하는 장거리 여행은 어른도 지루하고 아이도 힘들다. 누르면 동요가 나오는 동요북이나 자동차에서 들을 수 있는 동요 시디를 꼭 챙기자.
3. 카 시트
어린 아이의 경우 엄마가 안고 여행에 나서는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하면 이렇게 하면 엄마의 어깨가 너무 아프다. 카시트에 앉혀 놀다가 재우는 것이 아이의 안전과 엄마의 건강에도 좋다.
4. 절충형 유모차와 휴대형 유모차
아이가 18개월 이하라면 등받이가 큰 각도로 넘어가고 바람과 햇볕을 많이 가려 줄 수 있는 큰 후드가 달린 절충형 유모차가 좋다. 18개월 이후라면 가볍고 쉽게 접고 펼 수 있는 휴대형 유모차가 좋다.
5. 다용도 비닐 백, 클린백
아이의 기저귀를 갈아준 뒤 기저기를 싸기도 좋고, 아이의 지저분한 옷을 넣어 놓기에도 좋다. 이외에도 다양한 쓰임이 있다.
6. 수면 모자가 있는 아기 띠
18개월 이하 아이라면 외출시 항상 가지고 다니는 것이 좋다.
7. 자동차용 아기 덮개
속싸개는 자동차와 유모차에서 아기 덮개로, 춥지 않은 계절에는 이불 또는 바람막이로 유용하다.
8. 팬티형 기저귀와 물티슈, 아기 수건
9. 빨대 달린 컵
차 안에서 아이에게 물을 흘리지 않고 마시게 하려면 빨대 컵이 좋다.
10. 보냉 가방
아이의 간식거리와 물, 우유, 주스, 이유식 등을 가지고 다니기에는 보냉 가방이 좋다. 숄더백 정도의 사이즈가 좋다.
참고 도서 (홍미경 글·사진, 넥서스 북스 펴냄)

기사에 다 쓰지 못한 좋은 내용들이 너무 많습니다. 전은주씨를 만나 그의 여행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너무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답니다. 여행을 하면서 남편도 달라지고, 아이들과의 관계도 달라지고, 여행은 가족들의 관계에도 변화를 많이 주더군요. 지은이 전은주씨와 나눈 내용 문답 형식으로 읽기 편하게 정리했습니다.

양선아(이하 양) 원래 남편분과도 여행을 많이 다니시고, 혼자서도 여행을 많이 다니셨어요? 아이들과는 얼마나 자주 여행을 다니셨나요?

전은주(이하 전) 저는 결혼 전 혼자 몇 달씩 여행도 잘 다니고 그랬지만, 남편은 보통 사람보다 훨씬 더 여행을 꺼리는 편이었어요. "여행이 왜 필요있냐, 풍경 좋은 거랑 유적지는 다큐멘터리 보면 여행가서 보는 것보다 더 잘보여주는데! 사람은 열심히 살아야한다, 만날 놀러갈 생각만 하면 안된다. 여행은 간다면 오로지 휴양여행 가자" 이랬어요. 결혼 15년 동안 꼬시고 꼬셔 이제 한 달씩 가는 여행도 따라 나서게 만들었습니다. 여행 직접 다녀보면서 남편도 많이 바뀌었어요. `아, 여행이 꼭 멋진데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족 서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구나. 직접 보는 것과 텔레비전으로 보는게 이렇게 다르구나.'하고요. 특히 뉴질랜드 여행 다녀오면서 아이들과 아주 많이 친해졌어요. 본인이 아빠 노릇 제대로 했다는 느낌이 드나 봅니다. 이번 파리 여행은 남편이 먼저 자청했서 갔습니다.

양 여행을 두고 다투는 집들, 많더라고요. 어느 한 쪽은 가자고 하고, 한 쪽은 그걸 무책임하게 보고요. 전은주씨는 어떠셨어요? 많이 다투셨겠네요? 아이들과는 어떤 여행을 많이 다니셨나요?

전 그냥 싸울게 아니라 서로 양보할 수 있는 선에서 직접 같이 경험해보면서 의견을 맞춰 나가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희는 정직, 성실, 근면을 삶의 모토로 삼고있는 남편이 `여행=노는 것' `일의 반대말= 노는 것' `노는 것=죄악'이라고 봤거든요. 저는 이런 남편의 생각을 열 번 설득하는 것보다 본인이 직접 여행 다니면서 재충전한 에너지로 일을 더 열심히 하고 좋다는 사실을 직접 경험하면 바뀔 것이라 생각했어요.남편이 직접 경험할 때까지 저는 일상 생활에서 열심히 성실한 모습을 보여줬어요. `아,저 여자가 노는데만 정신이 팔려서 여행을 가자는 게 아니라, 정말 자기 말마따나 마음 속의 보물을 찾기 위해서 가는 거구나' 이런 신뢰를 쌓았달까요. 아무튼 여행가기 힘들었어요!

