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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할 수 있는 미래형 교육

육아 멘토를 찾아서② 교육 전문가 송은주 박사

“페이스북의 시이오(CEO) 마크 주커버그가 아장아장 걸어다닐 때, 그의 부모가 20년 뒤 아들이 페이스북을 세상에 내놓아 갑부가 될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을까요? 1990년대 중반에서 2010년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을 제트(Z) 세대라고 부릅니다. 이 세대의 부모들은 앞으로 주커버그의 부모보다 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거예요. 지금 부모들이 알고 있는 세상과는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질 테니까요.”
 

세계 트렌드 분석가이자 글로벌 시티즌십(지구적 시민으로서의 활동) 교육 전문가인 송은주 박사는 힘찬 목소리로 말했다. 교육업체 문화은행의 대표인 그는 최근 교육서 (행성:B잎새 펴냄)를 펴내 주목받고 있다. 출간 2주 만에 교보문고 온라인 가정·생활 분야 순위 5위에 오르고 에스엔에스(SNS)에도 그의 책에 대한 호평이 많다. 지난 2일 그를 만나 급변하는 시대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을 위한 ‘미래형 교육법’에 대해 물었다.

제트(Z) 세대가 살아갈 세상은 다르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미래 연구가들은 2030년까지 오늘날 존재하는 직업의 50%는 사라지고, 우리 아이들이 자라 종사하게 될 직업의 60%는 현재 태동도 되지 않은 분야에서 만들어질 것이라 예측한다. 또한 미래 세대는 일생을 살면서 열아홉 번 직업을 바꾸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예상은 최근 사회 변화 과정에서도 확인된다. 미국 노동통계국이 2002년부터 2012년까지의 미국 내 직종 변화를 조사한 결과, 전통적인 제조업 관련 업종은 60%가량 사라졌다. 미국에서는 최근 3D 프린터 관련 제조업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연관된 직업의 기회가 늘고 있다. 군사·보안·대규모 농장 관리 등에 로봇 기술을 적용하려는 시도가 가속화되면서 이 분야 직업들도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송 박사는 “우리나라 부모들이 전통적으로 선호하는 의사, 변호사, 검사 등의 직업적 지위는 계속 하락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변호사 7급 채용 시대가 됐다. 세계 각국에서 가장 유망한 직업으로 떠오른 10개 직업 중 9개가 불과 5년 전에는 생소한 개념이었다”고 말했다. 기술 분야의 유명 컨설팅업체인 ‘부루스 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기술 분야에서는 다른 분야보다 3배 가량 빠르게 직업의 지도가 바뀐다. 5년 전에는 개념도 생소했던 빅데이터 분석가, 사이버 법의학 관련 직업, 교육화 게임 전문가, 클라우드 서비스 전문가, 염색체 이상유무 검사관련 직종 등이 현재 전 세계적으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일자리로 꼽힌다.

과거 직업의 변천사를 살펴봐도 시대에 따라 유망 직업은 달랐다. 1945년 광복 직후 미군정 시절에는 미군 부대 타이피스트가 최고 인기를 누렸다. 1956년 첫 티브이 방송이 시작된 뒤에는 아나운서가 선망의 대상이었고, 1960년대 대한항공이 국제선 취항을 시작하면서 스튜어디스가 인기를 끌었다. 1990년대에는 중국과 인적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중국 전문가가 각광을 받았고, 외환위기 이후에는 국제금융 전문가에도 눈길이 쏠렸다. 부모와 각 교육 기관이 한치 앞만 보는 교육에 목매지 말아야 할 이유다. 
협력과 문제해결능력 키우는 것이 관건

