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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과정 예산편성 과연 괜찮을까? 10문 10답으로 알아보자


“교육감들이 어린이를 볼모로 정부를 위협하고 있다”(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 8일 경제관계장관회의)

“정부가 누리과정을 졸속으로 확대하며 막대한 예산을 교육감들한테 떠넘겼다”(시도교육감협의회, 9월18일 성명)

지난달 정부가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자, 교육감들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거부하겠다고 맞받아 불거진 논란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23일엔 전국 17개 시·도의회 교육위원장까지 “정부가 삭감된 누리과정과 초등돌봄교실 등 정부 시책 예산을 이대로 확정한다면, 시도의회도 예산을 배정하지 않겠다”고 교육감들을 거들고 나서 오히려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 만 3~5살 영유아를 둔 가정의 부모들은 혹시나 내년부터 누리과정 지원금을 받지 못하게 될까봐 불안해한다. 누리과정 예산 논란의 책임과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10가지 질문과 답변으로 알아봤다.

1. 누리과정은 무엇인가?

누리과정은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 보육기관에 다니는 3~5살 영유아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교육과정으로, 해당 보육기관에 아동 한 명당 매달 22만원의 보육비를 지원한다. 애초 정부는 소득 하위 70% 이하인 만 5살 아동에 대해서만 지원을 해왔다. 그러다 이명박 정부가 대선을 앞둔 2012년 3월부터 소득 구분을 없애고 매달 20만원씩 지원하기 시작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누리과정 확대를 선거 과정에서 약속했다.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집을 보면 “0~5살 보육 및 교육 국가완전책임”이라는 공약이 들어 있다.

2. 정부는 왜 누리과정 예산을 주지 않았나?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지난달 18일 정부가 2015년도 예산안에 누리과정 사업 국고지원 예산을 편성하지 않으면서부터다. 애초 교육부는 기획재정부에 누리과정 예산 2조2000억원을 요구했다. 교육부는 ‘예산안 설명자료’에서 “주요 국정과제인 누리과정 사업에 국고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재부는 예산 편성에 이를 한푼도 반영하지 않았다. 2015년도에 내국세 수입이 감소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오히려 2013년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결손액 2조7000억원을 내년까지 갚아야 한다며, 2015년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2014년도보다 3.3%(1조3475억원) 줄인 39조5206억원으로 편성했다.

그러나 “세수가 줄게 돼 누리과정 예산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정부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2015년 정부 전체 예산은 올해보다 5.7% 늘었다. 교육부 예산안도 유아 및 초중등교육은 3.5%(1조4228억원) 줄었지만, 대학 등 고등교육은 21.8%(1조8821억원), 평생·직업교육은 4.6%(249억원) 증가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는 이를 두고 “박근혜 정부가 진보교육감들의 손발을 묶으려고 초중등 예산을 삭감했다”고 비판했다. 한정된 재원을 어디에 배분할지는 결국 정책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3. 정부는 왜 누리과정 예산을 교육청에 떠넘겼나?

정부가 2011년 누리과정을 모든 소득계층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할 때부터 예산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감당하도록 정해놨다. 2012년부터 교부금이 매년 3조원가량씩 늘어날 것이라는 그릇된 전망에 근거해서다. 2011년 5월 ‘만 5살 공통과정’ 도입을 발표한 정부 합동 브리핑에서 이주호 당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경제 상황이 좋아지기 때문에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내년부터 매년 3조원씩 계속 증가한다. 교육청에서는 추가적인 부담 없이도 충분히 소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2013년엔 예상치보다 1조7000억원 줄었고, 2014년엔 4조4000억원이나 적게 들어왔다. 2015년엔 예상액과 실제 교부금의 차이가 1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표 참조) 교육감들은 중앙정부가 잘못된 예측을 근거로 누리과정의 재원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정했기 때문에 부담을 덜어줄 책임도 중앙정부에 있다고 항변한다.

4. 왜 갑자기 올해부터 어린이집 예산 편성을 거부하나?

