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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작동법’ 아닌 ‘컴퓨터가 생각하는 방식’ 배운다

[함께하는 교육] 소프트웨어교육 어떻게 하나

지난 8일 경남 통영 진남초에서 문찬규 교사와 학생들이 점이 그려진 카드를 이용해 암호문을 풀어보는 ‘언플러그드교육’을 하고 있다.

‘나도 셜록 홈스! 암호문을 풀어봅시다.’

칠판에 적힌 문장이다. 문찬규 교사는 6학년 7반 아이들과 탐정놀이를 시작했다.

“여러분, 셜록 홈스 알죠? 오늘은 셜록 홈스처럼 범죄 현장에서 찾은 단서로 문제를 해결해봅시다.”

문 교사는 손에 쥐고 있던 구겨진 종이를 폈다. 종이에는 흰색과 검은색 네모 칸이 번갈아 그려져 있었다.

“이게 뭘까요?”

“바코드?” “모스 부호?”

“아니요. 현장에서 우연히 주운 암호문이에요. 한번 풀어봅시다.”

지난 8일 경남 통영 진남초에서 진행한 소프트웨어 수업시간. 점이 그려진 카드를 이용해 검은색과 흰색 네모로만 이루어진 암호문을 미리 정한 규칙에 따라 푸는 내용이었다. 네 명의 학생이 각각 한 개, 두 개, 네 개, 여덟 개의 점이 그려진 카드를 들고 교실 앞에 섰다. 나머지 학생들은 카드에 적힌 점의 개수로 덧셈을 하며 카드의 점이 차례로 두 배씩 커지는 원리를 배웠다. 이후 점카드 앞면은 오른쪽부터 차례대로 1·2·4·8을, 뒷면은 0이라는 숫자를 나타낸다는 규칙에 따라 암호문을 풀어나갔다. 점카드 앞면은 흰색 네모 칸, 뒷면은 검은색 네모 칸을 나타낸다는 게 기본 규칙이었다.

이런 규칙에 따라 학생들이 받은 활동지에는 검은색 네모칸 네 개, 검은색 네모칸 세 개와 흰색 네모칸 한 개 등 두 가지 색깔의 암호문이 주어졌다. 학생들은 미리 정한 규칙에 따라 검은색과 흰색 칸으로 이루어진 암호문이 숫자 얼마를 나타내는지 풀었다. 이후 암호문이 ‘0125 42210’이란 숫자를 의미한다는 걸 알아낸 뒤 암호문 뒷장에 나온 스마트폰 키패드 입력 방식대로 풀어보니 ‘안경’이라는 단어가 완성됐다.(이미지 참고)

활동이 끝나고 문 교사는 “컴퓨터는 0과 1, 두 개의 숫자로 표현할 수 있다. 우리는 컴퓨터의 원리와 비슷한 방식으로 흰색과 검은색으로만 ‘안경’이라는 단어를 표현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며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면 컴퓨터가 사전에 약속된 0과 1의 숫자를 인식해 글자로 나타낸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이진수’ 개념이 어려우니까 점카드를 활용해 컴퓨터의 0과 1처럼 정해진 숫자를 다른 십진수로 전환하는 법을 알려줬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각자 자신만의 암호문을 만들어 서로 주고받으며 단어를 맞춰보기도 했다.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대비해
소프트웨어교육 실시 학교 늘어
기존 정보 교과와 차이 있는지
우려의 소리도 나오지만
알고리즘·프로그래밍 원리 등
컴퓨터 없는 수업도 가능해
기술·지식적 접근보다는
사고력 기르는 게 근본적인 목적

컴퓨터 일 처리 과정 따라가는 수업

교육부는 지난해 ‘2018년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안에서 소프트웨어교육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2018년도부터 초·중학교에서 소프트웨어교육을 필수화하고 고등학교도 일반 선택과목으로 전환한다. 이런 흐름에 맞춰 미래창조과학부에서는 지난해부터 소프트웨어선도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선도학교는 초등 53곳, 중등 90곳, 고등 17곳으로 총 160곳이다. 교육부도 올해부터 소프트웨어 연구학교로 초등 45곳, 중등 23곳을 지정해 시범 운영 중이다.

