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뉴스»콘텐츠

그래서 된다는 거야? 안 된다는 거야?…‘누리과정’ 쟁점 뜯어보니

누리과정(만 3~5살 무상보육) 예산 편성 문제로 보육 현장이 큰 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월 22일 오전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서울 용산구 산천동 일민유치원을 찾아 수업을 참관한 뒤 교실을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누리과정, 재정논리-교육논리 격돌
정부 “교육청 3조 세입 증가”
교육청 “인건비 올라 증가분 거의 없어”

박근혜 정부와 교육감들이 누리과정(만 3~5살 무상보육) 예산 해법을 찾지 않은 채 서로를 비난하며 ‘벼랑끝 대치’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양쪽의 첨예한 대치 뒤에는 잘못된 세수예측에 기반해 새 사업(누리과정)을 시작해 현재 파행을 불러와놓고도 책임을 외면하는 정부 행태와 함께, 늘어나는 교육·복지 수요에도 ‘증세 없는 복지’를 고집하는 탓에 곳곳에서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는 빡빡한 국가 재정 운용 현실이 존재한다.

“교육청 새는 예산으로 가능”-“허리띠 졸라매도 안돼”

정부는 올해 교육청 예산으로 누리과정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교육부 등은 “올해 지방교육교부금이 지난해보다 1조8000억원, 지방자치단체가 주는 전입금이 1조원 이상 늘어날 예정인데, 정부가 누리과정용으로 줄 예비비 3000억원까지 합하면 3조원 가까이 세입이 증가한다”고 설명한다. 또 정부는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서울·경기 등 7개 지방교육청 재정상황을 점검한 결과, 인건비 및 시설비 과다 편성 규모가 각각 1500억원, 1000억원 가량 된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경기·전북 교육청 등은 교육부가 교부한 시설비보다 20% 이상 초과 편성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도교육청은 이런 주장이 ‘오류’와 ‘억지’를 섞어놓은 것이라고 반박한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관계자는 31일 “작년에는 재작년보다 교부금이 오히려 줄었기 때문에, 작년보다 늘어난다고 해봤자 2013년 수준”이라며 “인건비 상승액(1조2천억원)과 지방채 상환액(4천억원) 등을 감안하면 세입증가 효과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또 “지자체 전입금은 2017년까지 순차적으로 들어오는데 내년 돈까지 당겨서 쓰면 내년에 어떻게 하느냐”고 반문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직원들은 육아휴직이 많고 그에 따른 대체 인력 수요 등을 예측하기 어려워 통상적으로 인건비를 넉넉히 잡아놓는다”며 “설사 인건비와 시설비 등 다른 예산을 아껴서 다 쏟아붓는다고 해도, 누리과정 예산(4조원)을 메우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교육청들은 결국 정부가 ‘무상급식’이나 ‘혁신학교’ 등 교육감 공약사업을 축소해 누리과정 예산을 집행하라는 무언의 압박을 하고 있다고 받아들이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정부가 추가 국고지원 등 해법을 먼저 내놔야 교육청들도 고통분담 차원에서 자체 공약사업비 축소 등을 검토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학생 줄어드니 돈남아”-“교육예산은 바로 못 줄여”

정부, 특히 예산을 총괄하는 기재부는 출산율 저하로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어 교육재정을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초·중·고 학생 수는 2000년 795만명에서 지난해 615만명, 2020년엔 545만명으로 줄어들지만, 교육교부금(내국세의 20.27%)은 2000년 22조→2015년 39조→2020년 59조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인구 구조 변화를 반영할 수 있도록 교육재정의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당장 교부금율을 낮추기 어렵다면 누리과정 예산이라도 교부금으로 감당하라는 취지다.