그렇다면, 이렇게 급변하는 시대에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아가려면 어떤 역량들이 필요할까? 송 박사는 “유연함과 적응력이 미래의 주인공들에게는 큰 무기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협력하는 법과 문제해결능력을 높이는 것이 필수다. 내가 글로벌 시티즌십 교육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이미 지구촌이 하나의 무대가 돼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다른 나라 친구에게 온라인 상으로 고민을 털어놓는 아이들이 등장하고 있다. 미국·인도·핀란드·중국 등등 세계 곳곳에서는 자신의 아이를 코스모폴리탄으로 키우기 위해 홈스쿨링·대안교육 등 다양한 방식의 교육을 시도하는 부모들이 많아졌다. 미국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교육업체 중 하나인 ‘스쿨와이어스’(schoolwires)가 내놓은 ‘가상 교환학생’ 프로그램도 이런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과거에는 글로벌 감각을 키우기 위해 학생들을 직접 외국의 학교에 보냈다면, 이 업체에서는 온라인을 통해 국제 교실 바꾸기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이를 통해 미국과 중국 학생은 온라인으로 각자의 문화, 글로벌 이슈의 다양한 해결책에 대해 모색했다. 몇몇 학교에서는 아이들의 큰 변화에 놀라 정규 교육에 포함시켰다. 일본·캐나다·인도네시아·러시아·베트남·이탈리아·미국의 몇몇 초·중·고교에서는 ‘국경 없는 학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은 자국 문화를 스스로 공부한 뒤 그 내용을 파트너인 다른 나라의 친구에게 가르치고 있다.
 

“많은 부모는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어학 공부를 강조합니다. 그러나 언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태도입니다. 세계적인 것과 자기가 살고 활동하는 지역의 차이와 공통점을 알고 타인의 관점을 수용해 1+1=2가 아닌 1+1을 100으로 만들어나갈 수 있는 역량이 미래 세대에게는 성공과 행복을 가름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거예요.”
 시민들이 ‘올바른 교육 시스템’ 적극 요구해야

송 박사는 구체적으로 부모들이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미래형 교육 방법으로 ‘친구와 놀게 하기’를 제시했다. 그는 “몬트리올의 컨커디대학 연구진은 아이가 성공적인 삶을 살 것인지 예측하려면 놀이터에서 노는 모습을 보라고 제안했다. 아이의 성향에 대한 또래 친구들의 평가는 성인이 된 뒤 그 사람의 성향을 정확히 예견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또래 친구들과 놀면서 협력하는 법도 배우고 문제해결능력도 키운다. 또 아이의 흥미와 적성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아 시기부터 선행학습을 시키고, 학원을 보내야 친구를 만날 수 있는 국내 현실이 안타까운 이유다.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하고, 더이상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가 아닌 대한민국에서 송 박사가 제시하는 ‘미래형 교육’은 어쩌면 너무 이상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미래형 교육’이 필요하다는 당위에는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그가 제시하는 ‘미래형 교육’이 과연 아이들의 밝은 미래를 담보할 수 있을까에는 의문이 들었다. 송 박사는 “미래 연구가들은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 하나의 정답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남들이 옳다고 말하는 방향으로 뛰어가 봤자 다다르는 결승점은 천차만별인 세상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아이들에게는 다양한 선택지를 올려놓고 스스로 여러 가능성을 타진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송 박사는 “적어도 좋은 대학에 들어가면 성공과 행복이 보장될 것처럼 여겨지는 입시 위주 교육으로는 우리의 미래가 어둡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부모, 학생, 교육자 등등 많은 시민이 스스로 자신들이 원하는 교육 시스템에 대해 적극적으로 정부와 교육 당국에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캐나다 앨버트 주의 주민들은 교육 당국과 협의해 자신들이 원하는 교육을 ‘영감을 주는 교육’으로 규정하고, 그것을 제도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소개했다. 주민들의 강력한 요구와 참여로 선생님도 재교육을 하고, 주민들이 원하는 커리큘럼을 학교 교육에 반영했다.
 

“교육은 아이들의 눈을 빛나게 만드는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자기만의 목표를 찾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장기적인 안목이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가, 우리 부모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잘 준비시키고 있는지 되돌아봤으면 합니다.” 