흔히 소프트웨어교육이라고 하면, 보통 컴퓨터 앞에서 혼자 숫자를 입력하고 결과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문 교사가 진행한 수업은 소프트웨어교육 방식의 하나인 ‘언플러그드교육’이다.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고 컴퓨팅 사고의 기초 개념을 습득하고 순차적 사고력을 신장하는 놀이 활동을 뜻한다.

사실 학부모나 학생에게는 ‘언플러그드교육’, ‘소프트웨어교육’이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하다. 기존의 정보 교과나 컴퓨터 활용 교육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많다.

지난 2월 교육부가 발표한 ‘소프트웨어교육 운영 지침’을 보면 ‘미래 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컴퓨팅 사고력을 기반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창의·융합 인재를 기르는 것’을 교육목표로 두고 있다. 컴퓨팅 사고력은 ‘컴퓨팅의 기본적인 개념과 원리를 기반으로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고 능력’이라고 나와 있다.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과 관계자는 “소프트웨어교육은 기존의 정보교과에서 다루던 영역 중 알고리즘과 프로그래밍 부분을 강화한 것이다. 구체적인 교육과정은 논의 중이며 9월에 고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전의 아이시티(ICT)교육(정보통신기술 활용교육)이 컴퓨터와 관련한 전문적 이론과 기술을 주로 가르쳤다면 소프트웨어교육은 문제를 해결하는 사고력을 기르는 데 중점을 둔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컴퓨터가 일을 처리하는 과정대로 사고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을 뜻한다.

문 교사는 “사람은 직관적으로 행동하는 데 반해 로봇은 지정된 센서에 따라 움직인다. 가령, 앞으로 몇 칸을 가고 우회전을 하라는 식으로 순서대로 명령어를 내려야 한다”며 “소프트웨어교육은 이런 알고리즘에 따라 아이들이 단계적으로 사고해 문제를 해결하는 걸 가르친다”고 말했다. 알고리즘은 주어진 문제나 일을 처리하는 일련의 절차나 과정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실행하기 위해 명령어들을 나열한 순서를 뜻하기도 한다.

‘언플러그드교육’에 쓰이는 카드.

‘언플러그드교육’에 쓰이는 카드.

교육 효과 있지만 전면 의무화는 ‘글쎄’

사실 소프트웨어교육이나 컴퓨팅 사고력의 효과를 측정하는 구체적인 도구 및 연구결과는 아직 없는 실정이다. 소프트웨어교육 도입 발표 당시 모든 학생에게 소프트웨어교육을 할 필요가 있느냐, 초등학교부터 가르치는 건 너무 이르다는 등의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현장에서 소프트웨어교육을 하는 이들은 “반드시 모든 학생에게 필요한지는 의문이지만 교육적 효과는 분명 있다”고 말했다.

인천 송도중 박선균 정보교사는 블록형 프로그래밍 언어를 통해 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코드.org’나 ‘라이트봇’ 등을 수업 때 주로 활용한다. 지난 7일 수업에서 학생들은 ‘라이트봇’을 통해 로봇이 입체모형 블록들 사이를 이동해 정해진 블록 칸에 도달한 뒤 전구를 켜는 방식으로 프로그래밍 알고리즘을 익혔다. 학생들은 컴퓨터를 직접 사용하기 전 종이에 직접 명령어를 이미지화한 블록을 그려 넣으며 주어진 문제를 해결했다. 박 교사가 기본원리만 설명하자 아이들은 게임하듯이 한 단계 한 단계 난이도를 높여가며 명령어를 알아서 만들어냈다. 박 교사는 “라면을 끓일 때도 자기만의 방식이 있듯이 프로그램 만드는 데도 정답이 없다”며 “소프트웨어교육을 모든 학생에게 적용할지 문제를 떠나서 이런 방식의 수업은 혼자 스스로 문제를 찾아가야 하기 때문에 창의력이나 논리력을 필요로 하는 건 맞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교육은 기술적인 측면과 사고력, 문제해결력을 골고루 기르는 데 초점을 두고 진행해야 한다. 제대로 된 수업을 위해 컴퓨터가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니지만 전문적 역량을 갖추고 꾸준히 학습하는 교사는 필요하다. 소프트웨어교육을 필수 교과로 지정하려면 제도적으로 이 부분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무엇보다 소프트웨어교육의 본질은 아이들이 컴퓨터를 ‘기술적으로 잘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이를 수업에 잘 녹인 사례도 있다. 강원도 홍천에 위치한 속초초등학교 노천분교장. 전교생이 9명인 이 학교는 선도학교나 연구학교가 아님에도 소프트웨어교육이 활발히 이뤄진다. 이 분야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연구해 온 김미영 교사 덕분이다.

