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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딸이 멋진 하루를 보내는 방법


그림 비룡소 제공

무얼 할까? 무슨 얘길 들려줄까?
그냥 놀기, 뭘 좋아하는지 묻기
‘온통 빨강’ 이수지 신작 그림책

아빠, 나한테 물어봐
버나드 와버 글, 이수지 그림·옮김
비룡소·1만원

그림책을 펼치면 아빠와 아이가 옷을 챙겨 입는다. 어디로 가려고? 붉게 물든 가을의 공원. 아니 가을잎 빨개지는 동네 놀이터도 좋다. 대여섯 살쯤 됐을까. 어린 딸과 아빠의 산책길이다.

빨간 스웨터 앙증맞은 딸아이에게 아빠는 무슨 이야길 들려줄까. 강아지와 산책하는 동네 언니, 고양이 품에 안고 벤치에서 쉬는 동네 할머니, 풀밭에 엎드려 책읽는 이웃들. 아빠는 말하지 않아도 좋다. “아빠,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한번 물어봐.” 넌 뭘 좋아하니? “나는 개를 좋아해. 고양이도 좋아하고. 거북이도 좋아해.”

어느덧 공원 연못가. 새들이 날고, 개구리가 폴짝. 아빠는 말하지 않아도 좋다. “아빠, 나는 개구리가 좋아. 헤엄치는 개구리가 좋아. 폴짝폴짝 뛰는 개구리도.” 걷다 보면 그 어디 아이스크림 가게 하나쯤 있다. “아빠, 내가 뭘 좋아하는지 한번 물어봐.” 너, 아이스크림 좋아하니? “아니, 나는 아이스크림을 사랑해. 정말 정말 사랑해!”

나란히 아이스크림 물고, 바스락바스락 단풍잎 길. “내가 뭘 좋아하는지 또 물어봐, 아빠.” “네가 좋아하는 게 또 뭐가 있을까?” “나는 빨간색이 좋아. 빨간색인 건 뭐든 다 좋아.” 발바닥 간질이는 단풍잎은 둘의 장난감. 누가 단풍잎을 높이 차올리나 볼까, 빨간 단풍 속에 얼마나 다채로운 빨강이 들어 있는지 볼까.

발라당, 둘이서 붉으락붉으락 나무 아래. 아빠는 말하지 않아도 좋다. “아빠, 새는 왜 둥지를 만드는 거냐고 물어봐.” “알았어, 새는 왜 둥지를 만들까?” “아빠가 말해봐.” “왜냐하면 마음놓고 알을 낳아야 하니까.” “나도 알아!” “그런데 왜 물어봤어?” “아빠한테 듣고 싶어서!”

이 가을의 어느 하루, 아빠와 딸의 산책길은 이렇게 뉘엿뉘엿 깊은 빨강으로 익었다. 는 믿고 보는 작가 이수지씨의 신작이다. 미국 우수 그림책()의 작가이자 이탈리아 볼로냐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에 오르기도 했던 이 작가는 미국 작가 버나드 와버의 글에 색연필만으로 온통 빨강을 입혔다.

글을 쓴 작가 와버는 그림이 완성되기 전에 타계했다. 미국에서 먼저 출간된 그림책을 받아 본 그의 딸은 이씨에게 이런 편지를 보냈다. “이 그림책을 보는 동안 어릴 적 아버지와 나눈 대화가 귓가에 들리는 것 같았지요. 아버지가 보셨으면 아주 기뻐하셨을 거예요.” 4살부터.

허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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