정부가 예산안을 발표한 지난달 18일 전국 시도교육감들도 인천에서 교육감협의회 회의를 열어 “누리과정 어린이집 예산을 편성하지 않을 수 있다”는 성명을 냈다. 정부에서 별다른 반응이 없자, 교육감들은 지난 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 전액을 편성하지 않기로 결의했다.

누리과정 예산은 교육청과 지자체가 분담하다가 2015년부터는 교육청이 모두 짊어지게 된다. 전국 시·도교육청의 누리과정 어린이집 부담액은 2012년 시작 당시 4452억원이었지만 2015년엔 2조1429억원으로 5배가량 증가한다. 교육부가 올해 3월부터 시작한 초등돌봄교실도 내년 예산으로 6600억원을 신청했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아 이마저도 교육감들이 떠맡아야 할 상황이다.

5. 교육감들은 왜 어린이집 예산만 편성을 거부하나?

교육감들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법률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도록 돼 있어 이를 교육청에 떠넘기는 건 법률 위반이라는 주장도 내놓는다. “무상보육에 소요되는 경비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거나 보조해야 한다”는 영유아보육법에 근거해서다. 교육부 소관인 유치원과 달리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소관이다. 실제로 어린이집은 시·도지사가 운영·지도·감독을 모두 맡는다. 교육감들은 시·도지사들한테 어린이집 누리과정 지원금을 보낼 뿐 지원금 사용엔 관여하지 못한다.

6. 교육감들, 누리과정 정말 감당 못 하나?

박홍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국회 예산정책처에서 받은 ‘교육부 예산통계 분석 자료’를 보면, 교육청들이 인건비와 누리과정 등 줄일 수 없는 경직성 경비를 빼고, 교육 사업 등에 쓸 수 있는 재량지출 재정이 올해에 견줘 내년엔 31.2%(4조934억원)나 줄어들 전망이다.

서울시교육청의 2014년 예산을 보면, 인건비 등 경직성 경비가 전체 예산(7조4400억원)의 75.7%(5조6290억원)에 이른다. 무상급식·혁신학교 등에 사용하는 교육사업비는 20.6%인 1조5348억원이다. 이 가운데 누리과정 예산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합쳐 5234억원으로 교육사업비의 34%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서울시교육청은 2학기에 관내 학교들의 학교 운영비를 평균 500만원가량씩 줄이는 고육책을 쓰기도 했다.

문제는 2015년도에 누리과정에 들어가는 비용이 올해보다 938억원 늘어난 6172억원에 이른다는 점이다. 여기에 교직원들의 급여 인상분(2286억원)을 반영하면 세출이 모두 4249억원 증가한다. 하지만 세입은 더 줄어든다. 현재 예상되는 세입 감소액은 3745억원에 이른다.

7. 무상급식 줄이면 된다?

기재부는 무상급식 정책을 걸고 넘어졌다. 최경환 기재부 장관은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세수 부족에 따른 지방교육 재정의 어려움은 여타 ‘재량 지출’ 사업의 급속한 확대에도 원인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액수로 비교해봐도 2014년 기준 누리과정 예산은 3조9284억원으로 무상급식의 2조6239억원보다 더 많다. 재정 악화의 책임을 어느 한쪽에만 돌릴 수 없다는 이야기다.

8. 이월금이나 불용예산을 쓰면 된다?

일부 언론에선 전국 시·도교육청이 내년으로 넘긴 이월금이나 연말까지 다 쓰지 못하는 불용 예산(2013년 4조1529억원)으로 누리과정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2조1429억원)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다. 이월금 2조570억원의 대부분은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학교 신설이나 증개축 공사비라 다음 연도에도 다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이월금을 뺀 전국 시도교육청의 불용액은 전체 예산(57조원)의 2.7% 수준(1조5824억원)으로 정부 전체의 불용예산 비율 4%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불용액은 예상치 못한 사정이나 절약 등으로 계획보다 적게 사용한 예산으로 전년도에 예산을 편성할 때 이를 미리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9. 어린이집 누리과정 지원금, 내년엔 중단되나?

