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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생각하는 손’과 로봇 팔

부모가 알아야 할 디지털

인공지능 발달에 따라 로봇이 사람 손을 대신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똑똑한 로봇이 미래에 아이의 일을 빼앗지 않을까 걱정이 드는 것은 부모로선 당연하다. 최근 몇 가지 사례를 보면, 근거 없는 우려도 아니다. 요리는 숙달된 인간의 손을 필요로 하는 영역이었다. 하지만 최신 3D 프린터는 제품이나 물건은 물론 사람 손을 쓰지 않고 과자와 케이크, 파스타 등 먹을 수 있는 음식까지 정확하게 찍어낼 수 있다. 로봇저널리즘은 글쓰기가 이제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뉴스로봇은 1초에 수십 건의 기사 작성이 가능하다.

이제 정확하고 효율적인 디지털 기술이 인간의 손을 대체하는 것일까. 현재의 기술 수준을 보면, 장밋빛 호들갑에 가깝다. 3D 프린터는 설정에 따라 음식을 찍어낼 뿐, 재료를 준비하고 맛의 균형을 맞추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뉴스로봇이 쓰는 기사도 기업 실적이나 스포츠 분야처럼 데이터에 의존하는 단순 기사 유형에 머무를 뿐, 탐사보도나 기획보도처럼 심층적 기사와는 거리가 멀다.

무엇보다 기술이 사람 손을 대신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의 문제는 손을 도구로만 본다는 점이다. 사회학자 리처드 세넷은 에서 인간의 손은 머리와 별개가 아니며 문제를 푸는 일과 문제를 찾는 일을 동시에 하는 ‘생각하는 손’이라고 말한다. 경험과 생각, 마음이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인간 손의 독특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사람이 로봇보다 뛰어난 점은 지능이 아니라, 몸을 통해 사고와 실행·성찰의 과정이 유연하면서도 동시적으로 연결되고 운용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윤명희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선임연구원

우리 아이들은 ‘느끼고 생각하는 손’을 어떻게 가질 수 있을까. 흔히 끊임없는 새로운 자극이 아이에게 좋은 학습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 않다. 오히려 오랜 시간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이 먼저 필요하다. 솜씨 좋은 손은 반복적이고 구체적이며 직접 실습하는 훈련을 통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겨울방학이 다가온다. 아이가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좋다. 꾸준한 반복을 통해 몸으로 체득하는 기회를 충분히 누려보자.

윤명희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선임연구원 hlude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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