아이들과 평소 1박 2일, 2박 3일 여행은 거의 가지 않습니다. 2,3년에 한 번 씩이라도 장기간 여행을 가려면 돈도 없고, 월차 여유도 없어요. 아이들에게 여행은 지나치게 강렬한 자극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평소에는 규칙적이고, 단조로운 생활 속에서 성실하게 자기가 할 일을 하는 연습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행에서 돌아오면 여행의 느낌을 오래 간직하기 위해서 애쓰기보다, 빨리 일상에 복귀하려는 노력을 더 많이 하는 편이에요.

» 뉴질랜드 남섬 호숫가. 전은주씨 제공.

양 여행을 자주 다니신 줄 알았는데 그것은 아니군요. 장기간 여행을 선호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각각 여행의 장단점이 있을텐데요.

전 일단 장기 여행이 비용 면에서 저렴합니다. 두번째로 짧은 여행은 여행 간 그 곳에 집중할 수 있지만, 긴 여행은 여행하는 사람에게 집중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아직은 아이들이 여행지에서 무엇을 느끼고 배우기보다, 여행하는 과정 그 자체에서 느끼고 배우는 나이라서 단기간 몰아치는 여행은 좀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는 장기, 단기 여행 모두 너무나 좋다고 생각해요. 다만 1박2일 다녀오고 나서 바로 일과 학교로 뛰어 들어야하는 경우에는 피곤만 가중시킬 수 있으니, 짧은 여행인 경우에는 다녀와서 쉬고 적응하는 시간을 오히려 배려해야 해요. 장기간 여행은 여행 자체를 일상의 리듬대로 해왔기 때문에 따로 일상회복을 위한 시간은 안줘도 되더라고요. 이번에도 파리 다녀와서 오후 2시에 도착했는데, 아들은 5시 축구 교실에 갔어요. 딸은 밀린 일기를 썼고요.

패키지, 자유여행도 나름대로 다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장기, 단기, 패키지, 배낭, 자유, 럭셔리 여행, 휴양여행, 체험학습 여행, 모든 여행은 제 각각의 장점이 있습니다.

» 타우포 호숫가 제트보트 타기 전에 전은주씨 가족이 함께 웃고 있다. 전은주씨 제공.

양 역시 여행을 많이 다녀본 분은 뭔가 달라도 다르네요. 그런데 아이들 너무 어릴 때 여행하면 하나도 기억 못하고 고생만 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많잖아요.

전 여행 다니면서 아이들이 힘들게 하는 나이엔 집에 있어도 힘듭니다. 아이들은 여행지는 기억을 못해도 여행은 기억을 하더라고요. 아들이 이번에 파리가 싫다고 난리였는데, 파리는 싫었지만 가기전에 악화일로였던 누나와 사이가 확 좋아졌어요. 여행 가서는 어쩔수 없이 둘이 친구가 돼야했거든요. 사춘기 초입의 학교 생활로 마음이 많이 불편했던 누나도 여행 가서는 예전의 누나로 돌아갔고요. 이렇게 어린 시절의 여행은 머리에 남는게 아니라, 그냥 핏속에 남는 것 같아요. 세상을 보는 눈을 바꿔놓고,가족을 향한 기억을 바꿔놓고, 느낌을 바꾸는거죠. 어른이 되어선 이만큼 유익한 여행을 하기가 더 어렵지 않을까요? 대학생들도 유럽 여행 다녀와선 사진 보고 여기가 어딘지 금방 알지 않잖아요. 아들은 파리에 다녀온 후 에펠탑을 알게 돼, 세상에 에펠탑이 이렇게 많은지 매일 매일 놀라고 있어요. (파리 바게트 보면서. 크크.) 파리에 다녀올 땐 아무 것도 몰랐지만, 파리가 에펠탑으로, 프랑스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딸은 일곱살 때 뉴욕을 보름동안 다녀왔는데요. 지금도 영화를 보면 한 장면만 지나가도 거기가 뉴욕인지 알아봅니다. 갈 땐 몰랐어요.

그런데, 경험상 보면 아이들은 여행을 가면 나름 최선을 다 합니다. 밥도 더 잘먹고 잘 놉니다. 흥분 상태가 이어져 아픈 것도 잘 모르더라고요. 엄마를 완전 방전시키면 안된다는 것도 아니까, 나름 눈치도 봅니다. 여행을 가면 아이를 돌보기가 훨씬 쉬워집니다! 다만 이건 아이가 여행이 즐거워야 그렇지요. 엄마가 자기 좋은 데만 다니고, 아이를 배려하지 않는 여행을 하면 아이도 심술을 부리겠지요. "엄마 언제 집에가?" 징징거리고, 아프고, 싸우더라고요.