지난 5일. 5, 6학년 학생 5명이 모여 체육 교과의 ‘건강 활동’ 관련 단원과 실과 교과에 나온 ‘문제해결 방법’을 연계한 통합수업이 진행됐다. 이날 학생들은 대부분이 겪고 있는 비만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1. 8시40분입니까?

예: 나가시오. 아니오: 기다리시오.

2. 운동장입니까?

예: 체조하시오. 아니오: 나가시오.’

한 학생이 전자칠판에 알고리즘 방식으로 명령어를 입력하듯 다 같이 논의한 내용을 순서대로 적어나갔다. 이런 식으로 한 단계 한 단계 내용을 구체화하며 ‘달려라 프로젝트’라 이름 붙인 비만탈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후 다른 종목의 운동을 추가하거나 운동했을 때 신체에 어떤 효과가 있는지도 직접 분석해보기로 했다. 이 프로그램을 전체 어린이 회의 때 안건으로 통과시키기 위해서다.

김 교사는 “교사가 일방적으로 ‘아침에 나와서 운동장을 뛰라’고 하면 잘 안 뛴다”며 “학생들이 직접 구체적으로 내용을 정하고 체계적으로 프로그램화하면 본인들 입으로 직접 내뱉은 내용은 잘 지킨다”고 말했다.

5학년 박예성군은 이날 논의한 내용을 한눈에 알아보기 쉽게 ‘코두’로 시뮬레이션했다. 코두는 기존에 했던 텍스트가 아닌 그림으로 된 메뉴를 입력해 프로그램을 짜는 비주얼 프로그래밍 도구다.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개발했으며 무료로 사용 가능하다. 박군은 “실제 운동장을 달릴 때 어떤 식으로 트랙을 돌 것인지 장애물을 놓을지도 고민했다”며 “머릿속으로만 생각했던 걸 실제 구현해보는 게 어렵지 않고 재밌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이 프로그램 외에도 평소 다양한 프로그램을 활용해 아이들과 수업한다. 그는 “수업에 활용하는 프로그램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발현시켜주는 학습 도구다. 기술이나 지식적 측면에서 설명한다면 어려워서 이해를 못할 것”이라며 “아이들은 코딩, 알고리즘, 프로그래밍이 뭔지 정확히 모른다. 대신 일상생활 속 문제를 해결하며 자연스레 컴퓨터의 사고방식을 익힌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교사는 “모든 학생이 소프트웨어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기존 수업으로 이해 못하는 내용을 프로그래밍으로 이해하는 아이들이 있는 반면,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학생도 분명 있다. 정규 교과로 무조건 다 배우게 하면 70% 아이들은 괴로울 거 같다. 동아리나 관심 있는 아이들 위주로 활성화하고 이후에 정규 교과로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게 맞다.”

글·사진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

‘인간 로봇 게임’ 하며 알고리즘 익혀

소프트웨어교육 둘러싼 오해와 논란

지난 5일 강원도 홍천에 위치한 속초초등학교 노천분교장에서 5, 6학년 학생들이 알고리즘 방식으로 ‘인간 로봇 게임’을 하고 있다. 학생들이 명령을 내리면 센서에 따라 작동하듯 로봇 역할을 한 학생이 움직이는 방식이다.

1. 반드시 컴퓨터가 있어야 한다?