하지만 교육청과 교육전문가들은 학생수가 줄었다고 교육예산을 그에 비례해 바로 줄일 수가 없다고 반박한다. 교육예산을 줄이려면 결국 교사를 줄여야 하는데, 그러면 감소 추세였던 학급당 학생수는 다시 늘어난다. 아직 대도시에는 과밀학급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학교 통폐합 역시 쉽지 않다. 농어촌의 작은 학교를 폐교하면 당장 학생들의 통학거리가 늘어난다. 신도시 개발 등으로 새로 만들어야 할 학교수도 만만치 않다. 결국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재정축소 효과는 장기적으로 서서히 나타나는 반면, 누리과정 예산은 당장 매년 4조원씩 투입돼야 하기 때문에 ‘시간차’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정부 주장은 결국 초·중·고 교육에 대한 투자는 현 수준에서 동결한다는 의미인데, 이는 박근혜 대통령 공약과 현 정부 교육정책과도 모순된다. 박 대통령은 대표적인 대선 공약으로 ‘고교 무상교육’을 약속한 바 있다. 또 교육부는 2013년 4월22일 “2020년까지 학급당 학생수를 오이시디 국가 상위 수준(초등 21명·중등 23명)으로 감축하겠다”고 발표하며 실태조사까지 벌였다. 교육청 쪽에서는 “만약 정말 현재 교부금으로 누리과정까지 다 감당하라고 주장하고 싶으면, 이런 정부 정책부터 포기하겠다고 솔직하게 인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가 재정상황 안좋아”-“정부 잘못이니 정부가 해결”

정부는 “이미 2012년 누리과정을 교부금으로 충당하기로 결정했고, 이에 근거해 관련 시행령도 모두 개정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당시 결정은 교육감들과의 제대로 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진데다, 무엇보다 당시 정부가 예측한 교부금 추이가 실제 교부금 추이와 크게 달랐다. 당시 정부는 교부금이 2013년부터 42조1천억원, 45조6천억원, 49조4천억원으로 매해 가파르게 늘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세금이 걷히지 않으면서 실제 교부금은 40조8천억원, 40조9천억원, 39조4천억원으로 제자리걸음 했다.

교부금은 게걸음인데 누리과정 예산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은 지난해 6조원의 지방채(교육청빚)를 발행해, 세입예산 대비 채무비율이 평균 18% 수준으로 올랐고, 올해 발행할 3조원 지방채를 합하면 이 비율이 25% 수준으로 오른다. 앞으로 2~3년간 이 같은 일이 반복되면 상당수 교육청의 채무비율이 40%를 넘어갈 위험이 크다.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은 중앙정부 재정 상황도 빠듯하다는 것이다. 올해 정부 총지출 증가율은 2.9%로 정부가 전망한 경상성장률(4.2%)보다도 낮아 사실상 ‘긴축재정’을 편성했다. 이런데도 국가채무는 645조2000억원으로 정부가 정한 한계선인 국내총생산(GDP)의 40%를 넘어설 예정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가 전체적으로 재정 상황이 좋지 않다. 지방교육만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노령화가 진행되면서 전체 복지 예산 증가율도 가파르다. 이는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재정에도 큰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초연금·무상보육 등 우리나라의 주요 복지정책은 중앙과 지방이 서로 나눠 재정을 충당한다. 최근 국회예산정책처의 보고서를 보면, 기초연금 등 6대 복지사업에서 자치단체가 부담하는 지방비 규모는 지난해 7조1000억원에서 2025년 10조1000억~10조9000억원으로 불어난다. 지자체들은 2013년 이후 계속 중앙정부의 복지사업 재정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기재부 내부적으로는 누리과정에 국고지원을 늘려주면 지자체들의 다른 지원 요구도 거세질 것으로 보고 ‘여기서 밀리면 안된다’고 보는 기류도 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장은 “누리과정 예산은 정부의 잘못된 세수예측이 가장 큰 원인인만큼 정부에서 책임지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현재 ‘증세없는 복지’ 등 잘못된 정책 탓에 중앙정부 재정도 운신의 폭이 좁은만큼, 지금이라도 증세 등 다각도의 방법을 모색해 전체 국가재정 규모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전정윤 김소연 기자 ggum@hani.co.kr