서울·경기교육청은 11월10일까지 시·도의회에 예산안을 제출해야 한다. 다른 교육청도 비슷한 시기에 시·도의회 예산안을 낸다. 국회의 예산 심의 확정 마감일은 12월2일이므로, 그때까지는 기재부와 합의해서 누리과정 예산을 증액할 수 있다. 야당의 한 의원은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다른 예산과 교환해 정부가 일부 부담하는 방향으로 타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중앙정부는 교육청이 지방채를 발행하면 기재부가 운용하는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1조9000억원을 들여 사주는 방식으로 예산을 빌려주는 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시·도교육감협의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방채는 결국 교육청이 갚아야 빚이라 그만큼 자신들의 교육 정책을 펼 여지가 줄어든다. 중앙정부가 국고 보조금이나 특별 교부금(정부가 사용처를 지정하는 교부금)을 누리과정 예산으로 주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이 방안은 중앙정부가 거부한다.

10. 타협이나 해결 방안은?

전문가들은 이미 지방교육재정 악화가 지속돼온만큼 교육청에 복지 부담을 떠넘길 게 아니라 국가가 나서 교육재정을 늘릴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난 10일 보수 성향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서 주최한 토론회에서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교수는 “시·도교육청의 세입이 앞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데다가 매년 1조5000억원씩 인건비가 증가하고 있다. 세입이 늘어나지 않으면 교육감들 공약 사업은 고사하고 지방채 상환과 인건비를 감당하기도 어렵다. 세입 부족은 지방채 발행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국가와 지자체 차원에서 세입을 확충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누리과정 예산의 최종 책임은 국가에 있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 교육부가 기재부에 관련 예산 2조2000억원을 요구한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 교육부가 만든 ‘예산안 설명자료’를 보면 “주요 국정과제인 누리과정 어린이집 지원분에 대한 국고 지원이 없이는, 시·도교육청이 재원 부족으로 어린이집 지원분에 대한 지자체 전출 거부 등 사태 발생이 예상되므로 국정과제 추진에 차질이 없도록 반드시 국고 지원이 필요하다”(300쪽)고 밝히고 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한겨레 신문 2014년 10월 24일자)


“교육감들이 어린이를 볼모로 정부를 위협하고 있다”(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 8일 경제관계장관회의)

“정부가 누리과정을 졸속으로 확대하며 막대한 예산을 교육감들한테 떠넘겼다”(시도교육감협의회, 9월18일 성명)

지난달 정부가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자, 교육감들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거부하겠다고 맞받아 불거진 논란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23일엔 전국 17개 시·도의회 교육위원장까지 “정부가 삭감된 누리과정과 초등돌봄교실 등 정부 시책 예산을 이대로 확정한다면, 시도의회도 예산을 배정하지 않겠다”고 교육감들을 거들고 나서 오히려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 만 3~5살 영유아를 둔 가정의 부모들은 혹시나 내년부터 누리과정 지원금을 받지 못하게 될까봐 불안해한다. 누리과정 예산 논란의 책임과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10가지 질문과 답변으로 알아봤다.

1. 누리과정은 무엇인가?

누리과정은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 보육기관에 다니는 3~5살 영유아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교육과정으로, 해당 보육기관에 아동 한 명당 매달 22만원의 보육비를 지원한다. 애초 정부는 소득 하위 70% 이하인 만 5살 아동에 대해서만 지원을 해왔다. 그러다 이명박 정부가 대선을 앞둔 2012년 3월부터 소득 구분을 없애고 매달 20만원씩 지원하기 시작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누리과정 확대를 선거 과정에서 약속했다.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집을 보면 “0~5살 보육 및 교육 국가완전책임”이라는 공약이 들어 있다.

2. 정부는 왜 누리과정 예산을 주지 않았나?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지난달 18일 정부가 2015년도 예산안에 누리과정 사업 국고지원 예산을 편성하지 않으면서부터다. 애초 교육부는 기획재정부에 누리과정 예산 2조2000억원을 요구했다. 교육부는 ‘예산안 설명자료’에서 “주요 국정과제인 누리과정 사업에 국고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재부는 예산 편성에 이를 한푼도 반영하지 않았다. 2015년도에 내국세 수입이 감소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오히려 2013년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결손액 2조7000억원을 내년까지 갚아야 한다며, 2015년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2014년도보다 3.3%(1조3475억원) 줄인 39조5206억원으로 편성했다.