학부모들은 소프트웨어교육을 한다고 하면 아이 혼자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을 거라 생각한다. 물론 컴퓨터가 있으면 좀더 다양한 수업을 할 수 있는 건 맞다. 하지만 ‘언플러그드교육’처럼 보드게임이나 신체활동을 통해서도 컴퓨터의 원리나 작동 체계를 배울 수 있다. 김미영 교사는 “학생 한 명이 로봇 역할을 하고 나머지 학생들이 알고리즘 형태의 명령어를 만들어 지시하면 마치 컴퓨터가 센서에 따라 작동하듯 움직이게 하는 활동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교육을 모둠활동식으로 할 경우, 아이들은 일상 속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다. 또 프로그래밍 도구를 사용하며 서로 모르는 부분을 알려주는 등 협력학습도 가능하다.

2. 초등 시기부터 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

예전에는 컴퓨터나 프로그래밍을 몇몇 개발자만 배웠다. 지금은 농경시스템은 물론 미디어나 서비스산업 등 모든 분야에 정보기술(IT)이 적용된다. 현재 초등 5학년부터 배우는 소프트웨어교육 시기가 빠르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공공사업본부 미래교육캠페인 담당 서은아 부장은 “시대 흐름에 맞춰 아이들이 컴퓨터의 언어나 체계를 이해하는 게 중요해졌다”며 “소프트웨어교육이 고도의 코딩기술이 아니라 사고력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유연한 사고방식을 경험하게 하려면 이미 생각이 굳어진 중·고등학생들보다 초등학생 때부터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3. 교사의 전문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프로그래밍을 가르치려면 어느 정도 전문 지식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소프트웨어교육을 하는 교사들은 “고교 과정의 심화 내용이 아닌 초·중등 단계의 소프트웨어교육은 연수와 교사 연구회 활동 등을 통해 수업이 가능한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현재 교사 역량보다 우려되는 것은 정규 교과화 됐을 경우 교사 수급 문제다. 3월 기준 서울시교육청 소속 중등학교 정보교사 비율은 국공립이 9.5%, 사립이 15.6%로 100%를 넘는 고등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다른 지역도 교사 수가 모자란 곳이 많다. 이에 대해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과 관계자는 “정규 교과 할 경우 실제 현장에 투입할 수요인원이 몇 명인지, 현재 교육이 가능한 자격증 소지자가 얼마인지 파악하고 있다”며 “그에 따라 전문적인 연수계획을 준비 중이며 현재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 대상으로 교육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글·사진 최화진 기자

지난 8일 경남 통영 진남초에서 문찬규 교사와 학생들이 점이 그려진 카드를 이용해 암호문을 풀어보는 ‘언플러그드교육’을 하고 있다.

‘나도 셜록 홈스! 암호문을 풀어봅시다.’

칠판에 적힌 문장이다. 문찬규 교사는 6학년 7반 아이들과 탐정놀이를 시작했다.

“여러분, 셜록 홈스 알죠? 오늘은 셜록 홈스처럼 범죄 현장에서 찾은 단서로 문제를 해결해봅시다.”

문 교사는 손에 쥐고 있던 구겨진 종이를 폈다. 종이에는 흰색과 검은색 네모 칸이 번갈아 그려져 있었다.

“이게 뭘까요?”

“바코드?” “모스 부호?”

“아니요. 현장에서 우연히 주운 암호문이에요. 한번 풀어봅시다.”

지난 8일 경남 통영 진남초에서 진행한 소프트웨어 수업시간. 점이 그려진 카드를 이용해 검은색과 흰색 네모로만 이루어진 암호문을 미리 정한 규칙에 따라 푸는 내용이었다. 네 명의 학생이 각각 한 개, 두 개, 네 개, 여덟 개의 점이 그려진 카드를 들고 교실 앞에 섰다. 나머지 학생들은 카드에 적힌 점의 개수로 덧셈을 하며 카드의 점이 차례로 두 배씩 커지는 원리를 배웠다. 이후 점카드 앞면은 오른쪽부터 차례대로 1·2·4·8을, 뒷면은 0이라는 숫자를 나타낸다는 규칙에 따라 암호문을 풀어나갔다. 점카드 앞면은 흰색 네모 칸, 뒷면은 검은색 네모 칸을 나타낸다는 게 기본 규칙이었다.

