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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경부암 백신, 우리딸 맞혀야하나”

초등생까지 예방접종 논란
초6~중1 여학생 무료 예방접종 시작
학교·학부모 안전성 확신 못해 혼란
학부모 ‘번개 모임’ 꾸려 논의 예정
전북교육청 “일률적 예방접종 반대”
복지부 “WHO 회원국 다수 실시” 주장

한겨레 자료사진

초등학교 6학년 딸을 키우는 김아무개(47)씨는 최근 딸아이 예방접종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초6~중1 여학생을 대상으로 한 무료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이 시작됐는데, 딸에게 접종을 받게 해야 할지 판단이 어려웠다. 학교에 전화해 문의했지만 “보건소에서 하는 일이라 잘 모르겠다”는 답변뿐 자세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 가정통신문 등 별도 안내도 오지 않았다. 김씨는 “초등학생들은 같은 반 친구가 하면 다 같이 몰려가는 또래문화가 있다. 선택이라고는 하지만 우리 아이도 맞춰야 할지 고민이 된다”고 했다.

보건복지부가 여성의 암 발병 원인 2위인 자궁경부암을 예방하기 위해 12~13살 여학생(2003~2004년 출생)을 대상으로 무료 예방접종을 맞도록 하는 ‘건강여성 첫걸음 클리닉’을 20일부터 시작했지만 학부모와 학교 현장은 혼란에 빠졌다. 백신의 안전성 등 아이들에게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불안한 학부모들은 자궁경부암 백신을 제대로 알자는 모임을 꾸리기도 했다.

20일부터 해당 학생들은 가다실·서바릭스 등 1회 15만~18만원짜리 백신을 인근 의원 등에서 두 차례 무료로 접종할 수 있다. 강민규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장은 “보건복지부가 몇년 전부터 준비한 정책으로 지난해 국회로부터 예산을 배정받아 매해 230억원을 들여 실시하는 정책이다. 백신을 반대하는 소수 목소리는 전세계적으로 있지만, 세계보건기구 회원국 다수가 실시하는 정책이므로 안전성이 검증됐다고 본다. 학부모들은 안심해도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선 교육현장과 학부모들의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일부 학부모들은 21일 저녁 ‘자궁경부암 백신 무료접종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를 다룰 긴급 ‘번개 모임’을 결성하고 서울에서 1차 모임을 할 예정이다. 예방접종의 문제점이나 위험성에 대해 논의하고, 학부모이자 시민으로서 대응책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백신 접종과 관련해 공개토론회도 제안할 계획이다. 이 모임에 참여하는 학부모 안아무개(56)씨는 “강제는 아니지만 해당 연령대 모든 여학생이 집단적으로 맞는 것인데, 꼭 필요한 것인지, 안전성과 효과는 검증된 것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충분한 검토와 사회적 논의를 거치지 않은 ‘깜깜이 정책’이라는 것이다.

전북교육청은 일률적인 예방접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지난해 확대간부회의에서 “백신에 대한 효과 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는데, 국가정책으로 접종하는 것은 반대다. 학부모들의 선택권은 보장하되 일률적인 접종은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정옥희 전북교육청 대변인은 “아이들의 건강에 관련된 결정이라 조금의 의혹이라도 소홀히 다룰 수 없다. 옥시 사건을 보면 국가가 건강 문제에는 더욱 조심히 접근해야 된다”고 말했다.

의료계 역시 조심스런 태도다. 최은경 대한의사학회 총무이사는 “의료계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정책”이라며 “학부모 입장에서 자궁경부암 접종이 어린 자녀에게 필요한지, 백신 부작용은 없는지 걱정이 많을 수 있다. 정부가 공중보건 차원에서 접근해 불안과 혼란을 완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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