그러나 “세수가 줄게 돼 누리과정 예산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정부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2015년 정부 전체 예산은 올해보다 5.7% 늘었다. 교육부 예산안도 유아 및 초중등교육은 3.5%(1조4228억원) 줄었지만, 대학 등 고등교육은 21.8%(1조8821억원), 평생·직업교육은 4.6%(249억원) 증가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는 이를 두고 “박근혜 정부가 진보교육감들의 손발을 묶으려고 초중등 예산을 삭감했다”고 비판했다. 한정된 재원을 어디에 배분할지는 결국 정책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3. 정부는 왜 누리과정 예산을 교육청에 떠넘겼나?

정부가 2011년 누리과정을 모든 소득계층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할 때부터 예산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감당하도록 정해놨다. 2012년부터 교부금이 매년 3조원가량씩 늘어날 것이라는 그릇된 전망에 근거해서다. 2011년 5월 ‘만 5살 공통과정’ 도입을 발표한 정부 합동 브리핑에서 이주호 당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경제 상황이 좋아지기 때문에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내년부터 매년 3조원씩 계속 증가한다. 교육청에서는 추가적인 부담 없이도 충분히 소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2013년엔 예상치보다 1조7000억원 줄었고, 2014년엔 4조4000억원이나 적게 들어왔다. 2015년엔 예상액과 실제 교부금의 차이가 1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표 참조) 교육감들은 중앙정부가 잘못된 예측을 근거로 누리과정의 재원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정했기 때문에 부담을 덜어줄 책임도 중앙정부에 있다고 항변한다.

4. 왜 갑자기 올해부터 어린이집 예산 편성을 거부하나?

정부가 예산안을 발표한 지난달 18일 전국 시도교육감들도 인천에서 교육감협의회 회의를 열어 “누리과정 어린이집 예산을 편성하지 않을 수 있다”는 성명을 냈다. 정부에서 별다른 반응이 없자, 교육감들은 지난 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 전액을 편성하지 않기로 결의했다.

누리과정 예산은 교육청과 지자체가 분담하다가 2015년부터는 교육청이 모두 짊어지게 된다. 전국 시·도교육청의 누리과정 어린이집 부담액은 2012년 시작 당시 4452억원이었지만 2015년엔 2조1429억원으로 5배가량 증가한다. 교육부가 올해 3월부터 시작한 초등돌봄교실도 내년 예산으로 6600억원을 신청했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아 이마저도 교육감들이 떠맡아야 할 상황이다.

5. 교육감들은 왜 어린이집 예산만 편성을 거부하나?

교육감들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법률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도록 돼 있어 이를 교육청에 떠넘기는 건 법률 위반이라는 주장도 내놓는다. “무상보육에 소요되는 경비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거나 보조해야 한다”는 영유아보육법에 근거해서다. 교육부 소관인 유치원과 달리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소관이다. 실제로 어린이집은 시·도지사가 운영·지도·감독을 모두 맡는다. 교육감들은 시·도지사들한테 어린이집 누리과정 지원금을 보낼 뿐 지원금 사용엔 관여하지 못한다.

6. 교육감들, 누리과정 정말 감당 못 하나?

박홍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국회 예산정책처에서 받은 ‘교육부 예산통계 분석 자료’를 보면, 교육청들이 인건비와 누리과정 등 줄일 수 없는 경직성 경비를 빼고, 교육 사업 등에 쓸 수 있는 재량지출 재정이 올해에 견줘 내년엔 31.2%(4조934억원)나 줄어들 전망이다.

서울시교육청의 2014년 예산을 보면, 인건비 등 경직성 경비가 전체 예산(7조4400억원)의 75.7%(5조6290억원)에 이른다. 무상급식·혁신학교 등에 사용하는 교육사업비는 20.6%인 1조5348억원이다. 이 가운데 누리과정 예산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합쳐 5234억원으로 교육사업비의 34%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서울시교육청은 2학기에 관내 학교들의 학교 운영비를 평균 500만원가량씩 줄이는 고육책을 쓰기도 했다.