이런 규칙에 따라 학생들이 받은 활동지에는 검은색 네모칸 네 개, 검은색 네모칸 세 개와 흰색 네모칸 한 개 등 두 가지 색깔의 암호문이 주어졌다. 학생들은 미리 정한 규칙에 따라 검은색과 흰색 칸으로 이루어진 암호문이 숫자 얼마를 나타내는지 풀었다. 이후 암호문이 ‘0125 42210’이란 숫자를 의미한다는 걸 알아낸 뒤 암호문 뒷장에 나온 스마트폰 키패드 입력 방식대로 풀어보니 ‘안경’이라는 단어가 완성됐다.(이미지 참고)

활동이 끝나고 문 교사는 “컴퓨터는 0과 1, 두 개의 숫자로 표현할 수 있다. 우리는 컴퓨터의 원리와 비슷한 방식으로 흰색과 검은색으로만 ‘안경’이라는 단어를 표현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며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면 컴퓨터가 사전에 약속된 0과 1의 숫자를 인식해 글자로 나타낸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이진수’ 개념이 어려우니까 점카드를 활용해 컴퓨터의 0과 1처럼 정해진 숫자를 다른 십진수로 전환하는 법을 알려줬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각자 자신만의 암호문을 만들어 서로 주고받으며 단어를 맞춰보기도 했다.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대비해
소프트웨어교육 실시 학교 늘어
기존 정보 교과와 차이 있는지
우려의 소리도 나오지만
알고리즘·프로그래밍 원리 등
컴퓨터 없는 수업도 가능해
기술·지식적 접근보다는
사고력 기르는 게 근본적인 목적

컴퓨터 일 처리 과정 따라가는 수업

교육부는 지난해 ‘2018년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안에서 소프트웨어교육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2018년도부터 초·중학교에서 소프트웨어교육을 필수화하고 고등학교도 일반 선택과목으로 전환한다. 이런 흐름에 맞춰 미래창조과학부에서는 지난해부터 소프트웨어선도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선도학교는 초등 53곳, 중등 90곳, 고등 17곳으로 총 160곳이다. 교육부도 올해부터 소프트웨어 연구학교로 초등 45곳, 중등 23곳을 지정해 시범 운영 중이다.

흔히 소프트웨어교육이라고 하면, 보통 컴퓨터 앞에서 혼자 숫자를 입력하고 결과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문 교사가 진행한 수업은 소프트웨어교육 방식의 하나인 ‘언플러그드교육’이다.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고 컴퓨팅 사고의 기초 개념을 습득하고 순차적 사고력을 신장하는 놀이 활동을 뜻한다.

사실 학부모나 학생에게는 ‘언플러그드교육’, ‘소프트웨어교육’이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하다. 기존의 정보 교과나 컴퓨터 활용 교육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많다.

지난 2월 교육부가 발표한 ‘소프트웨어교육 운영 지침’을 보면 ‘미래 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컴퓨팅 사고력을 기반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창의·융합 인재를 기르는 것’을 교육목표로 두고 있다. 컴퓨팅 사고력은 ‘컴퓨팅의 기본적인 개념과 원리를 기반으로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고 능력’이라고 나와 있다.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과 관계자는 “소프트웨어교육은 기존의 정보교과에서 다루던 영역 중 알고리즘과 프로그래밍 부분을 강화한 것이다. 구체적인 교육과정은 논의 중이며 9월에 고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전의 아이시티(ICT)교육(정보통신기술 활용교육)이 컴퓨터와 관련한 전문적 이론과 기술을 주로 가르쳤다면 소프트웨어교육은 문제를 해결하는 사고력을 기르는 데 중점을 둔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컴퓨터가 일을 처리하는 과정대로 사고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을 뜻한다.

문 교사는 “사람은 직관적으로 행동하는 데 반해 로봇은 지정된 센서에 따라 움직인다. 가령, 앞으로 몇 칸을 가고 우회전을 하라는 식으로 순서대로 명령어를 내려야 한다”며 “소프트웨어교육은 이런 알고리즘에 따라 아이들이 단계적으로 사고해 문제를 해결하는 걸 가르친다”고 말했다. 알고리즘은 주어진 문제나 일을 처리하는 일련의 절차나 과정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실행하기 위해 명령어들을 나열한 순서를 뜻하기도 한다.

‘언플러그드교육’에 쓰이는 카드.