  » 뉴질랜드 남섬 카이코우라의 주차장에 전은주씨 가족이 차를 세우고 라면을 끓여 먹다 차장 앞에 태연하게 누워있는 물개를 발견했다. 전은주씨 제공.

양 그렇겠네요. 아이를 배려하는 여행이 중요하겠네요.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 어떻게 해야할까요? 준비를 꼼꼼하게 해야하나요? 계획을 세우되 잊어버려라라고 말씀하셨는데, 평소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여행 블로그를 꼼꼼하게 탐색하고, 책을 보고, 이런 식으로 꼼꼼하게 하시나요? 한달 여행을 간다면 여행 준비 기간은 어느정도 걸리시는지요? 여행 계획을 세울 때 남편과는 어느정도 대화를 하고, 남편과 어떻게 분업을 하시는지요? 모든 여행 계획은 엄마가 세우시는 편인가요? 아이들에게 미리 여행 정보를 공유하나요? 아이들과 행복하게 여행하는 법에 대한 나만의 방법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전 일단 본전 의식을 빼야하더라고요. 여기까지 왔는데, 이것 이것은 보고 가야지 하는 욕심을 다 버려야합니다. 그냥 마음 비우는게 답이더라구요. 일정은 혼자 여행하는 사람의 반 정도로만 짜고, 그곳의 반 정도만 갑니다. 보통 계획을 여행 기간의 두 세 배는 들여서 짜는데, 이번 파리 여행은 너무 바빠서 거의 준비를 못하고 갔어요. 그런데 준비 없이 가도 좋더라고요. 좌충우돌한 시간이 훨씬 많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계획이 없으니 마음 비우기도 쉽고, 아이들과 의논해서 다니게 되더라고요.

아이들에게 일정을 공유하는 편입니다만, `깜짝 순서'는 말을 안합니다. 맛있는 식당. 기념품 쇼핑 기회 등과 같은 순서요. 가지 못할 경우에 가고 싶다는 떼를 받아주기도 힘들고, 일단 깜짝 일정의 재미도 떨어지니까요. 대신 아이들에게 힘들 것 같은 일정은 세세하게 말하고 경고합니다. 특히 여행중에는 아이들이 힘 조절을 할 수 있도록 잔소리를 많이 해요. 산은 올라갈 힘도 있어야하지만, 내려갈 힘도 있어야한다는 걸 늘 강조합니다. "더 놀고 싶더라도 집에 돌아가려면 이제 일어서야해!" "더 놀면 가면서 네가 짜증낼거야" "엄마는 그거 오늘은 못받아줘. 힘 남았을때 집으로 가자." 이런 식으로요.

여행 계획은 전적으로 제가 세웁니다. 장소는 남편이 주로 정하고, 코스는 제가 정하지요. 제가 그것을 좋아하고, 남편은 여행 직전엔 여행의 빈 자리를 메꾸기 위해서 미친듯이 일을 해야하는 상황이 되기 일쑤니까요. 구체적인 일정은 제가 짜지만, 몇개의 대안 안에서 남편과 아이들에게 선택권을 거의 넘깁니다. 본인들이 선택해야 더 즐겁게 따라다니니까요.^^ 여행을 더 좋아하는 제가 참습니다.

하루에 한가지 정도는 꼭 아이가 너무나 좋아할 시간을 만듭니다. 베르사이유에서 자전거를 타기 위해 (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싶어했어요) 사실 좀 무리한 시간이었는데도, 문 닫기 직전까지 최선을 다해 자전거를 찾아 다니고, 여러가지를 포기했어요. 결국 여행 중에서 가장 좋은 시간 중 한 순간을 보냈습니다. 그날의 기억으로 며칠동안 아이들이 기쁘게 여행의 힘든 순간을 견뎠어요.

양 아이들이 좋아하는 일정도 반드시 넣는 것이 중요하군요. 이렇게 하다보면 정말 아이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알게 될 것 같아요. 부모 역시 마찬가지고요.

전 그럼요. 여행을 하다보면 우리 아이는 어떤 아이인지, 나라는 인간은 어떤 사람인지 더 알게 돼요.

양 제주도에서 보낸 한 달을 보면 도서관을 방문하시는 것이 좀 특색 있었습니다. 다른 여행지에 가서도 도서관을 꼭 방문하나요? 이유가 있을까요?