* 기사에 덧붙여...

송은주 박사가 제시한 당장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미래형 교육 방법이 또 하나 있습니다. 한정된 기사 분량때문에 다 담지 못했는데요. 바로 관여 학습이라는 것입니다. 이 학습법은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배움을 터득하게 방법으로, 아이들을 피동적인 가르침의 대상에서 해방시켜 가르치고 배우는 교육의 순환구조를 스스로 체화하게 하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관여 학습이라고 하면 어렵게 느껴지지만, 쉽게 말하면 아이들에게 부모가 "어~ 엄마 그것 좀 알려줄래?"라고 해보는 것을 말합니다. 아이들에게 무조건 주입식으로 정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배워서 그것을 부모나 친구들에게 스스로 가르치도록 하는 것이죠. 누군가를 가르쳐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가르치려면 정말 스스로 많은 것을 배우고 제대로 익혀야 잘 가르칠 수 있지요. 송 박사는 "어떤 엄마는 친구가 모르는 것을 물어봐서 알려준 아이에게 `너말 알고 있어야지~ 왜 친구한테 알려줘'라고 혼내기도 하는데, 그 엄마는 아이의 창의성과 문제해결능력과 소통성을 계발할 수 있는 절오의 기회를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하더군요. 오늘부터라도 아이에게 어떤 것이든 배워보는 기회를 가지면 어떨까요? 친구에게 모르는 것도 묻고 어떤 것을 잘 모르는 친구에게 가르쳐보도록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송 박사는 또 개인적인 경험도 말씀해주셨는데요. 많은 것들을 생각해보게 하는 사례였습니다. 송 박사가 7여년 전 노키아 휴대폰을 쓸 때의 일이라고 합니다. 어느 날 휴대폰이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휴대폰을 수리하러 갔더니 부품을 하나 갈아야 하는데 수리 비용이 너무 비쌌어요. 새 휴대폰을 사려고 고민중인 송 박사에게 그의 친구 아들이 눈을 반짝이며 “제가 고쳐드릴게요”라고 했답니다. 초등학교 6학년인 아이가 휴대폰을 고치겠나 싶었지만, 어차피 휴대폰을 바꿀 생각이어서 그는 부담없이 아이에게 수리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일까요? 놀랍게도 이 아이는 며칠 뒤 정말로 휴대폰을 고쳤습니다. 밤새 휴대폰 관련 자료를 뒤지고 각종 부품을 공수해서 며칠동안 작업에 매달려 휴대폰을 고친 것이지요. 송 박사는 아이의 재능에 놀라며 감탄했습니다. 친구에게 아이가 공학에 재능이 있다며 침을 튀기며 칭찬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친구로부터 그는 볼멘 소리만 들어야 했다고 합니다. 친구는 “야~ 말도 마~ 네가 이 휴대폰 고쳐달라고 하는 바람에 애가 밤잠도 안자고 학습지도 안풀고 심지어 게임도 안하더라~ 네 휴대폰때문에 얼마나 공부 시간이 줄어들었는지 아니?”라고 핀잔만 줬다고 합니다. 일찍부터 아이를 의사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진 이 엄마에게는 아이의 놀라운 재능은 보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친구는 아들의 학습 시간이 줄어든 것만 안타까워했습니다. 6년이 지난 뒤 이 아이는 엄마의 뜻처럼 의대에 진학할 수 있었을까요? 그 아이는 지금 재수 중이다. 최근 송 박사가 낸 책 (행성:B잎새 펴냄)을 읽은 친구는 전화를 걸어 송 박사를 책망했습니다.

 “친구야~ 왜 그때 내게 충고해주지 않았니? 왜 이런 얘기를 내게 하지 않았니? 나를 닦달해서라도 아이가 다른 길로 갈 수 있다고 말해주지 그랬어…다른 재능이 있는 아이를 내가 억지로 의대에 보내려 한 것을 후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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