‘언플러그드교육’에 쓰이는 카드.

교육 효과 있지만 전면 의무화는 ‘글쎄’

사실 소프트웨어교육이나 컴퓨팅 사고력의 효과를 측정하는 구체적인 도구 및 연구결과는 아직 없는 실정이다. 소프트웨어교육 도입 발표 당시 모든 학생에게 소프트웨어교육을 할 필요가 있느냐, 초등학교부터 가르치는 건 너무 이르다는 등의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현장에서 소프트웨어교육을 하는 이들은 “반드시 모든 학생에게 필요한지는 의문이지만 교육적 효과는 분명 있다”고 말했다.

인천 송도중 박선균 정보교사는 블록형 프로그래밍 언어를 통해 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코드.org’나 ‘라이트봇’ 등을 수업 때 주로 활용한다. 지난 7일 수업에서 학생들은 ‘라이트봇’을 통해 로봇이 입체모형 블록들 사이를 이동해 정해진 블록 칸에 도달한 뒤 전구를 켜는 방식으로 프로그래밍 알고리즘을 익혔다. 학생들은 컴퓨터를 직접 사용하기 전 종이에 직접 명령어를 이미지화한 블록을 그려 넣으며 주어진 문제를 해결했다. 박 교사가 기본원리만 설명하자 아이들은 게임하듯이 한 단계 한 단계 난이도를 높여가며 명령어를 알아서 만들어냈다. 박 교사는 “라면을 끓일 때도 자기만의 방식이 있듯이 프로그램 만드는 데도 정답이 없다”며 “소프트웨어교육을 모든 학생에게 적용할지 문제를 떠나서 이런 방식의 수업은 혼자 스스로 문제를 찾아가야 하기 때문에 창의력이나 논리력을 필요로 하는 건 맞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교육은 기술적인 측면과 사고력, 문제해결력을 골고루 기르는 데 초점을 두고 진행해야 한다. 제대로 된 수업을 위해 컴퓨터가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니지만 전문적 역량을 갖추고 꾸준히 학습하는 교사는 필요하다. 소프트웨어교육을 필수 교과로 지정하려면 제도적으로 이 부분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무엇보다 소프트웨어교육의 본질은 아이들이 컴퓨터를 ‘기술적으로 잘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이를 수업에 잘 녹인 사례도 있다. 강원도 홍천에 위치한 속초초등학교 노천분교장. 전교생이 9명인 이 학교는 선도학교나 연구학교가 아님에도 소프트웨어교육이 활발히 이뤄진다. 이 분야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연구해 온 김미영 교사 덕분이다.

지난 5일. 5, 6학년 학생 5명이 모여 체육 교과의 ‘건강 활동’ 관련 단원과 실과 교과에 나온 ‘문제해결 방법’을 연계한 통합수업이 진행됐다. 이날 학생들은 대부분이 겪고 있는 비만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1. 8시40분입니까?

예: 나가시오. 아니오: 기다리시오.

2. 운동장입니까?

예: 체조하시오. 아니오: 나가시오.’

한 학생이 전자칠판에 알고리즘 방식으로 명령어를 입력하듯 다 같이 논의한 내용을 순서대로 적어나갔다. 이런 식으로 한 단계 한 단계 내용을 구체화하며 ‘달려라 프로젝트’라 이름 붙인 비만탈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후 다른 종목의 운동을 추가하거나 운동했을 때 신체에 어떤 효과가 있는지도 직접 분석해보기로 했다. 이 프로그램을 전체 어린이 회의 때 안건으로 통과시키기 위해서다.

김 교사는 “교사가 일방적으로 ‘아침에 나와서 운동장을 뛰라’고 하면 잘 안 뛴다”며 “학생들이 직접 구체적으로 내용을 정하고 체계적으로 프로그램화하면 본인들 입으로 직접 내뱉은 내용은 잘 지킨다”고 말했다.