전 제주도에서 도서관에 간 건 우연이었어요. 보통 도서관에 놀이터가 있으니까, 놀이터 있을라나 하고 갔다가 딸이 책을 좋아하는 `기적'이 일어난거죠. 그런데 그 후엔 도서관을 어떻게든 가게 되더라고요. 서점이라도 꼭 갑니다. 아이들에게 무거워도 책 기념품을 잘 사주는 편이고요. 

양 여행이라고 하면 사진을 빼놓을 수 없지요. 여행 사진 잘 찍는 법이 있을까요? 여행 다니시면서 사진을 좀 더 배워야겠다고 생각하셨다고 했는데, 여행 사진 잘 찍는 법 혹시 노하우 생기신 게 있다면?

전 저는 여행사진은 최악으로 찍는 듯 합니다. 여행지보다 늘 아이들 얼굴이 커다랗게 찍혀있어요. 제겐 여행 사진에 대한 질문은 하지 말아주세요. 각종 실패담을 교훈 삼아 들려드릴 수는 있습니다. 이번에도 생각했어요. 사진 좀 배우자! 내가 본 이 느낌을 살려서 찍어보자!

양 여행을 하면 비용이 많이 들고 부담이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많습니다. `여행은 돈이 있는 사람들이나 하는 거지'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고요. 돈을 절약하면서 여행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전 자신의 여행 스타일을 알아야 돈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저는 숙소는 허름해도 먹는 것, 공연은 좋아야하는 편입니다. 공연표는 비싼 것을 끊어야하니 일찍 예약하려고 애를 씁니다. 그래야 할인이 되잖아요. 숙소는 별로 가리지 않으니 가급적 싼 곳을 고르고요. 그런데 어떤 분은 잠자리 불편하면 아무리 좋은 걸 봐도 눈에 안들어온다는 분들이 있거든요. 이런 분들은 공연표 안끊고 숙소를 업그레이드 해야지요. 무조건 싼 여행이 능사가 아니라,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아야하니까 어디에 집중할 것인가 계획을 잘 세워야해요. 그러려면 나 자신에 대해서 잘 알아야합니다. 결국 여행의 최종 목적지는 늘 나 자신이더라고요.

양 많은 사람들이 계획만 잔뜩 세우고 실제로 실천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에 대한 두려움이 많아 계획은 세우지만 실제로 실천에 못 옮기는 경우도 많지요. 어떻게 하면 그런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고, 동기부여가 될까요? 전은주씨는 어떤 동기로 어떤 계기로 이렇게 여행을 하게 되셨는지.... 또 아이 둘을 태우고 혼자 운전하는 것도 사실 저로서는 두려운데, 두렵지는 않으셨는지.... 두려움 극복 노하우도 알려주세요.

전 행복했던 기억만큼 큰 동기부여가 있을까 싶어요.여행 뿐만 아니라 어떤 일이든, 모든 조건이 갖추어지는 때는 없는 것 같아요. 그때가 오면 죽을 날이겠죠. 그냥 내킬 때 해야지, 좋은 상황 기다리다간 끝내 못갑니다. 혹시 영어가 두려우세요? 남편이 저를 만날 놀립니다. "언제 동사 나오냐?"고요. 그런데 여행해보니 얼굴 표정과 감탄사로 의사전달 반은 하고 들어가더락요. 아이들 데리고 다니는데 특별히 언어 때문에 힘들지는 않았어요. 물론 영어를 잘하면 좋겠지만, 현지인을 사귀기엔 내새끼 돌보기도 바빠 죽겠기 때문에 현지인 친구에 대한 미련을 버려서 그럴수도 있어요.

뉴질랜드 가기 전에 정말 운전 때문에 두려웠어요. 좌측통행, 7미터 트럭. 과연 운전할 수 있을까? 적응하는데 2시간 걸리더라고요. 그후엔 아무 문제 없었습니다.

양 내가 생각하는 한심한 여행, 최악의 여행이 있다면? 이런 여행은 안가느니만 못하다 하는 여행이 있다면?

전 모든 연애와 모든 여행은 의미가 있던걸요! 이번 파리 여행은 아들에게는 최악, 딸에게는 최고였어요. 여행의 모든 위기는 추억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뉴질랜드에서 가장 좋았던 날은 길을 잃어버린 날이었어요. 잘 데도 없고, 먹을 거리는 떨어졌고, 날은 어두워지는데 서로를 탓하지 않는 부부와 어디서건 잘 노는 아이들이 같이 있다는 자체가 주는 위로와 문제를 해결했을 때의 성취감이 대단했던 것 같습니다. 그날은 부부싸움을 할 찬스이기도 했는데! 가장 사랑한 날이기도 했다는게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그 동네 이름은 모르지만요.

양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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