누리과정(만 3~5살 무상보육) 예산 편성 문제로 보육 현장이 큰 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월 22일 오전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서울 용산구 산천동 일민유치원을 찾아 수업을 참관한 뒤 교실을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누리과정, 재정논리-교육논리 격돌
정부 “교육청 3조 세입 증가”
교육청 “인건비 올라 증가분 거의 없어”

박근혜 정부와 교육감들이 누리과정(만 3~5살 무상보육) 예산 해법을 찾지 않은 채 서로를 비난하며 ‘벼랑끝 대치’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양쪽의 첨예한 대치 뒤에는 잘못된 세수예측에 기반해 새 사업(누리과정)을 시작해 현재 파행을 불러와놓고도 책임을 외면하는 정부 행태와 함께, 늘어나는 교육·복지 수요에도 ‘증세 없는 복지’를 고집하는 탓에 곳곳에서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는 빡빡한 국가 재정 운용 현실이 존재한다.

“교육청 새는 예산으로 가능”-“허리띠 졸라매도 안돼”

정부는 올해 교육청 예산으로 누리과정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교육부 등은 “올해 지방교육교부금이 지난해보다 1조8000억원, 지방자치단체가 주는 전입금이 1조원 이상 늘어날 예정인데, 정부가 누리과정용으로 줄 예비비 3000억원까지 합하면 3조원 가까이 세입이 증가한다”고 설명한다. 또 정부는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서울·경기 등 7개 지방교육청 재정상황을 점검한 결과, 인건비 및 시설비 과다 편성 규모가 각각 1500억원, 1000억원 가량 된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경기·전북 교육청 등은 교육부가 교부한 시설비보다 20% 이상 초과 편성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도교육청은 이런 주장이 ‘오류’와 ‘억지’를 섞어놓은 것이라고 반박한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관계자는 31일 “작년에는 재작년보다 교부금이 오히려 줄었기 때문에, 작년보다 늘어난다고 해봤자 2013년 수준”이라며 “인건비 상승액(1조2천억원)과 지방채 상환액(4천억원) 등을 감안하면 세입증가 효과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또 “지자체 전입금은 2017년까지 순차적으로 들어오는데 내년 돈까지 당겨서 쓰면 내년에 어떻게 하느냐”고 반문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직원들은 육아휴직이 많고 그에 따른 대체 인력 수요 등을 예측하기 어려워 통상적으로 인건비를 넉넉히 잡아놓는다”며 “설사 인건비와 시설비 등 다른 예산을 아껴서 다 쏟아붓는다고 해도, 누리과정 예산(4조원)을 메우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교육청들은 결국 정부가 ‘무상급식’이나 ‘혁신학교’ 등 교육감 공약사업을 축소해 누리과정 예산을 집행하라는 무언의 압박을 하고 있다고 받아들이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정부가 추가 국고지원 등 해법을 먼저 내놔야 교육청들도 고통분담 차원에서 자체 공약사업비 축소 등을 검토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학생 줄어드니 돈남아”-“교육예산은 바로 못 줄여”

정부, 특히 예산을 총괄하는 기재부는 출산율 저하로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어 교육재정을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초·중·고 학생 수는 2000년 795만명에서 지난해 615만명, 2020년엔 545만명으로 줄어들지만, 교육교부금(내국세의 20.27%)은 2000년 22조→2015년 39조→2020년 59조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인구 구조 변화를 반영할 수 있도록 교육재정의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당장 교부금율을 낮추기 어렵다면 누리과정 예산이라도 교부금으로 감당하라는 취지다.