문제는 2015년도에 누리과정에 들어가는 비용이 올해보다 938억원 늘어난 6172억원에 이른다는 점이다. 여기에 교직원들의 급여 인상분(2286억원)을 반영하면 세출이 모두 4249억원 증가한다. 하지만 세입은 더 줄어든다. 현재 예상되는 세입 감소액은 3745억원에 이른다.

7. 무상급식 줄이면 된다?

기재부는 무상급식 정책을 걸고 넘어졌다. 최경환 기재부 장관은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세수 부족에 따른 지방교육 재정의 어려움은 여타 ‘재량 지출’ 사업의 급속한 확대에도 원인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액수로 비교해봐도 2014년 기준 누리과정 예산은 3조9284억원으로 무상급식의 2조6239억원보다 더 많다. 재정 악화의 책임을 어느 한쪽에만 돌릴 수 없다는 이야기다.

8. 이월금이나 불용예산을 쓰면 된다?

일부 언론에선 전국 시·도교육청이 내년으로 넘긴 이월금이나 연말까지 다 쓰지 못하는 불용 예산(2013년 4조1529억원)으로 누리과정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2조1429억원)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다. 이월금 2조570억원의 대부분은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학교 신설이나 증개축 공사비라 다음 연도에도 다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이월금을 뺀 전국 시도교육청의 불용액은 전체 예산(57조원)의 2.7% 수준(1조5824억원)으로 정부 전체의 불용예산 비율 4%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불용액은 예상치 못한 사정이나 절약 등으로 계획보다 적게 사용한 예산으로 전년도에 예산을 편성할 때 이를 미리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9. 어린이집 누리과정 지원금, 내년엔 중단되나?

서울·경기교육청은 11월10일까지 시·도의회에 예산안을 제출해야 한다. 다른 교육청도 비슷한 시기에 시·도의회 예산안을 낸다. 국회의 예산 심의 확정 마감일은 12월2일이므로, 그때까지는 기재부와 합의해서 누리과정 예산을 증액할 수 있다. 야당의 한 의원은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다른 예산과 교환해 정부가 일부 부담하는 방향으로 타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중앙정부는 교육청이 지방채를 발행하면 기재부가 운용하는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1조9000억원을 들여 사주는 방식으로 예산을 빌려주는 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시·도교육감협의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방채는 결국 교육청이 갚아야 빚이라 그만큼 자신들의 교육 정책을 펼 여지가 줄어든다. 중앙정부가 국고 보조금이나 특별 교부금(정부가 사용처를 지정하는 교부금)을 누리과정 예산으로 주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이 방안은 중앙정부가 거부한다.

10. 타협이나 해결 방안은?

전문가들은 이미 지방교육재정 악화가 지속돼온만큼 교육청에 복지 부담을 떠넘길 게 아니라 국가가 나서 교육재정을 늘릴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난 10일 보수 성향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서 주최한 토론회에서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교수는 “시·도교육청의 세입이 앞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데다가 매년 1조5000억원씩 인건비가 증가하고 있다. 세입이 늘어나지 않으면 교육감들 공약 사업은 고사하고 지방채 상환과 인건비를 감당하기도 어렵다. 세입 부족은 지방채 발행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국가와 지자체 차원에서 세입을 확충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누리과정 예산의 최종 책임은 국가에 있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 교육부가 기재부에 관련 예산 2조2000억원을 요구한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 교육부가 만든 ‘예산안 설명자료’를 보면 “주요 국정과제인 누리과정 어린이집 지원분에 대한 국고 지원이 없이는, 시·도교육청이 재원 부족으로 어린이집 지원분에 대한 지자체 전출 거부 등 사태 발생이 예상되므로 국정과제 추진에 차질이 없도록 반드시 국고 지원이 필요하다”(300쪽)고 밝히고 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한겨레 신문 2014년 10월 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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