5학년 박예성군은 이날 논의한 내용을 한눈에 알아보기 쉽게 ‘코두’로 시뮬레이션했다. 코두는 기존에 했던 텍스트가 아닌 그림으로 된 메뉴를 입력해 프로그램을 짜는 비주얼 프로그래밍 도구다.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개발했으며 무료로 사용 가능하다. 박군은 “실제 운동장을 달릴 때 어떤 식으로 트랙을 돌 것인지 장애물을 놓을지도 고민했다”며 “머릿속으로만 생각했던 걸 실제 구현해보는 게 어렵지 않고 재밌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이 프로그램 외에도 평소 다양한 프로그램을 활용해 아이들과 수업한다. 그는 “수업에 활용하는 프로그램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발현시켜주는 학습 도구다. 기술이나 지식적 측면에서 설명한다면 어려워서 이해를 못할 것”이라며 “아이들은 코딩, 알고리즘, 프로그래밍이 뭔지 정확히 모른다. 대신 일상생활 속 문제를 해결하며 자연스레 컴퓨터의 사고방식을 익힌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교사는 “모든 학생이 소프트웨어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기존 수업으로 이해 못하는 내용을 프로그래밍으로 이해하는 아이들이 있는 반면,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학생도 분명 있다. 정규 교과로 무조건 다 배우게 하면 70% 아이들은 괴로울 거 같다. 동아리나 관심 있는 아이들 위주로 활성화하고 이후에 정규 교과로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게 맞다.”

글·사진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

‘인간 로봇 게임’ 하며 알고리즘 익혀

소프트웨어교육 둘러싼 오해와 논란

지난 5일 강원도 홍천에 위치한 속초초등학교 노천분교장에서 5, 6학년 학생들이 알고리즘 방식으로 ‘인간 로봇 게임’을 하고 있다. 학생들이 명령을 내리면 센서에 따라 작동하듯 로봇 역할을 한 학생이 움직이는 방식이다.

1. 반드시 컴퓨터가 있어야 한다?

학부모들은 소프트웨어교육을 한다고 하면 아이 혼자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을 거라 생각한다. 물론 컴퓨터가 있으면 좀더 다양한 수업을 할 수 있는 건 맞다. 하지만 ‘언플러그드교육’처럼 보드게임이나 신체활동을 통해서도 컴퓨터의 원리나 작동 체계를 배울 수 있다. 김미영 교사는 “학생 한 명이 로봇 역할을 하고 나머지 학생들이 알고리즘 형태의 명령어를 만들어 지시하면 마치 컴퓨터가 센서에 따라 작동하듯 움직이게 하는 활동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교육을 모둠활동식으로 할 경우, 아이들은 일상 속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다. 또 프로그래밍 도구를 사용하며 서로 모르는 부분을 알려주는 등 협력학습도 가능하다.

2. 초등 시기부터 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

예전에는 컴퓨터나 프로그래밍을 몇몇 개발자만 배웠다. 지금은 농경시스템은 물론 미디어나 서비스산업 등 모든 분야에 정보기술(IT)이 적용된다. 현재 초등 5학년부터 배우는 소프트웨어교육 시기가 빠르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공공사업본부 미래교육캠페인 담당 서은아 부장은 “시대 흐름에 맞춰 아이들이 컴퓨터의 언어나 체계를 이해하는 게 중요해졌다”며 “소프트웨어교육이 고도의 코딩기술이 아니라 사고력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유연한 사고방식을 경험하게 하려면 이미 생각이 굳어진 중·고등학생들보다 초등학생 때부터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3. 교사의 전문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프로그래밍을 가르치려면 어느 정도 전문 지식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소프트웨어교육을 하는 교사들은 “고교 과정의 심화 내용이 아닌 초·중등 단계의 소프트웨어교육은 연수와 교사 연구회 활동 등을 통해 수업이 가능한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현재 교사 역량보다 우려되는 것은 정규 교과화 됐을 경우 교사 수급 문제다. 3월 기준 서울시교육청 소속 중등학교 정보교사 비율은 국공립이 9.5%, 사립이 15.6%로 100%를 넘는 고등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다른 지역도 교사 수가 모자란 곳이 많다. 이에 대해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과 관계자는 “정규 교과 할 경우 실제 현장에 투입할 수요인원이 몇 명인지, 현재 교육이 가능한 자격증 소지자가 얼마인지 파악하고 있다”며 “그에 따라 전문적인 연수계획을 준비 중이며 현재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 대상으로 교육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글·사진 최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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