하지만 교육청과 교육전문가들은 학생수가 줄었다고 교육예산을 그에 비례해 바로 줄일 수가 없다고 반박한다. 교육예산을 줄이려면 결국 교사를 줄여야 하는데, 그러면 감소 추세였던 학급당 학생수는 다시 늘어난다. 아직 대도시에는 과밀학급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학교 통폐합 역시 쉽지 않다. 농어촌의 작은 학교를 폐교하면 당장 학생들의 통학거리가 늘어난다. 신도시 개발 등으로 새로 만들어야 할 학교수도 만만치 않다. 결국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재정축소 효과는 장기적으로 서서히 나타나는 반면, 누리과정 예산은 당장 매년 4조원씩 투입돼야 하기 때문에 ‘시간차’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정부 주장은 결국 초·중·고 교육에 대한 투자는 현 수준에서 동결한다는 의미인데, 이는 박근혜 대통령 공약과 현 정부 교육정책과도 모순된다. 박 대통령은 대표적인 대선 공약으로 ‘고교 무상교육’을 약속한 바 있다. 또 교육부는 2013년 4월22일 “2020년까지 학급당 학생수를 오이시디 국가 상위 수준(초등 21명·중등 23명)으로 감축하겠다”고 발표하며 실태조사까지 벌였다. 교육청 쪽에서는 “만약 정말 현재 교부금으로 누리과정까지 다 감당하라고 주장하고 싶으면, 이런 정부 정책부터 포기하겠다고 솔직하게 인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가 재정상황 안좋아”-“정부 잘못이니 정부가 해결”

정부는 “이미 2012년 누리과정을 교부금으로 충당하기로 결정했고, 이에 근거해 관련 시행령도 모두 개정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당시 결정은 교육감들과의 제대로 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진데다, 무엇보다 당시 정부가 예측한 교부금 추이가 실제 교부금 추이와 크게 달랐다. 당시 정부는 교부금이 2013년부터 42조1천억원, 45조6천억원, 49조4천억원으로 매해 가파르게 늘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세금이 걷히지 않으면서 실제 교부금은 40조8천억원, 40조9천억원, 39조4천억원으로 제자리걸음 했다.

교부금은 게걸음인데 누리과정 예산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은 지난해 6조원의 지방채(교육청빚)를 발행해, 세입예산 대비 채무비율이 평균 18% 수준으로 올랐고, 올해 발행할 3조원 지방채를 합하면 이 비율이 25% 수준으로 오른다. 앞으로 2~3년간 이 같은 일이 반복되면 상당수 교육청의 채무비율이 40%를 넘어갈 위험이 크다.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은 중앙정부 재정 상황도 빠듯하다는 것이다. 올해 정부 총지출 증가율은 2.9%로 정부가 전망한 경상성장률(4.2%)보다도 낮아 사실상 ‘긴축재정’을 편성했다. 이런데도 국가채무는 645조2000억원으로 정부가 정한 한계선인 국내총생산(GDP)의 40%를 넘어설 예정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가 전체적으로 재정 상황이 좋지 않다. 지방교육만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노령화가 진행되면서 전체 복지 예산 증가율도 가파르다. 이는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재정에도 큰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초연금·무상보육 등 우리나라의 주요 복지정책은 중앙과 지방이 서로 나눠 재정을 충당한다. 최근 국회예산정책처의 보고서를 보면, 기초연금 등 6대 복지사업에서 자치단체가 부담하는 지방비 규모는 지난해 7조1000억원에서 2025년 10조1000억~10조9000억원으로 불어난다. 지자체들은 2013년 이후 계속 중앙정부의 복지사업 재정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기재부 내부적으로는 누리과정에 국고지원을 늘려주면 지자체들의 다른 지원 요구도 거세질 것으로 보고 ‘여기서 밀리면 안된다’고 보는 기류도 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장은 “누리과정 예산은 정부의 잘못된 세수예측이 가장 큰 원인인만큼 정부에서 책임지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현재 ‘증세없는 복지’ 등 잘못된 정책 탓에 중앙정부 재정도 운신의 폭이 좁은만큼, 지금이라도 증세 등 다각도의 방법을 모색해 전체 국가재정 규모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전정윤 김소연 기자 ggum@hani.co.kr

Next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