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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부모가족에 비수 꽂는 편견

» 한부모가정지도사가 어린이집 아이들에게 '한부모가정 반편견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자료사진

결손가정, 해체가정, 편모, 편부라는 용어가 흔하게 쓰이던 때가 있었다. 이러한 용어는 한부모가족이 뭔가 문제 있고 부정적이며 비정상적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이혼, 사별, 미혼모, 별거 등을 이유로 부모 가운데 한 사람과 자녀로 구성된 한부모가족의 부모나 아이들에게는 그런 용어 자체가 상처가 됐다. 지금은 학계나 시민단체, 언론 등의 노력으로 그런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한’은 순수 우리말로 ‘하나’라는 뜻도 있지만 ‘크다’ ‘온전한’ ‘가득한’이란 뜻도 담고 있다. 한부모가족이 비정상적인 가정이 아니라 하나의 온전한 가정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렇다면 용어가 담은 의미처럼 우리 사회에서는 한부모가족이 온전한 하나의 가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을까?

한부모가족에 속한 다수의 부모나 아이들은 한부모가족에 대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뿌리깊은 사회적 편견 때문에 여전히 상처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 호소한다. 이들은 한부모가족의 부모나 아이들도 떳떳하게 한 인간으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적 인식 개선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서울 ㅇ구에 사는 이가을(가명·50살)씨는 10여년 전 이혼했다. 4살 된 아이를 홀로 키우며 지금까지 씩씩하게 살아왔지만, 아이에게도 주변 사람들에게도 이혼 사실을 숨겨야만 했다. ‘이혼녀’라는 딱지가 붙는 순간 자신과 아이가 겪을 차별과 편견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아이 친구 엄마들과 대화할 때 누군가 이혼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사람들은 쉽게 입방아를 찧었다. 어떤 이는 “누구는 결혼생활 안 힘들어? 애 때문에 다 참고 사는 거지. 성격이 오죽했으면 이혼했겠어”라고 쉽게 말했다. 이혼을 하면 ‘인생의 낙오자’ ‘부모로서 자격 없는 사람’ 취급을 했다. 또 한부모가정의 아이들이 문제 행동을 일으키는 경우 항상 문제 행동의 원인으로 부모의 이혼이 지목됐다. “그 부모의 그 자식이지. 부모가 이혼해서 아이가 그런 거야”라고 말했다. 양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보다 한부모가정의 아이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에 훨씬 가혹한 평가가 이뤄졌다. 심지어 한부모가정의 아이들과는 친구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는 부모들도 있었고, 한부모가족의 아이라고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이씨는 “같은 한부모라도 사별이냐, 이혼이냐로 구분짓는 사람들도 봤다”며 “이혼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이혼한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 심하다”고 말했다.

한부모가족은 갈수록 늘고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한부모가족은 2013년 기준 171만가구, 450만명에 이른다. 이는 전체 가구의 9.4%로, 1990년(7.8%)과 2000년(7.9%)에 비해 늘어난 수치다. 그러나 한부모가족지원법상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 한부모가족은 2013년 기준 14만15가구, 36만7571명으로 전체 한부모가족의 약 8%에 그친다. 한부모가족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심하기 때문에, 한부모가족이라는 사실을 숨기면서 정부 지원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한부모가족에 대한 반편견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경제적인 어려움 못지않게 사회적 편견 때문에 한부모가족이 겪는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2002년부터 서울시와 경기도 등지를 중심으로 유아교육기관과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지역아동센터 등에서 한부모가족에 대한 반편견 교육이 이뤄져 왔다. 일선 학교와 교육현장에서는 이런 교육으로 한부모가족에 대한 인식 개선이 이뤄졌다고 평가한다. 반편견 교육은 또 한부모가족 아동들에게도 자기표현력 및 자아존중감을 향상시켰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2012년 성균관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최영미씨 석사 논문) 십년 넘게 한부모가족과 관련한 연구와 권익증진을 위해 노력해온 황은숙 박사(유아교육·아동복지학)는 “한부모가족 반편견 교육이 특정 지역 중심으로만 이뤄지는 것이 문제”라며 “중앙정부 차원에서 전국의 유아교육기관과 초·중등학교에 반편견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박사는 또 한부모가족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주변 사람들의 따뜻한 지지와 격려라고 덧붙였다. “이제 어떡하니, 너 혼자서 어떻게 아이 키울래” “불쌍하다” “안됐다”라는 말보다는, “어려울 텐데 당신 참 잘해내고 있다” “용기 있는 사람이다” “책임감 있게 잘해내고 있다” “넌 잘해낼 수 있다”는 말이 한부모가족에게는 도움이 된다. 그리고 한부모가정이라고 해서 꼭 불행하고 힘들고 불쌍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오히려 한부모가정이라서 더 건강하고 더 행복하게 살아가는 가정도 많기 때문이다. 황 박사는 “편견 없이 존중받을 권리는 모든 사람이 누리고 싶어하는 권리”라며 “가정의 형태를 떠나 어떤 사람 그 자체를 존중하고 수용해주는 문화로 우리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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