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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석의 내가 사랑한 그림책] 나는 내 마스크가 좋아


그림 책읽는곰 제공

서천석의 내가 사랑한 그림책

치킨 마스크
우쓰기 미호 지음, 장지현 옮김/책읽는곰 펴냄(2008)

언제부터인가 그림책에도 자기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주인공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친구들과 비교하면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고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것이 없다는 생각에 속상해한다. 일반적으로 유아들은 자기중심적이고 판단의 기준을 자신에게 맞추기에 스스로 못났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자기와 다른 친구를 보면 자신을 기준으로 상대가 이상하다고 보는 경우가 많다. 부모들은 객관적인 기준을 들이대지만 아이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객관을 이해하기엔 아직 주관적 경험이 충분히 쌓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대개 친구의 장점에 대해 무신경한데 질투를 할 줄 몰라서가 아니라 관심이 온통 자신에게 쏠려 있기 때문이다. 남을 신경 쓸 시간에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나라도 더 하는 것이 아이들이다. 물론 아이들도 부러워할 때가 있고 질투하기도 한다. 자기가 잘하고 싶은 것을 친구가 잘해낼 때, 자기가 갖고 싶은 것을 친구가 갖고 있을 때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아이들은 자기를 탓하기보다 친구의 허점을 찾는다. ‘쟤가 가진 건 별로야. 그건 제대로 된 게 아냐.’ ‘쟤는 이런 것도 못하잖아. 뭐 좀 저건 잘하지만. 어쨌든 뭐 대단한 건 아냐.’

이런 태도는 미성숙해 보일지 몰라도 아이들에겐 꼭 필요하다. 아직 스스로 가진 것이 부족하고 그럼에도 힘차게 앞으로 나가야 하기에 아이들은 우선 스스로를 지킬 필요가 있다. 그런데 요즘은 스스로 부족함을 슬퍼하고 다른 아이들은 잘났는데 나는 못났다며 속상해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아이들 세계에 어른들이 지나치게 들어간 것이 원인이 아닌가 싶다. 결과로 평가하고 능력을 중시하는 어른들의 시선에 아이들이 오염된 것이다. 귀신과 괴물, 어둠과 호랑이 등 막연한 불안감에 시달리던 아이들이 이제 자기 자신과 미래를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우쓰기 미호의 는 이런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이다. 치킨 마스크는 속상하다. 사람들은 저마다 재능이 담긴 그릇을 갖고 태어난다는데 왜 내 그릇은 텅 빈 것일까? 올빼미 마스크처럼 수학을 잘하지도 못하고 햄스터 마스크처럼 만들기를 잘하지도 못한다. 개구리 마스크처럼 음악을 잘하지도, 풍뎅이 마스크처럼 씨름을 잘하지도 못하는 나는 그저 뒤처진 아이, 늘 방해만 되는 아이다. 실의에 빠져 산속을 헤매던 치킨 마스크는 숲 속에서 다양한 마스크 꾸러미를 발견한다. 이 마스크들을 쓰면 멋진 능력을 갖게 되고 다른 사람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하지만 치킨 마스크는 마스크를 바꾸지 않는다. 어느덧 친구들이 몰려와 전해준 말들 덕분이다. ‘네 모습 그대로가 좋아. 너의 따뜻한 마음씨가 좋아.’ 치킨 마스크는 과연 지금 모습 그대로 계속 행복할 수 있을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친구들이 있다면, 네 모습 그대로 세상에 다 필요한 존재라고 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곁에 잘나지 않으면 쓸모없다는 사람들만 가득하다면 치킨 마스크는 결국 다른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나를 지키기 위해서 우리는 서로가 필요하다. 서로 인정하고 소중히 여기는 타인이 필요하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그림 책읽는곰 제공

서천석의 내가 사랑한 그림책

치킨 마스크
우쓰기 미호 지음, 장지현 옮김/책읽는곰 펴냄(2008)

언제부터인가 그림책에도 자기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주인공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친구들과 비교하면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고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것이 없다는 생각에 속상해한다. 일반적으로 유아들은 자기중심적이고 판단의 기준을 자신에게 맞추기에 스스로 못났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자기와 다른 친구를 보면 자신을 기준으로 상대가 이상하다고 보는 경우가 많다. 부모들은 객관적인 기준을 들이대지만 아이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객관을 이해하기엔 아직 주관적 경험이 충분히 쌓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대개 친구의 장점에 대해 무신경한데 질투를 할 줄 몰라서가 아니라 관심이 온통 자신에게 쏠려 있기 때문이다. 남을 신경 쓸 시간에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나라도 더 하는 것이 아이들이다. 물론 아이들도 부러워할 때가 있고 질투하기도 한다. 자기가 잘하고 싶은 것을 친구가 잘해낼 때, 자기가 갖고 싶은 것을 친구가 갖고 있을 때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아이들은 자기를 탓하기보다 친구의 허점을 찾는다. ‘쟤가 가진 건 별로야. 그건 제대로 된 게 아냐.’ ‘쟤는 이런 것도 못하잖아. 뭐 좀 저건 잘하지만. 어쨌든 뭐 대단한 건 아냐.’

이런 태도는 미성숙해 보일지 몰라도 아이들에겐 꼭 필요하다. 아직 스스로 가진 것이 부족하고 그럼에도 힘차게 앞으로 나가야 하기에 아이들은 우선 스스로를 지킬 필요가 있다. 그런데 요즘은 스스로 부족함을 슬퍼하고 다른 아이들은 잘났는데 나는 못났다며 속상해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아이들 세계에 어른들이 지나치게 들어간 것이 원인이 아닌가 싶다. 결과로 평가하고 능력을 중시하는 어른들의 시선에 아이들이 오염된 것이다. 귀신과 괴물, 어둠과 호랑이 등 막연한 불안감에 시달리던 아이들이 이제 자기 자신과 미래를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우쓰기 미호의 는 이런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이다. 치킨 마스크는 속상하다. 사람들은 저마다 재능이 담긴 그릇을 갖고 태어난다는데 왜 내 그릇은 텅 빈 것일까? 올빼미 마스크처럼 수학을 잘하지도 못하고 햄스터 마스크처럼 만들기를 잘하지도 못한다. 개구리 마스크처럼 음악을 잘하지도, 풍뎅이 마스크처럼 씨름을 잘하지도 못하는 나는 그저 뒤처진 아이, 늘 방해만 되는 아이다. 실의에 빠져 산속을 헤매던 치킨 마스크는 숲 속에서 다양한 마스크 꾸러미를 발견한다. 이 마스크들을 쓰면 멋진 능력을 갖게 되고 다른 사람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하지만 치킨 마스크는 마스크를 바꾸지 않는다. 어느덧 친구들이 몰려와 전해준 말들 덕분이다. ‘네 모습 그대로가 좋아. 너의 따뜻한 마음씨가 좋아.’ 치킨 마스크는 과연 지금 모습 그대로 계속 행복할 수 있을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친구들이 있다면, 네 모습 그대로 세상에 다 필요한 존재라고 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곁에 잘나지 않으면 쓸모없다는 사람들만 가득하다면 치킨 마스크는 결국 다른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나를 지키기 위해서 우리는 서로가 필요하다. 서로 인정하고 소중히 여기는 타인이 필요하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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